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현 "女 셔틀콕 간판 부담? 이겨내야죠"

'한국 여자 간판의 스매싱'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 에이스 성지현이 2018 빅터코리아오픈 단식 경기에서 강력한 스매싱을 구사하는 모습.(사진=대한배드민턴협회)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간판 성지현(27·인천국제공항)이 통산 세 번째 코리아오픈 정상을 향해 순항했다.

성지현은 28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월드투어 8강전에서 다카하시 사야카(일본)을 2 대 0(21-15 21-11)으로 눌렀다. 경기 시작 37분 만에 거둔 완승이었다.

세계 랭킹 9위이자 대회 4번 시드인 성지현에게 다카하시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다카하시도 세계 13위이자 7번 시드를 받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성지현은 1세트 10 대 10에서 잇따라 3점을 뽑아냈다. 다카하시가 추격했지만 성지현은 17 대 11까지 달아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기세가 오른 성지현은 2세트에도 2 대 2에서 내리 5점을 뽑아냈고, 내친 김에 15 대 5까지 점수를 벌려 낙승을 예감했다.

29일 4강전에서 성지현은 장 베이웬(미국)과 맞붙는다. 싱가포르에서 귀화한 선수로 세계 12위에 대회 6번 시드를 받았다. 역대 성지현이 3번 맞붙어 모두 이겼다. 이 대회 5번째 결승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

성지현은 역대 코리아오픈에서 2번 정상에 올랐다. 2013년 한국체대 재학 시절 성지현은 8년 만에 코리아오픈에서 한국 여자 단식 금메달을 일궈냈고, 2년 뒤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우승에 대한 성지현의 의지는 뜨겁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40년 만의 노 메달에 그친 한국 배드민턴에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지현은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면서 "때문에 이번 코리아오픈에서 3번째 우승을 거둬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 에이스에 대한 책임감과 체력적인 부담도 있다. 성지현은 "아시안게임 이후 3주째 국제대회에 출전해 힘든 부분이 없진 않다"면서도 "그러나 체력적인 부분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 간판에 대한 부담도 어차피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배드민턴 혼합복식 차세대 간판으로 꼽히는 서승재(왼쪽), 채유정이 28일 8강전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사진=대한배드민턴협회)
일각에서는 최근 대표팀의 부진이 세대 교체 중인 한국 배드민턴의 성장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지현은 "대표팀 고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어린 선수들이 더 많은 국제대회에 나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후배들에 대한 기대감도 적잖다. 서승재(21·원광대)-채유정(23·삼성전기)은 이날 혼합복식 8강전에서 유타 와타나베-아리사 히가시노를 2 대 0으로 완파했다. 전날 남자 단식 16강전에서는 허광희(23·삼성전기)가 대표팀 맏형이자 세계 8위 손완호(30·인천국제공항)를 눌렀다.

성지현은 "혼합복식에서도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면서 "허광희도 힘이 좋은 선수"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선배들이 열심히 하면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라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때 대표팀 간판이었던 이용대(30·요넥스)-김기정(28·삼성전기)은 이날 8강전에서 호키 타쿠로-고바야시 유고(일본)에 1 대 2로 덜미를 잡혔다. 대표팀을 은퇴한 뒤 2년 만에 개인 자격으로 코리아오픈에 나섰지만 아쉽게 4강에 오르지 못했다. 묵묵히 한국 여자 배드민턴 간판의 짐을 짊어온 성지현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