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 변호사 (법무법인 현재 강남분사무소)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우리 사회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이죠. 탐정 손수호. 오늘도 손수호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탐정에서 화기애애한 얘기를 계속 이어가봤으면 좋겠는데, 오늘 사건도 좀 무거운 사건이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 시간이 항상 그래서 안타까운데요, 범인이 누구인지는 드러났지만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사건. 바로 ‘시화공단 방화 사건’입니다.
◇ 김현정> 추석 동안 벌어진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오늘은 쭉 짚어드리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시화공단 방화 사건’이었어요.
◆ 손수호> 이번 연휴 기간이었죠. 25일 새벽 경기도 시흥에 있는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어요. 그리고 그 불로 인해 중국인 A씨가 사망했습니다. 공장 기숙사에 있던 다른 근로자 7명은 다행히 대피했는데요. 공장 야적장에서 시작된 불이 공장 건물 2동 또 주변에 있는 다른 공장 건물까지 번졌고, 2시간 만에 진화됐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주변에 있던 CCTV에서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는데요. 바로 사망한 중국인 A씨가 승용차 트렁크에서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액체를 꺼내서 플라스틱이 적치되어 있던 야적장에 뿌리는 모습이 포착됐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범인은 누구인지가 밝혀진 거예요, CCTV를 통해서. 그 숨진 중국인 A씨라는 것. 그런데 범인은 밝혀졌는데 범행 동기는 알 수 없다. 이런 거죠, 지금?
◆ 손수호> 그렇습니다. A씨가 발화 지점인 야적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에 동기를 확인하기 어려운 거죠. 만약 생존해 있었다면 여러 가지 추궁을 통해 범행 동기 등을 밝혀낼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거죠. A씨는 이 공장에서 2016년부터 1년 반 정도 일 했고 작년 10월에 그만뒀어요. 그런데 그만둔 지 약 1년 정도 지나서 갑자기 이 공장에 나타나 불을 지르고 결국 본인이 사망하게 된 건데요.
◇ 김현정> 무슨 체불 임금이 있었다든지 불법 체류자라든지 그런 거예요?
◆ 손수호> 그렇지 않아요.
◇ 김현정> 아니에요?
◆ 손수호> 그러니까 더 이상한 건데요. 조선족이었지만, 영주권이 있는 합법적인 체류자였어요. 불법 체류자가 아니었고요. 또 체불 임금도 없었고 그 회사와 특별한 갈등도 없었다고 파악되고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미궁에 빠지는 거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이 현재 방화 동기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방화범은 분명히 있는데 이유는 찾지 못하는 경우. 이런 경우가 가끔 있습니까?
◆ 손수호> 네. 있어요. 사실 유죄의 증거, 방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확보되면 피의자가 범죄 사실을 자백하고 또 왜 그랬는지 동기까지 털어놓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설령 끝까지 자백하지 않더라도 주변 정황을 통해서 추정할 수 있는 동기가 드러나기 마련이죠. 그런데 이렇게 범인이 수사 시작 전 사망한 경우에는 정확한 동기를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미제 사건 아닌 미제 사건이 되기도 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바로 ‘강진 여고생 사망 사건’.
◇ 김현정> 이건 물론 방화 사건은 아닙니다만.
◆ 손수호> 그렇습니다. 경찰이 피해 여고생의 아버지 친구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잖아요. 하지만 범행 동기 또 살해 수법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는데요.
◇ 김현정> 그것 끝내 밝히지 못했나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우리가 탐정 시간에도 소개했던 그 강진 여고생 사건인데 끝까지 동기, 살해 수법은 안 나온 거예요?
◆ 손수호>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사건 초기에 모든 걸 다 밝혀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 김현정> 그래요. 그러면 이 시화공단 방화 사건을 손 탐정은 어떻게 밝히실 겁니까?
◆ 손수호>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이 과거에도 있었어요. 그래서 과거 사건들과 비교해 보면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이 불난 공장에서 일하다 그만둔 중국인이다. 1년 지났는데. 해고된 지 1년 지났는데 방화했다. 이것뿐이에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 정도가 전부에요. 그래서 다른 그런 유형들과 비교해 보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 김현정>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라면 어떤 식이 있습니까?
◆ 손수호> 사실 방화 사건의 동기는 크게 네 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방화.
◇ 김현정> 쉽게 말해서 돈을 노리고 불을 낸다.
◆ 손수호> 보험 사기 등을 목적으로 한 거죠. 두 번째는 다른 범죄와 연관된 방화. 증거 인멸 등을 목적으로 한 거고요. 세 번째가 분노 감정에 의한 방화입니다.
◇ 김현정> 화나서.
◆ 손수호> 분노에 의한 경우도 상당히 많아요. 또 마지막 네 번째는요. 그냥 불내는 게 좋아서 하는 묻지 마 방화.
◇ 김현정> 화나서도 아니고 화도 안 나는데 이유가 없어요?
◆ 손수호> 불을 보면 굉장히 희열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요.
◇ 김현정> 여기서부터 한번 들어가 보죠, 그러면.
◆ 손수호> 그럴까요?
◇ 김현정> 제일 이해가 안 가는 묻지 마 방화. 실제로 묻지 마 방화가 그렇게 있었습니까?
◆ 손수호> 그렇습니다. 적지 않은데요.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봉대산 불다람쥐 사건’.
◇ 김현정> ‘봉대산 불다람쥐 사건’이 뭐예요?
◆ 손수호> 1994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울산 동구에 있는 봉대산 일대에서 무려 96건의 연쇄 방화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봉대산 불다람쥐’가 일으킨 방화 사건인데요. 이 ‘봉대산 불다람쥐’에게는 역대 세 번째로 많은 3억 원의 신고 보상금이 걸렸을 정도였어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역대 가장 큰 신고 보상금은 용인 50대 부부 피습 사건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건의 5억 원이었고요. 연쇄살인범 유영철, 탈옥수 신창원의 경우는 5,000만 원이었습니다.
◇ 김현정> 유영철, 신창원보다도 현상금이 더 많이 걸렸던 게 이 봉대산 불다람쥐였다는 거예요?
◆ 손수호> 훨씬 많았죠.
◇ 김현정> 그럴 만도 하네요. 96번이나 불을 질렀다면.
◆ 손수호> 봉대산 일대에 계속 불이 나니까 방화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출귀몰하게 감시망을 뚫고 다니면서 계속 방화를 했어요, 17년 동안이나. 그런데 이 방화범에 의해서 불탄 면적이 무려 축구장 114개 면적. 그래서 봉대산에는 성한 나무보다 불탄 나무가 더 많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는데. 그러던 2011년 드디어 한 아파트 CCTV를 통해서 이 ‘봉대산 불다람쥐’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 김현정>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잡고 보니?
◆ 손수호> 누구였을 것 같아요?
◇ 김현정>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 뭔가 부적응자 이런 사람 아니었을까요?
◆ 손수호> 의외로 멀쩡한 대기업 중간 관리자였고요. 50대 가장이었어요.
◇ 김현정> 아니,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50대 가장이 왜요?
◆ 손수호> 이유가 참 어처구니없는데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개인적인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불을 질렀다. 결국 징역 10년형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이런 게 있군요, 진짜 묻지 마 방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물론 이번 사건과의 유사성이 커 보이지는 않아요, 이런 동기는. 그렇다면 이제 다음으로 금전적 이익을 위한 방화 가능성도 살펴보죠.
◇ 김현정> 아까 말씀하셨듯 보험 같은 걸 노린 거?
◆ 손수호> 그렇습니다.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 하지만 이게 불난 공장의 소유주라면 또 모를까 이미 퇴사한 직원에 불과한 A씨가 이 공장에 방화를 해서 얻을 금전적 이익은 딱히 없어 보여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러면 아까 전에 또 다른 범죄와 관련된 방화들도 있다고 그러셨잖아요. 이 유형은 어떤 겁니까?
◆ 손수호> 다른 범죄의 한 부분에 해당하거나 또는 또 다른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냥 싹 태워버리는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이 가능성 역시 그렇게 커 보이지는 않는데요.
◇ 김현정> 이번 시화공단 사건에서.
◆ 손수호> 그렇습니다. 게다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도 아니고 1년 동안 떠나 있던 곳을 찾아왔다는 것을 보면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 같습니다.
◆ 손수호>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조선족으로 산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죠. 차별이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 그냥 드리는 게 아니고요.
◇ 김현정> 근거가 있습니까?
◆ 손수호> 실제로 적발된 방화 사건 중 상당수가 사회에 대한 분노 상태에서 발생하거나 또는 그 개인의 그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때 벌어지고 있어요. 이번 사건도 그럴 가능성이 상당해 보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분노도 어떤 사회에 대한 분노가 있을 수 있고 개인에 대한 분노, 개인에 대한 악감정. 두 가지는 좀 다르지 않습니까?
◆ 손수호> 물론 그렇죠. 특히 A씨가 굳이 이 공장 야적장을 찾아 불을 낸 걸 보면 특별히 과거 일터인 이곳과 관련해서 어떤 사건 때문에 악감정을 가졌을 가능성부터 생각해야죠. 하지만 그만둔 지 1년 만에 왔잖아요. 그동안 중국 국적자로 한국에 살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여서 그걸 표출하기 위해 자신이 아는 장소 중에서 상대적으로 방화가 용이한 곳을 떠올렸는데 그게 이 사건 야적장일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사회적 분노일 수도 있고 개인적 분노일 수도 있다?
◆ 손수호> 방화 관련 문헌들을 살펴보면, 분노를 원인으로 한 방화 사건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저도 사실은 몇 건 떠오르는 게 있네요.
◆ 손수호> 그렇죠?
◇ 김현정> 최근에는 종로여관 방화 사건 떠올라요.
◆ 손수호> 올해 1월에 발생했죠. 범인이 여관 주인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그러자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해서 여관 입구에 던지고 불을 붙였어요. 그런데 이 건물이 1964년에 처음 사용 승인받은 오래된 건물이고 목재 구조물이 많았는데도 스프링클러가 없었습니다. 또 새벽 3시라 다 잠자고 있던 시간이었기 때문에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죠.
◇ 김현정> 굉장히 큰 방화 사건이 됐죠. 사망자 10명.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는데 또 이런 식의 사건들 꽤 많았어요.
◆ 손수호> 거성관 방화 사건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요. 이 거성관은 대구에 있던 나이트클럽 이름이에요.
◇ 김현정> 나이트클럽 방화 사건. 90년대.
◆ 손수호> 네. 1991년이었는데요. 이때 16명이나 사망했어요. 범인이 당시 29살이었는데요. 김천에서 농사 짓던 농부였습니다. 수입이 많은 부농이었어요. 하지만 결혼을 하지 못하고 홀어머니 모시며 살고 있었는데, 그날 고향 친구 만나러 대구에 왔습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나이트클럽에 갔는데. 거기 종업원들이 복장을 문제 삼으면서 입장을 거절한 거예요.
◇ 김현정> 출입 금지가 된 거예요? 그걸 뭐라고 하죠? 그 용어들이 있던데 거기서 쓰는.
◆ 손수호> 여러 가지 속어들이 있죠.
◇ 김현정> 속어들이 있죠.
◆ 손수호> 심지어 현금 수십만 원을 꺼내 보이면서 “나 돈 많다. 나 들여보내달라.”
◇ 김현정> 내가 왜 나이트클럽 못 들어가느냐?
◆ 손수호>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종업원은 결국 쫓아냈고요. 다른 술집에 가서 홀로 술을 마셨습니다. 그러다 내가 농부라서 무시당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 김현정> 술기운에 그냥 확 분노가 치밀어 올랐겠어요.
◆ 손수호>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서 거성관 뒷문으로 들어가 무대 위에 뿌리고 불을 지른 다음 도주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16명이나 숨졌다는 거 아니에요.
◆ 손수호> 바닥에 카페트가 있었는데 타면서 유독 가스가 발생했고요. 그리고 이 나이트클럽 종업원이 누전에 의한 화재라고 생각해서 전원을 다 차단해버렸어요.
◇ 김현정> 전원 차단하면 불 다 꺼지는 거잖아요.
◆ 손수호> 깜깜한 상황에서 비상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다가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거죠.
◇ 김현정> 기억나네요, 거성관.
◆ 손수호> 종로 여관 사건, 거성관 사건. 모두 모멸감을 느끼다 분노했고, 분노를 참지 못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 거죠.
◇ 김현정> 그게 개인적인 분노, 개인적인 대상을 향한 분노고 사회에 대한 분노 유형의 방화는 저는 숭례문 방화 사건. 대표적이지 않습니까?
◆ 손수호> 그렇습니다. 2008년 숭례문, 남대문 방화 사건인데요. 당시 69세였던 범인은 토지 보상액에 불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건설사는 감정 평가를 토대로 1억 원을 제시했어요. 그런데 거기에 응하지 않고 4~5억 원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생겼는데요.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2006년 그러니까 숭례문 방화 2년 전 이미 같은 이유로 창경궁에 불을 지른 적 있었어요. 당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3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숭례문은 그 다음 두 번째 방화였던 거죠.
◇ 김현정> 이때 참 대단한 사건이었어요. 이 경비를 도대체 우리가 어떻게 하고 있었으면 숭례문에 불을 지르는데도 속수무책이었느냐.
◆ 손수호> 실제로 이 방화범이 이렇게 말했어요. 다른 곳이 아니고 이 문화재를 계속적으로 고른 이유. 경비가 허술했다.
◇ 김현정> 접근하기가 쉬웠다, 오히려.
◆ 손수호> 또 인명 피해 발생하지 않으면서 상징성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런 이야기를 해서 충격을 줬는데요. 불타는 상황이 TV로 생중계됐잖아요. 또 저는 당시 직장이 남대문 바로 옆에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더욱 큰 충격을 직접 받았는데.
◇ 김현정> 그랬던 일도 있고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도 사회에 대한 분노에 의한 거였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뇌졸중을 앓고 있던 56세 범인이 처지를 비관해서 자살 결심하고 지하철을 탔는데요. 석유 플라스틱 통에 불을 붙이고 바닥에 던져 불을 질렀는데, 정작 본인은 무서워서 도망쳤어요. 그 후 여러 가지 판단 착오 등이 겹치면서 최악의 철도 관련 사고로 이어졌죠.
◇ 김현정> 맞아요, 맞아요.
◆ 손수호> 이런 여러 가지 유형 중에서 시화 사건이 어디에 해당할지는 경찰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겠죠.
◆ 손수호> 물론 뚜렷한 증거가 있으면 구분하기 쉬운데, 화재 현장에서는 이게 참 구분이 쉽지 않아요.
◇ 김현정> 그래서 결국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면서요? 화재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게 바로 ‘단락흔’인데요.
◇ 김현정> ‘단락흔’이 뭡니까?
◆ 손수호> ‘단락’은 끊어지는 걸 말하잖아요. ‘단락흔’은 끊어진 흔적입니다. 특히 화재 현장에서 문제되는 게 전선의 ‘단락흔’이에요. 전선이 끊어진 것. 전선이 끊어져 있다면 즉 화재 현장 수습 후 전선의 단락흔이 보이면, 보통은 전기 합선에 의한 화재로 봅니다. 합선, 누전 등에 의한 화재로 보는 거죠. 그런데 중요한 건 거의 모든 화재 현장에서 이 단락흔이 발견된다는 겁니다.
◇ 김현정> 그게 방화든 전기 합선이든 실화든 간에?
◆ 손수호> 실제 누전 합선에 의해 불이 난 경우, 아니면 다른 원인에 의한 불이 나서 그로 인해 전선이 녹아 끊어진 경우. 둘 다 현장에서 ‘단락흔’은 발견되는 거죠.
◇ 김현정> 구별이 안 되는 거예요?
◆ 손수호> 네.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한 건지 아니면 화재의 원인으로 단락흔이 보이게 된 건지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국과수에 이 부분에 대한 감정을 의뢰해도 확인할 수 없다, 판단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단락흔’이라는 눈에 보이는 현상 뒤에 숨어서 방화 사건을 단순 실화나 원인 불상 화재로 몰고 가는 일이 있을 수 있죠. 그런 관행이 존재한다면 반드시 고쳐져야겠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다 보니까 결국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시화공단 화재 역시, 추석 연휴에 있었던 화재 역시 많은 피해를 냈습니다. 정확히 원인 밝혀졌으면 좋겠고 사실은 방화범이 지금 사망한 상태이기 때문에 처벌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정확히 밝힐 것은 밝히고 예방할 수 있었는데 못 한 부분은 어딘가도 짚고 그렇게 넘어갔으면 좋겠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네, 여기까지 오늘의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고생하셨습니다.
◆ 손수호> 감사합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