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권 침해" VS "개봉 응원"…'암수살인' 엇갈린 유가족 입장

'부산 고시생 사건' 피해자 유족 측 "실제 사건 너무 유사하게 묘사해 고통"
또 다른 피해자 유족은 "남은 실종자 가족들 위해서라도 영화 상영해야"

실화 영화 '암수살인'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중대한 기로에 놓인 가운데 영화 상영을 두고 '암수살인' 속 실제 사건 유가족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0일 '암수살인'의 모티브 중 하나인 '부산 고시생 사건'의 피해자 유족 측은 이 영화가 동의 없이 해당 사건을 유사하게 묘사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소식을 접한 '암수살인'의 제작사 필름295는 "영화가 모티브로 한 실화의 피해자 유가족 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분들이 상처 받으실 수 있다는 점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해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늦었지만 제작사는 실제 피해자의 유가족 분들과 충분한 소통을 거치겠으며, 앞으로 마케팅 및 홍보 과정에서도 유가족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도 전했다.

이 입장문에서 제작사는 "범죄실화극이라는 영화 장르의 특성상 '암수살인'은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며 암수범죄를 파헤치는 형사를 중심으로 제작됐다"며 "특정 피해자를 암시할 수 있는 부분은 관객들이 실제인 것처럼 오인하지 않도록 제작 과정에서 제거하고 최대한 각색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27일 영화 '암수살인'에서 단초로 삼은 사건의 실제 피해자 유족이라고 밝힌 네티즌의 글이 게시됐다.


이 네티즌은 "이 영화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2012년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다시 한 번 어머니의 피해사실에 대해서 거론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상처였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촬영을 한 이유는 하나였다"면서 "누구도 눈길 주지 않은 사건에 주목해 결국 밝혀 내셨던 형사님과 같은 분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에 경찰이나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과거 방송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 '암수살인'이 상영돼야 하는 것 역시 자신과 같은 처지의 또 다른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이 네티즌은 "저도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놀랐다. 허나 제가 어머님의 죽음으로 인해 느낀 슬픔은 가슴에 묻고, 또 다른 피해자의 이야기가 좀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아직도 연유를 몰라 답답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 하나라도 더 풀어졌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7년만에 어머니를 찾게 해주신 형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 영화를 응원하는 것으로 그 마음을 전하고 싶다. 힘겨운 일이지만 저 역시 사랑하는 아내와 손을 잡고 이 영화를 볼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에 따르면 '암수살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은 28일 첫 심리를 가졌으며 10월 초 쯤 상영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이 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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