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가 文에 던진 가짜뉴스, 출처 추적해보니

"언론, 탈북자 탄압"...보수진영 가짜뉴스 인용한듯
영어로된 가짜뉴스 전용 사이트까지…점점 정교화
"한국의 우파는 외국 언론을 이용할 줄 알아야" 선동도

현지시간 25일 미국 케이블뉴스채널 폭스뉴스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각에서는 대통령께서 언론과 탈북자들을 탄압하고 있고(clamping down on journalists and muzzling North Korean defectors),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약화하고 있다(undermining free speech there and democratic norms)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대한민국 대통령이 언론과 탈북자를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 과연 사실일까?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례도 없었을 뿐 아니라 관련 통계도 그 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국제 언론인 인권보호 단체이자 언론감시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언론자유지수는 조사대상국 180개 국가 가운데 43위를 차지했다.

43위가 절대적으로 높은 단계는 아니지만, 적어도 박근혜 재임 기간이 포함된 지난해보다 20계단이나 올랐다는 점에서는 언론 탄압을 운운하기에 맞지 않은 지표임에는 틀임없다.

그렇다면 폭스뉴스 기자의 그릇된 인식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우리 정부가 언론과 탈북자를 탄압한다는 주장은 보수진영이 왜곡 확대하는 전형적인 가짜뉴스 중 하나다.

이들은 TV조선 압수수색, 변희재 구속영장발부, 일간베스트 폐지 여론 등을 정부의 언론 탄압 증거라고 주장한다.

보수진영 일부가 폭스뉴스와 연계돼 있는 점을 상기할 때 폭스뉴스의 왜곡된 인식의 출처가 바로 이런 가짜뉴스일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폭스뉴스는 미국 내에서 보수 스탠스를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언론 중 처음으로 '태극기 부대'에 대해 다룬 바 있다.

조갑제 TV 등 유명 보수 채널은 폭스뉴스 내용을 전달하거나 이에 대해 호평하는 컨텐츠를 다수 제작해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우파는 외국 언론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제목을 붙이며 "세계 여론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일부 네이버 밴드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는 문장을 영어로 옮기며 "폭스 뉴스 온라인 판에 지속적으로 붙여넣으라"고 홍보한다.

'국내 언론을 믿을 수 없으니, 해외 언론을 적극 활용하자'는 이들 나름의 결론에 따른 대응인 셈이다.

해외 언론으로까지 파고 든 가짜뉴스의 생산 거점은 네이버 밴드나 유튜브 등이다.

유튜브 가운데는 영어로 구축해놓은 채널도 있다.

유튜브 채널 '태평TV'는 'Korean Patriotic Citizens' Assembly(한국 애국 시민 연합)' 이라는 영어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외국인도 읽을 수 있게 모든 컨텐츠를 영어로 표기했고, 링크를 누르면 바로 유튜브로 넘어갈 수도 있게 했다.

세 개의 네이버 밴드에서 같은 영상이 멘트, 업로더는 다르게 계속해서 업로드됐다. 서로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퍼나르기 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다른 보수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니 약 3분~5분 간격으로 쉴새 없이 새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유튜브 링크나 일간베스트, 극우 매체의 URL이었다. 비슷한 다른 2개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동일한 링크가 번갈아 업로드됐고, 게시물을 서로 퍼나르며 공유하는 형태도 보였다.

이들이 업로드하는 컨텐츠는 현 정부와 안보 관련 비판이 주를 이룬다.

유튜브 극우 채널이 다루는 컨텐츠들.
앞서 폭스뉴스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던질 질문을 연상케하는 컨텐츠도 발견된다.

'탈북자 이용하고 뒤통수 친 문재인 탈북자 활동제약 및 언론탄압' 등이 그 것이다.

스튜디오 녹화, 그래픽 등을 이용해 일반적인 뉴스 화면처럼 편집한 유튜브 '신의한수'
그외에도 '문재인, 평양에서도 건강 이상 징후 보였다', '문재인과 노무현이 배후, 부산 문현동 금 도굴' 등 자극적인 제목의 내용들이지만 근거가 부족하고 허황된 내용도 많다.

이와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를 통한 가짜뉴스의 경우 제보나 모니터링 요청이 다수 들어오고 있지만, 양이 워낙 방대해 제보받은 건에 한해 건당 모니터링을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를 통해 잘못된 여론이 형성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언론사나 포털, 소셜미디어 등에서 더욱 적극적인 팩트체크 활성화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개별 언론사와 포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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