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40분(한국시간 27일 새벽 2시40분)에 제73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북한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의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이끌어줘야한다. 유엔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유엔은 '누구도 뒤에 남겨놓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며 "나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유엔의 꿈이 한반도에서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지난 주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이틀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비핵화 방법론에 있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인 만큼, 유엔이 이를 적극 지지해달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나는 국제사회가 길을 열어준다면 북한이 평화와 번영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리라 확신한다"며 "한국은 북한을 그 길로 이끌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유엔이 경험과 지혜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와 별도로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안이 전세계적으로 공신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수적임을 강조한 셈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 보장, 즉 종전선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충분히 의견을 교환한 만큼, 국제사회가 미국의 결단을 이끌어낼 기반 마련에 협조해달라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들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며 "한반도는 65년 동안 정전 상황이다. 전쟁 종식은 매우 절실하다.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라고 역설했다.
또 "어려운 일이 따를지라도 남북미는 정상들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걸음씩 평화에 다가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성과에도 불구하고 북미가 비핵화 방식을 놓고 뒷걸음질쳤던 전례를 의식한 듯 유엔이 향후에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또 "구테레쉬 사무총장과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북한 선수단의 참가를 축하하고 한반도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해 줬다"며 "세계는 평화의 새 역사를 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끝난 한 달여 후,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판문점에서 처음 만났다. 유엔은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고 적극 지지해 줬다"며 "두 번째 남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번 평양 회담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진 만남에 든든한 힘이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유엔의 든든한 지원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확인으로 이어진 만큼, 앞으로도 유엔이 지원세력으로 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우리의 바람과 요구에 화답했다. 올해 첫날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한반도 정세의 방향을 돌렸다"며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대표단 파견은 평화의 물꼬를 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상기시키기도 했다.
올해 유엔총회에는 193개 회원국 중 96개국 국가원수와 41개국 정부수반 등 130여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