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상파들이 평일 미니시리즈뿐만 아니라 주말극에서도 신선한 소재, 큰 스케일 작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경쟁력을 높이는 와중에도 지상파들은 과거의 전형적인 스토리와 연출을 답습하거나 자극성으로 일관하면서 스스로 수명을 단축하는 모양새다.
주말극 대표주자 KBS 2TV는 '하나뿐인 내편'을 새로 내놨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아버지가 이상해', '황금빛 내 인생', '같이 살래요'가 홈드라마 계보를 이으면서도 나름대로 여러 연령대 이목을 끄는 소재와 빠른 연출로 화제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데 성공했다면 '하나뿐인 내편'은 아직 별다른 특징을 보여주지 못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오랜만에 아버지로 안방극장에 등장한 최수종의 열연이 간간이 화제가 되기는 하지만, 28년 만에 나타난 친부로 인해 인생이 꼬인 딸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출생의 비밀과 신데렐라 스토리 등이 마치 밀레니엄 시대 전의 드라마를 보는 듯 진부하다는 혹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일단 주인공들부터 최근 (심지어 아침극으로서도) 막을 내린 'TV소설' 시리즈 속 주인공들을 보는 듯 새로운 점이 하나도 없다.
최수종이 연기하는 강수일은 어려운 형편에 시달리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른 '불쌍한' 아버지, 유이가 연기하는 도란도 친아버지의 친구를 진짜 아버지로 알고 자라난 '불쌍한' 딸이다. 그리고 도란은 결국 재벌 왕대륙(이장우 분)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아버지가 범죄자라는 것 때문에 갈등을 빚을 '예정'이다.
'황금빛 내 인생'은 고루한 출생의 비밀을 소재로 했더라도 작가 특유의 쾌속 전개와 연이은 반전으로 올드함을 극복했지만, '하나뿐인 내편'에는 그런 노력조차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같이 살래요'처럼 시대 변화에 따른 가족 형태 변화를 그리지도 않는다.
'게으른' 스토리와 연출은 결국 KBS 2TV 주말극 고정 시청자도 떠나게 한다. 아무리 못해도 시청률 20%는 넘는 KBS 2TV 주말극이라지만, 이미 두 차례(5·7회)나 17%대까지 떨어졌다. 향후 시청자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전개가 나오지 않는 이상 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예 개연성이나 가족극의 미덕은 싹 무시하고 1분이라도 시청자 눈을 더 붙들어두기 위한 '자극성'으로 승부를 보려는 지상파 주말극도 는다.
MBC TV 토요극 '숨바꼭질'이 대표적이다. 시청률은 10%를 웃돌며 선전하지만 그야말로 '욕하면서 보는' 셈이라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이 드라마는 첫 회부터 정략결혼을 제안받은 민채린(이유리)이 이를 거절하면서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결국 결혼을 수락하며 복수를 꿈꾸는 스토리를 풀어내며 '막장'의 표본을 보여줬다.
장면마다 독기 어린 눈으로 복수를 다짐하거나, 서로 고성이 오가는 모습은 그동안 본 막장 드라마의 모든 요소를 섞어놓은 듯했다. 물론 캐릭터가 극한 상황에 몰릴수록 배우의 연기력을 빛이 나고, 실제로 이유리는 또 한 번 '주말극의 여왕'이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
하지만 자극성으로 승부를 보려는 제작진의 과욕은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채린이 남탕에 쳐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주며 남탕에 있던 남성들이 허둥지둥 몸을 가리는 자극적인 모습을 담았다가 비판이 쇄도하자 제작진이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숨바꼭질'과 나란히 10%대 시청률을 기록 중인 SBS TV 토요극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도 자극적인 설정과 장면의 연속으로 만들어졌다.
그래도 이 작품은 '인생을 걸고 (점만 찍고 나타난 게 아닌) 페이스오프를 했다'는 미스터리한 설정이 주말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소재이고, 거듭되는 반전과 정체 공개, 추격전 등이 시청자들로부터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은 편이다.
한 비지상파 드라마 관계자는 29일 "지상파 드라마는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환경에 대응하지 못한 채 기존 제작 시스템, 한정된 시장과 제작비 안에서 스타배우 캐스팅, 복수, 의학, 리메이크 등 안전한 소재 위주로 자기 복제를 이어가고 있다"며 "변화하지 않으면 새 환경에서 결국 정착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