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27일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3단계 프로세스'를 도입하자며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합리적 개선방안'이라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현재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위가 활동을 시작한 1988년 이래 최저임금이 총 32회 인상됐는데 이중 합의를 통한 결정은 7회에 불과했다.
대한상의는 "노사 간 충분한 합의 없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관행이 고착화됐고, 노사 간 의견 격차 속에 사실상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이 결정권을 쥐어왔으며, 객관적이고 합리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대안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3단계 절차를 제안했다. 노사와 전문가, 정부가 모두 참여하되 각자 역할을 나눠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자는 취지다.
먼저 1단계로 최저임금 인상의 예측 가능성 향상과 노사 간 성실한 협의를 위해 별도의 '전문가그룹'을 구성한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전문가그룹은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적정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미리 산정해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임의적 판단을 줄이고자 산식을 법률에 명문화한다.
가령 프랑스는 소비자 물가지수와 근로자의 구매력 상승률을 기준으로 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했으며, 독일은 협약임금의 인상률을 기준으로 노사 공동으로 최저임금 인상안을 결정하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
2단계는 '근로자대표-사용자대표' 중심으로 협의기구를 구성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일부 참여시키되 자문과 조정 역할에 한정하고, 전문가그룹에서 제시한 범위 내에서 노사가 실질적인 협의를 하면 더욱 효율적일 것으로 대한상의는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최저임금 인상의 최종 결정단계에서 노사 합의안을 최대한 존중하되, 합의안이 없으면 정부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최저임금위가 사실상 결정하고 노동부는 그대로 고시한다.
대한상의는 최종 결정 과정에서 노사 간 합의안이 제시된다면 노사 합의정신을 존중해 합의안을 그대로 반영하고, 만일 합의안이 없다면 객관적인 데이터와 노사 의견을 참조해 정부가 결정을 내리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성장률이나 임금인상률 등의 객관적 지표를 반영, 최저임금을 좀 더 예측 가능하게 결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