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이어진 학생 두발규제 논쟁…'완전폐지' 이뤄질까

2000년대 초반부터 '두발자유' 목소리 분출…학생인권조례도 영향
서울 '두발 자유화' 선언에 학교현장서 논란 재점화될 듯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중·고등학교 두발규제 완전폐지를 선언하면서 20여년간 이어진 논쟁이 다시 한번 불붙을 전망이다.

두발 자유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1990년대 간헐적으로 나오기 시작해 2000년대 초반 크게 분출됐다.

2000년 청소년들이 이용하던 인터넷 사이트가 연대해 꾸린 단체인 '위드'는 '노컷운동'이라는 두발규제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인다. 이 서명운동에는 10만명 넘게 참여했고 학생인권 문제를 표면화하는 계기가 됐다.

같은 해 '인권과 교육개혁을 위한 전국중고등학생연합'이라는 단체는 "두발규제는 학생인권 침해"라면서 철폐를 요구하는 '학교 민주화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벌였다.

학생들의 집단행동에 놀란 교육부는 각 학교에 '학생·학부모·교사 의견을 들어 새로운 두발·교복 규칙을 만들라'고 지시한다. 가위나 '바리깡'(이발기)으로 머리를 강제로 자르는 일도 지양하도록 했다. 이처럼 학생들 요구가 일부 수용되면서 당시 두발규제 반대 운동은 일단락된다.


두발규제 반대 운동은 2005년 다시 불붙는다. 당시 '일진회' 등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학교의 생활지도가 엄격해졌고 이에 학생들이 반발했다.

두발규제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두발 자유는 학생의 기본적 권리이므로 각급 학교 두발 제한·단속이 교육의 목적상 최소한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권고를 내놓기도 했다.

이후 2010년 경기를 시작으로 각 시·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서 두발규제 논쟁이 재점화된다. 2012년 제정된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학교장 및 교직원은 학생 의사에 반해 복장이나 두발 등 용모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두발규제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권위가 2016년 전국 중·고교생 6천100명을 대상으로 벌인 '학생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53.4%(3천258명)가 학교에서 머리카락 길이나 모양을 제한한다고 답했다.

두발규제가 있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은 학생인권조례 시행지역의 경우 39.6%(1천153명)였지만 시행지역이 아닌 경우 66.1%(2천105명)에 달했다.

학교현장에서는 이제 두발규제가 불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 일부라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조 교육감도 이날 "학교현장에서 갑론을박과 찬반논쟁이 일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머리카락 길이뿐 아니라 (파마나 염색 등) 제반 사항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 학생 생활교육에 큰 어려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학생들이 '교복 입은 시민'으로서 합리적인 판단기준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박모(33)씨는 "창의성이 중요하다면서 시험방식도 서술형으로 바꾸는 시대에 머리카락 길이나 모양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머리카락을 기르거나 화장을 한다고 아이들 인성이 나빠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박씨는 "교사들이 아무리 규제한다고 해도 사춘기 아이들은 꾸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두발규제는 별 효과도 없이 교사와 학생 사이만 나빠지게 했다"고 꼬집었다.

다른 중학교 교사 김모(30)씨는 "두발규제를 완전히 풀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다만 교육청이 가이드라인을 주기보다 학교구성원들이 토론을 거쳐 학칙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두발규제가 폐지됐으면 더 좋았을 거 같다"고 지적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도 "학생 머리카락이나 복장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 "초중등교육법이 두발·복장에 관한 사항을 학칙으로 정하게 한 만큼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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