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강원석은 "눈을 뜨면 시상이 떠오르고, 눈을 감아도 시상이 떠오른다"고 했다.
"독창성이 돋보이도록 고민하면서 (시어를) 길어 올리는 과정은 거의 없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시를 쓰다보니 독자들에게 다가가기도 쉽고 감동도 더하는 것 같아요."
강원석은 최근 네 번째 시집 '내 그리움이 그대 곁에 머물 때'(구민사)를 펴냈다. 그는 이 시집 서문을 통해 '눈물 같은 시를 쓰고 싶다'고 전한다. '슬픔을 참지 않고 실컷 울어 버리게 만드는, 그래서 훌훌 털고 일어나게 하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는 것이다.
'눈물'과 '위로' 그리고 '시'. 언뜻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 조합일 수도 있다. 강원석은 "누군가 나에게 묻더라. 시인은 왜 슬픈 시를 쓰느냐고"라며 말을 이었다.
"물론 기쁜 시도 써요. 그럼에도 슬픈 시가 주를 이루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사람들은 기쁠 때 노래를 부른다든지 술을 마신다든지 즐거운 놀이를 하며 삶을 즐깁니다. 그런데 슬플 때는 글을 쓰는 식으로 자기와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요. 슬픈 감정을 가라앉히는 데 큰 도움을 주니까요."
'나는 가진 게 없어/ 너에게 줄 것은/ 마음뿐이네// 한없이 넓지만/ 너 하나로 가득 찰 마음// 그 속으로 네가 온다면// 낮에는 꽃을 심어/ 마음을 가꾸고// 밤에는 별을 따서/ 마음을 밝힐게// 나는 가진 게 없어// 너에게 줄 것은/ 오직 마음뿐이네' - '마음'
◇ "시가 지닌 힘…'나만 아픈 게 아니구나'라는 공감"
"결국 '슬픔을 질질 끌지 말라' '오늘만 슬퍼하라'고 위로하는 거죠. 나 역시 시를 쓰기 전에는 다른 시인들의 시를 읽고 울면서 마치 친구에게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그렇게 슬픔을 빨리 딛고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새 시집 '내 그리움이 그대 곁에 머물 때'에는 꿈과 희망, 사랑과 위로를 주제로 한 77편의 작품이 담겼다. "그동안 독자들로부터 위로를 받아온 만큼 이전과 달리 이번 시집에는 밝고 맑은 시를 여러 편 담았다"는 것이 강원석의 설명이다.
그는 "아침에 SNS에 시를 한 편씩 올리는데 '정말 좋아요' '오늘도 시를 읽고 힘차게 하루를 엽니다' 등의 댓글이 달린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저녁에는 슬픈 시도 올리는데, 그러면 '시를 읽고 슬펐던 하루를 위로 받습니다' '나만 슬픈 게 아니네요' 같은 댓글도 접한다"며 "그렇게 항상 내가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꽃이 예쁜 날/ 책 한 권 펼친다// 책을 읽다가 꽃을 보고/ 꽃을 보다가 책을 읽고// 행여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젖은 마음 날려 버리고// 흐르는 강물 위에/ 돛단배 띄워 놓듯// 떠나가는 시간 속에/ 나를 던진다' - '초연'(超然)
그간 SNS 등으로 독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해 온 그는 새 시집 발간을 기념해 다음달 31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강연회를 연다. 시집을 낼 때마다 독자와 직접 소통하기 위해 이어온 자연스런 행보다.
강원석은 "독자들과의 소통은 늘 나를 새롭게 만든다"며 "강연을 통해 독자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드리고, 나는 시를 계속 쓸 수 있는 힘과 사랑을 받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