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지성, "'사랑꾼' 이미지? 이보영 외롭지 않았으면"

[노컷 인터뷰 ①] "'명당' 통해 편안한 접근법 생각…연기 전환점 될 수 있을 것"
"스스로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연기 힘들어…진심으로 연기하고 싶었다"
"이보영과 아이들, 가족은 내 꿈이자 내 인생의 전부"

영화 '명당'에서 흥선 역을 연기한 배우 지성.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저는 계속 진화할 겁니다."

장난같은 이 한 마디에는 배우 지성이 지금껏 걸어온 길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 영화 '명당'으로 그는 '좋은 친구들' 이후 무려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그래서 '명당'에 대한 평가나 성적과 관계없이 이 영화가 그에게는 더욱 소중하다. '명당'의 힘으로 길고 길었던 스크린 공백기를 깰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흥선군으로 영화에 누가 되지 않게, 기대감을 갖고 조심스럽게 참여하면 안될까하는 마음이었죠. 몰락한 왕족의 인간적인 한 측면을 흥선을 통해 볼 수 있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저희는 사실 다들 열심히 했느이 감동받으면서 영화를 봤어요. 결말 자체가 저는 좀 착잡하더라고요. 그 땅을 차지했다고 해서 흥선대원군이 정말 조선을 올바르게 바꿔 놓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명당'이라는 기회가 제게 있었다는 의미가 너무 커요. 제가 참여하게끔 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고요."


배우 조승우, 김성균, 백윤식, 문채원 그리고 박충선까지. 영화를 찍으며 너무도 고마운 이들이 많았다고 지성은 회상한다. 함께 호흡을 맞추며 각 배우들의 진가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일단 제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로 조승우 씨 팬이었거든요. 사실 팬심이 연기에 영향을 끼친 건 없지만 워낙 주는 에너지가 남다르니까 그걸 고스란히 받아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너무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김성균 씨는 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지 않았나 걱정이 되지만 정말 그 에너지가 인상 깊었고, 이래서 '김성균, 김성균' 하나 싶었어요. 백윤식 선생님 연기에 대한 감동 또한 잊지 않았고, 문채원 씨는 정말 짧게 나왔고, 몰입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는데 그가 보여준 에너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또 제 호위로 나왔던 배우분들, 영화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분들이 제 옆에 있어서 흥선군이 될 수 있었거든요. 그 노고에 정말 감사하죠. 지관 정만인 역의 박충선 선배는 무서워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정말 너무 따뜻한 분이에요."

지성은 스스로 자신을 '진심이 아니면 연기할 수 없는' 배우라고 이야기한다. 감정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대로 표현하고,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억지로 감정 표현을 다르게 할 수는 없다. 모든 연기에 진심을 다해 부딪치는 습성을 갖고 있다는 소리다.

"지금 제 연기가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지는 두고 봐야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지도 지켜 봐야 하고요. 연기를 하면서 그 정도의 감정이 옳다고 생각하니까 올라가는 걸 어쩌겠어요. 과할 수도 있는데 그 깨달음은 다음 기회로 넘기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배웠어요. 저만의 감정 대입법이 있겠지만 스스로 진짜라고 느끼지 않으면 흉내내기가 어렵더라고요. 촬영 시기가 되면 전원코드를 꽂은 것처럼 감정이 올라와요."

영화 '명당'에서 흥선 역을 연기한 배우 지성.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명당'에서도 이렇게 감정이 극대화된 순간이 있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할만한 장면에서 지성은 '연기를 하면서 이런 기분까지 드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자신의 느낌만큼 영화에 담기지 않아 표현 방식에 있어 고민이 생겼다고.

"가끔 연기하다 너무 몰입하면 카타르시스라고 해야 하나요? 정신을 잃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 상태가 되면 앞이 안보이고 열이 머릿속으로 폭발할 것처럼 올라와요. 김성균 씨 목에 칼을 겨누는 순간에 대사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나거든요. 정말 뒤로 넘어갈 것처럼 집중을 했는데 카메라에 별로 그렇게 담기지 않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잘 담을 수 있을지 질문이 생겼어요. 영화 촬영하다가 좀 더 편안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여러모로 '명당'을 통해 충격받은 부분이 있어서 접근하는 방식을 바꿔보려고요. 이 나이에 들어선 배우로서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지성이 처음부터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다. 데뷔 초 지성은 눈에 띄게 잘생긴 분위기와 얼굴을 가진 청춘스타였다. 당시에도 그는 '진심'을 담아 연기하고 싶었지만 대사톤을 따라가는 것조차 힘에 부쳐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런 마음만 갖고 있었지 대사 토씨 하나에 제 마음을 담아 표현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제 마음을 실을 수 있는 연기는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인생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작품으로 떼고 있는 느낌이에요. 어려웠던 시절에 연기하겠다고 뛰어들어왔을 때, 절 받아준 분들이 지금도 감동의 눈물을 머금고 잘했다고 해주세요. 제가 이렇게 성장한 모습을 보고 얼마나 대견하시겠어요. 그런 자랑거리를 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걸어가는 제 옆에는 (이)보영이와 아이들도 한걸음씩 발을 떼고 있죠. 어쨌든 제 꿈은 가족이고, 가족이 먼저입니다."

말 그대로 현재 지성의 인생 최우선순위는 바로 '가족'이다.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명당'은 이보영 씨 옆"이라고 했던 이야기도 웃자고 꺼낸 말이 아니라 그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었다. 실제 그의 삶은 아내 이보영과 딸 지유를 중심에 두고 있다.

"제 인생의 전부가 가족이고 아내입니다. '명당'이 아내 옆이라는 것도 뭘 먹는지, 입는지 이런 걸 전부 (이)보영이에게 물어봐요. 영화관을 가도 어느 자리가 편한지 보영이가 선택하면 전 그 옆인 거죠. 라디오에서 그 질문을 받고 '이보영 옆'이라고 대답할까 말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솔직히 그게 맞으니까 말을 했는데 부스 밖에서 그 얘기를 듣고 소리지르고 그러더라고요. 말하지 말걸 그랬나 싶기도 했죠. (웃음) 그런데 대중들에게 '사랑꾼'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서 칭찬받고 싶기 보다 그냥 보영이가 저랑 살면서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중요하지 저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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