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리는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오디션 때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최종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혹시?' 하는 불안감이 피어났지만, 결과는 합격이었다.
한국대학교 캠퍼스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인 만큼, 주 무대가 되는 화학과의 학생 한 명 정도이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깨졌다. 이야기의 중심에 서서 주인공 강미래(임수향 분)를 괴롭히고, 시청자에게 분노를 유발하는 현수아 역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플레이스 1에서 배우 조우리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른바 '자연미인'으로 예쁜 외모 덕에 늘 주목받았고,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해야 성이 차는 까닭에,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서슴지 않는 현수아.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으로 첫 주연을 맡은 조우리는 연기에 관해서는 논란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평소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기 싫어해, 현수아 역을 연기하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웹툰을 먼저 봤나.
연재 중일 때부터 봤는데 어느 날 드라마화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제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여러 가지 오디션 중 하나겠지, 라고 생각했다. 작품에 제가 참여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 같다.
▶ 오디션 때부터 현수아 역이 주어졌던 건가.
처음엔 역할이 없었다. 수아 역할보다는 화학과 학생 중 한 명으로 갔는데, 그 발췌 대본 중에 수아 대본도 있어서 그 대사를 하고 나왔다. 저 말고 다른 친구들도 같이 오디션을 봤고, 다 보고 집에 가는 도중에 감독님이 다시 보고 싶다고 하셔서 (가던 길을) 틀어 바로 미팅을 했다.
▶ 최종 캐스팅 소식을 보고 나서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3차 미팅까지 하고도 그렇게 많이 실감 나지는 않았다. 캐스팅이 확정되기까지 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달 넘게. 어떤 피드백이 올까 고민하면서 기다렸는데, 아무런 피드백이 안 와서 '아, 아닌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잘 본 것 같은데 왜 안 되지?'라고 하기도 했다. 내 것이 아닌가 보다 생각하다 뒤늦게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진짜 캐스팅된 것 맞나? 이러다가 안 되는 것 아닌가?' 했다. (웃음) 전체 대본 리딩하고 나서야 이 작품에 참여한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전까지는 정말, 저도 저를 더 믿었어야 했는데 약간 그런 게 있었다. 대본 리딩하고 나서 별로라고 해서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저는 아무래도 제가 오디션에 가서 그 역할을 따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그런 면에서 내성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엔 알긴 알았던 게, 다시 불러서 온 것 때문이었다. 뭔가 더 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건 같이 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지 않나. 그런 걸 보면서 조금 느끼는 것 같다. 질문을 많이 받는다든지. 아니면 그 분위기라는 게 있다. 궁금해하는 눈빛이나, '이거 말고 다른 거 해 볼 수 있어요?' 하면서 하나 더 시켜본다든가. 또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는 건 관심이지 않나. 같이 하고 싶으니까 알고 싶은 게 많은 게 아닐까.
▶ 처음에 현수아 캐릭터를 받아들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연재 중일 때 (웹툰을) 봤는데 그게 좀 시간이 흐른 뒤였다. 몇 년 전이었다. 대본을 보고 수아 대사가 너무 세서 (웃음) '원작에 있던 건가? 원작에선 어떻게 나왔지?' 찾아보곤 했다. 제가 왜 웹툰 보면서 수아를 욕했었는지 알겠더라. (웃음)
▶ 수아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참고한 게 있다면.
연기할 때 누구 한 사람을 모티프로 하진 않았다. 웹툰의 수아를 보고 연기하려고 했다. 다만, 사회에서는 모두가 많은 것을 감추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어릴 때부터 터놓고 지낸 친구하고는 다 얘기하지만, 사람도 많이 만나고 경험도 생기다 보니까 그만큼 다 얘기하지 못하고 숨기고 산다. 이런 이중적인, 수아 같은 면이 누구나 있는 것 같다.
다 살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 다 솔직해도 안 되는 사회인 것 같다. 괜히 말 잘 못 하면 핀잔도 받고 화살도 맞으니 조심성이 생기고, 말 못 하는 것들이 생기지 않을까. 어렸을 때는 패기로 앞장서고 총대 메고 그러지 않나. 하지만 자기한테 타격이 오니까 크면 클수록 숨기는 게 많아진다고 생각했다.
▶ 현수아 역을 하면서 이건 너무 이해가 안 되어서 힘들었다 싶은 장면이 있는지.
그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대사가 너무 셌다. 평소에 그런 말을 잘 안 한다. 누구한테 상처 주는 말을 전혀 안 하고, 싫어한다. 그런데 너무 상처 주니까… 그래서 축제 씬에서 쿵 왔다. 그전에는 '못되긴 못됐다' 하면서도 '이 정도쯤이야'였다면, 6회 대본 나왔을 때는 수향 언니한테 너무 미안한 거다. 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것도 최대한 모르는 것처럼 하고. 괜히 미안해서 언니 끌어안고 '수아 진짜 나빠요! 수아 정말 나빠요!' 이랬다. (웃음) 못되게 해야 하니까.
▶ 아무래도 주인공을 방해하고 괴롭히는 역할이다 보니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면이 있다. 작품을 하면서 반응을 좀 봤나.
제가 상처받을까 봐서 안 봤다. 진짜 처음에는 그런 댓글이 많았다. 조우리 성격이 현수아랑 똑같다고. 메이킹 영상 보고 (차)은우한테 꼬리 친다 이런 식으로 악플 쓰시는 분들이 있었다. 나중에는 댓글을 안 봤다. 안 보니까 마음도 편하고 연기하기 쉬웠다.
격차를 많이 두고 싶었다, 뭔가. 그래서 이 친구가 밝을 땐 정말 밝지만 혼자 있을 때는 정말 어두운 느낌을 주려고 했다. 그걸 많이 신경 썼다. 어떨 때는 이 모습이, 이럴 때는 저 모습이 나와야 한다는 식으로. 잘 웃고 밝은 사람도 집에 오면 조용한 경우가 많지 않나. 그런 걸 표현하려고 했다.
▶ 아까 수아 역할을 연기하며 이해 안 되는 게 한둘이 아니라고 했는데,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수아는 사랑받지 못했던 친구다. 그래서 사랑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몰랐다. 저는 정말 평범한 가정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느낌도 알고, 다른 사람이 행복한 걸 보고 공감해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수아랑 되게 많이 달랐던 것 같다.
▶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으로 첫 주연을 맡았다. 무게감을 느꼈나. 아니면 기대감이 있었나.
일단 작품에 폐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제 욕심보다는 드라마가 참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드라마 이렇게 사랑받고 끝나니까 기분은 좋은데, 이게 금방 잊혀질 것 같아서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빨리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
▶ 작품에 들어가면서 세운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일단 원작 팬분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연기 못한다 이런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싱크로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지만, (연기 혹평이나) 그런 게 있었으면 진짜 슬펐을 것 같은데 다행히 많이 보진 못했다. (연기 관련해서) 말은 듣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좋은 반응을 모아서 보내준 게 힘이 됐다. '너 욕 많다고 하는데 이렇게 칭찬해주는 사람도 많아' 하고, 좋은 댓글도 많았다면서 응원해 줬다.
▶ 극중 강미래 역의 임수향 씨와 가장 자주 만나고 연기를 했는데, 혹시 어떤 도움말을 들은 게 있나.
제가 어떤 대사가 있다고 하면 '언니,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언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그러면 언니는 같이 고민을 나눠주셨다. 아무래도 제가 막혔을 때 제일 먼저 찾았던 게 언니였던 것 같다. 감독님은 편집 신경 쓰셔야 하고 촬영도 하셔야 하니까 너무 바쁘시더라. 언니랑은 현장에서도 그렇고, 집에서 따로 대사 보면서 공부할 때도 전화통화 하면서 고민을 많이 나눴다. 제가 많이 의지했다. 의지하면서 같이 촬영했다.
'모던 파머' 때는 동연이가 미성년자였다. 지금 성인이 되어서 본 거다. (웃음) 회식 때 술 마시는 것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언제 이렇게 컸을까? 해서. (웃음) 근데 너무 잘하니까 경험을 무시 못 하겠다,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 또래 배우들이 많아서 현장 분위기가 더 활기찼다고 들었다.
카메라 켜져서 연기할 때도 시끄럽지만, 카메라 꺼져 있을 때도 시끄러웠다. (웃음) 에너지가 넘치다 보니까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감독님도 다 잘 들어주시고 이해해주시는 편이어서, 뭔가 다들 자기의 꿈을 펼치지 않았나 싶다.
▶ 촬영 현장에서 좋은 동료들을 만나면 뜻깊을 것 같다.
같이 소통하면서 할 수 있는 게 참 좋구나, 하고 생각했다. 전에는 어떤 작품을 해도 제가 먼저 의견을 잘 말하지는 못했다. '내가 이렇게 말해도 되나?' 그랬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뭔가 같이 소통하고 얘기하면서 하는 게 진짜 중요하구나 싶었다. 고민을 많이 했으니까, 서로 말을 많이 한 만큼 잘 보이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계속>
(노컷 인터뷰 ② 조우리 "늘 피해자가 더 주목받는 현실 안타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