北리용호 "일방적 핵무장 해제는 없어…미국이 신뢰줘야 비핵화"

"비핵화 의지 확고부동" 전세계에 천명하며, 미국의 신뢰구축조치 촉구
트럼프 대통령 직접 공격대신 미국 정치반대파 공격해 눈길

2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장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장규석 워싱턴 특파원)
북한이 전세계 앞에서 “비핵화 의지가 확고부동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미국에 신뢰구축 조치를 촉구했다.

◇비핵화 의지 확고부동하나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 해제 불가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장에 6번째 연사로 오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러한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의지는 우리의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만 실현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리 외무상은 연설 도중 특히 미국과의 신뢰 구축조치를 유난히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이 이행되면 “조선반도에 조성된 완화기류가 공고한 평화로 정착되고 완전한 비핵화도 실현될 것”이라면서,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수십년 간 쌓인 불신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조선반도 비핵화도 신뢰조성을 앞세우는데 기본을 두고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행동의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며 북한의 입장을 밝혔다.

또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의 망상에 불과하지만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것이 문제”라며 신뢰조성을 위해서는 제재를 앞세우는 강압적 방식을 써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 트럼프 비판 대신 이번엔 미국 정치 반대파 공격

리 외무상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이유를 미국 국내정치에서 찾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미국의 정치적 반대파는 순수 정적을 공격하기 위한 구실로 우리 공화국을 믿을 수 없다는 험담을 일삼고 있으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일방적 요구를 들고 나갈 것을 행정부에 강박하여 대화와 협상이 순조롭게 진척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놀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악통령’이라고 비난했던 지난해 연설과 달리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파들이 북미 협상을 훼방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에는 북미정상회담으로 “쌍방이 구태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합의”했다며 공동성명의 이행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 외무상은 또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이 “중지된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 결의는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토하나 변한게 없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유엔군 사령부가 판문점 선언의 이행까지 가로막는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유엔과 유엔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전에 도움이 되는 사태발전을 지지하고 고무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호소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해제나 완화를 대놓고 요구하는 대신, 제제 유지 입장인 유엔 안보리를 비판해 우회적으로 제제 완화를 촉구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활용했다.

전반적으로 북한은 올해는 작년 유엔총회 연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을 공격하면서 종전선언을 비롯한 미국의 신뢰 조치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미국의 신뢰구축 조치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긴 했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한 것도 상당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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