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누구나 하는 흔하디 흔한 이야기 / 시작의 이유도 헤어짐의 이유도 / 그땐 모르기에 / 그저 치열한 날들 / 우린 어떤 사랑을 했었나요' (14집 타이틀곡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中)
임창정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돋보이는 가슴 절절한 이별 발라드곡은 이번에도 음악 팬들의 가을 감성을 저격했다. 앨범 발매 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창정은 제주도에 작업실을 차리고 작업했다는 신곡들을 CD플레이어로 들려줬다. 컴백 소감을 묻자 그는 "'노래 좋다'고 해주는 팬들의 뻔한 말을 듣고 싶었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풍이 조금 달라졌죠? 일부러 편곡을 좀 다르게 했어요. 어쿠스틱 느낌 안 나게끔이요. 3~40대 뿐만 아니라 요즘 또래들도 저를 알더라고요. 콘서트 때 할머니, 엄마, 딸 3대가 '소주 한 잔'을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아, 너무 내 느낌이 아니어도 되겠구나, 젊은 층이 좋아하는 노래도 해야겠구나' 느꼈어요. 그래서 타이틀을 '영'하게 가봤죠.
▲타이틀곡 제목이 참 길어요.
=상업적인 이유 때문이에요. '왜 이렇게 길지' 하면서 한 번 더 보게 될 것 같아서요. (미소). 물론 다른 이유도 있죠. 남자 분들은 대부분 사랑했던 상대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어요. 이별을 겪고 난 뒤 '왜 그때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거죠. 그리고 사랑의 색깔이 연해짐을 먼저 느끼고 떠나간 옛 연인에게 이 노래 제목처럼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하고요. 그걸 노래 제목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음역대가 상당히 높은데요.
=그래서 라이브가 안 돼요. (미소). 완창을 해보니까 안 되더라고요. '유스케'(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 전에는 목소리가 안 나와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술과 나이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올해 마흔 여섯 살이에요. '아, 나도 이제 목소리가 변하는구나' 하고 절실히 깨닫고 있죠. 그나마 담배를 끊어서 이 정도지, 그렇지 않았으면 아예 라이브를 못 했을 것 같아요. 다음에는 높은 곡을 안 하지 않을까 싶고요.
▲목소리가 변한다는 걸 느꼈을 땐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한편으로는 서글펐어요. 그래도 노래를 못 불러서 서글픈 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달라진 목소리로 노래하면 되는 거니까요. 다만, 콘서트에서 3~40곡을 완창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좀 그랬어요. 콘서트는 돈 받고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엘튼 존처럼 피아노를 직접 치면서 그에 맞춰 노래하는 걸 고려중이에요. 제가 사실 코드는 알지만 악보를 못 보거든요. 그래서 노래를 통째로 외우고 있는데요, 콘서트에서 제가 연주를 통째로 틀리는 모습을 보게 되실 수도 있을 거예요. (웃음).
=아무래도 팬들이죠. 이제는 팬과 가수가 아니라 지인 사이처럼 지내요. 응원해주는 지인들에게 숙제 검사 맞는 듯 한 느낌으로 앨범 작업을 한다고 할까요. 앨범이 발매되기 한 달 전쯤부터 팬들에게 데모를 들려주는 편인데, 이번에는 1번 노래('노래방')를 듣고 우는 팬들이 많았어요. 오랜 만에 앨범을 내는 거고, 지인이기 이전에 팬이기 때문에 기다림과 반가움에 그랬겠죠. 팬들의 '노래 좋다'는 그 뻔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계속 앨범을 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반응 나오면 '이제 끝났다' 하고 같이 술 마시고요.
▲임창정만의 발라드 지론이 있나요.
=전인권, 조용필, 임재범, 김건모 등 우리나라 거장들처럼 음악이 아닌 말을, 삶이 베어 나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제 노래에서도 그게 느껴지도록 해야죠.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글쎄요. 1등하면 좋지만 많이 해봐서...이제 1등은 후배들이 해야죠. 제가 그 자리를 계속 차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언젠가 순위에 못 드는 날도 올 거라고 생각해요. 전 오히려 '뻔한 리뷰'를 볼 때 행복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저도 속으로 눈물이 나고, '난 행복하게 음악 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느껴요. 연기도 마찬가지고요.
▲후배 양성 계획도 있나요.
=내년부터 후배들을 키워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아이돌이 되었든 솔로가수가 되었든. 요즘 들어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나서 오디션을 봤으면 임창정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아마 안 되었을 거예요. 지쳐서 관뒀을 거고요. 제가 오디션에 100번 정도 떨어졌을 때 저를 뽑아주신 분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제가 그런 역할을 해야 될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감이 떨어지기 전에 숨은 진주들을 찾고 싶어요.
▲그 외 근황과 계획이 궁금해요.
=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는 것 자체가 재밌어요. 아이들도 다 컸고요. 내년에는 드라마를 제작하게 될 것 같아요. 직접 출연도 할 거고요. 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멜로, 휴먼, 음모 등 다양한 요소가 다 들어가 있어요. 영화 제작은 해봤는데 드라마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죠. 영화는 왜 안 하냐는 분들도 계실 텐데, 계속 망해서...(웃음). 영화배우 임창정은 다시 다듬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당분간 영화에서는 주연이 아닌 조, 단역을 맡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