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마지막 순간에 찍힌 한 장의 사진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정상에 함께 올라 손을 맞잡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삼지연 공항 환송 행사를 끝으로 공군 2호기에 탑승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 등은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트랩을 이용해 비행기에 오르고, 탑승구 문이 닫힌 뒤에도 계속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문 대통령 부부도 전용기 창문을 통해 공항에 남아 있는 김 위원장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출발 직전까지도 김 위원장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고 리설주 여사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마지막까지 예를 갖췄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도 부동자세를 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 모습을 전용기 창을 통해 지켜봤다.
떠나고, 남은 남북의 두 정상은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 보고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거듭 확약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 측은 우리를 통해서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 것도 있고, 그에 대한 답을 듣길 원한다. 반대로 북한 측에서도 우리를 통해서 미국 측에 메지시를 전하고자 하는 것도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따로 전한 메지시는 무엇이었을까.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가능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이로 미뤄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협상에 나온 것이 단순히 자신과 정권의 안위를 보장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경제 강국을 건설하고 인민들이 잘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 답답하다. 미국이 믿을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잘 설득해 달라'는 등의 내밀한 얘기를 흉금을 터놓고 전한 것으로 보인다.
2박 3일간 장소를 바꿔 12번이나 만나면서 쌓인 신뢰관계가 바탕이 됐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시그널은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여전히 디테일에 숨어있는 악마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2005년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와 보상적 차원의 경제적 지원 등이 명시된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불과 며칠 만에 미국은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있는 북한 계좌를 동결시켜 버리면서 관계는 다시 급속히 악화됐다. 급기야 이듬해 북한은 핵실험까지 강행해버렸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은 설득할 수 있어도 북핵 실무 협상과 대북 제재를 관장하는 미 국무부나 재무부의 실무 관료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을 것이고, 자칫 제2의 BDA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를 의식한 듯 김정은 위원장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앞길에는 탄탄대로만 있지 않을 것이다. 생각 못했던 도전과 난관, 시련도 막아 나설 수 있다"며 "그러나 시련을 이길수록 우리의 힘은 더욱 커지고 강해지며 이렇게 다져지고 뭉쳐진 민족의 힘은 하나 된 강대한 조국의 기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도 "실무협상 단계에서는 때로는 논의가 교착되기도 하고 지연될 수도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필요하다. 미국이 북한의 의지와 입장을 역지사지 해가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조기에 재개할 것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곧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내밀하게 나눈 얘기를 전하고 빠른 시일 안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 내야한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무거운 짐을 내려 놓기가 무섭게 또 다른 큰 짐을 어깨에 짊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