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매우 제한적인 행보를 보였던 1년 전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도착한 것은 25일(현지시간)로 공항통로를 이용하지 않고 계류장에서 곧바로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공항을 빠져나갔다.
장관급 이상의 특급 의전으로 눈길을 끌었던 리 외무상은 다음날인 26일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곧장 회동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리 외무상과의 회동 직후 트위터를 통해 긍정적인 만남이었다고 평가했고, 국무부는 다음달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에 나서 비핵화 후속조치와 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직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잇따라 회동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한동안 회동을 거부해왔던 일본과의 만남이 이목을 끌고 있다. 리용호 외무상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지난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잠시 접촉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과 일본의 외교수장이 유엔총회장에서 별도로 만나 회담을 했다. 회담은 20여분간 이어졌으나 회담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과 맞물려 이번 북일 외교장관 회담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아울러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와는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장관들은 리 외무상을 만난 다음날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약속이나 한 듯 대북제제 완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리 외무상은 27일(현지시간)에는 유니세프를 방문해 장시간 관계자들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구호단체 등을 접촉해 제재에 위반되지 않는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한 협의에 외교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총회 기간 중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리용호 외무상의 태도도 주목을 끌고 있다. 1년 전 주로 차량으로 이동하고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꺼려했던 리 외무상은 이번에는 경호원을 대동한 채 숙소에서 유엔본부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도보로 오가면서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미중일러 외교수장과 모두 회동한 리용호 외무상이 우리 정부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날 가능성도 주목된다. 강경화 장관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 인근에서 CBS노컷뉴스 특파원과 만나 "(북측으로부터) 별다른 연락은 없다"면서 "아직 시간이 있으니 지켜보자"고 말해, 회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