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빅딜'에 앞서 크고 작은 사전 조율성 북미 고위급 접촉이 몰려있어서다. 이를 통해 미국 측은 북한이 내놓은 카드의 진의를 파악하고, 북한 역시 미국의 상응조치와 관련한 의중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북미 접촉들로써 북한이 여러 경로로 밝힌 비핵화 초기조치와 종전선언 여부 등 미국의 상응조치의 적절한 조합이 만들어지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다음 달 일정을 살펴보면 우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그리고 그 전후로 오스트리아 빈 또는 다른 곳에서 북미간 실무협상이 중요하다. 현재로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한의 카운터파트 간 의제 조율을 거쳐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행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상황에 따라선 그 순서가 바뀔 수도 있다.
이들 접촉은 비핵화와 평화 구축이라는 구조물을 세울 가늠자가 될 수 있다.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과 핵 신고를 둘러싼 북미간 입장차 속에 북미대화가 일시적 교착 국면을 맞았지만 북미 정상이 서로 신뢰를 거두지 않은 가운데 지난 18∼20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미협상 재개의 단초를 만들었고, 다시 대화가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미 행정부 내에선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엔 총회에 참석중인 강경화 외교장관은 뉴욕 현지시간으로 27일 "향후 몇 주, 몇 달이 지나면 항구적으로 평화로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한 공유된 목표에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확신한다"는 말로 작금의 상황을 정리했다.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외교적 성과로 삼고 싶어 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비핵화 협상 시한과 관련해 "시간 싸움(time game)을 하지 않겠다"며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혹은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차분하면서도 꼼꼼하게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극찬하며 2차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물론 최종적인 결정은 아니다. 무엇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협의 이후 확답이 나올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북한행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지난 7월초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에 따른 북미 협상에서 미국은 핵 신고와 비핵화 시간표 제출을 요구했고, 북한은 '종전선언부터 하라'며 맞선 이후 약 2개월간 비핵화-평화협상은 교착됐다. 8월 말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미국 측이 발표했다가 취소하면서 교착 장기화가 우려되기도 했다.
약 3개월만에 이뤄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협의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평양 공동선언서 제시한 '조건부'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와 문재인 대통령을 매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상응조치' 등을 새 협상 소재로 삼아 이뤄질 전망이다.
합의에 실패한 핵 신고-종전선언 조합을 포괄하는 더 큰 범위의 합의가 이뤄질지, 영변 핵시설 일부 폐기 및 국제 사찰단 수용과 종전선언을 연결하는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질지 등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협의를 통해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차후 비핵화 협상이 미국 요구대로 신고-검증-폐기의 전통적 방식을 따르느냐 북한의 요구대로 단계적 핵폐기 조치로 직행하면서 신고-검증은 신뢰 구축 이후로 미루는 새 방식을 채택하느냐도 폼페이오 방북 협의에서 가닥 잡힐 전망이다.
만약 폼페이오 방북 협의에서 구체적인 부분까지 합의된다면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직행할 수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의 비핵화 초기조치와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담은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도 서두르지 않겠다고 하고 있고, 폼페이오 장관은 10월에 열릴 수 있지만, 그 후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한 만큼 외교가는 11∼12월 개최 가능성에 일단 무게를 두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28일 "미국은 북한을 향해 제대로 된 검증 수용을 요구한 것 같고, 그에 대한 답을 기다리는 것 같다"며 "10월 북미정상회담을 예단하기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0월 중순 전후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가장 좋고 그것이 어렵다면 11월 중순에는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때까지 계속 북미 간 고위급 접촉이 이어짐으로써 대화 동력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