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이용객은 역대 명절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고 국내 리조트 예약률도 예년보다 높아 가족여행이 명절 트렌드로 고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장인 K씨(29 경기도 거주)는 주말 포함 5일의 연휴기간과 연차를 사용하면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어 나홀로 프랑스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연휴 첫 날인 22일 출국해 파리와 인근 도시를 둘러본 뒤 1주일만에 귀국하는 일정이다. K씨는 "결혼을 하면 아무래도 길게 여행을 떠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이번 여행을 결심했다"며 "부모님께는 미리 추석선물로 용돈을 보내드렸다"고 말했다.
회사원 A씨(38세 서울거주)는 추석연휴 기간 처가 식구들과 함께 괌으로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본가에는 지난 주말을 이용해 미리 인사를 다녀왔다.
자영업을 운영중인 배 모씨(서울 거주)는 추석연휴를 이용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아들집 방문길에 오른다. 배씨는 “아들이 미국에 살고 있어 방문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지만 개천절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가 길어서 마음을 냈다”며 “미국 뉴저지에 사는 아들가족을 방문해 추석을 보낼 계획이다”고 말했다.
명절을 바라보는 생각들이 많이 달라진 요즘, 전통적인 명절 풍속도는 새로운 트렌드에 점차 자리를 내주고 있다.
객지로 나간 가족들이 모처럼 모여 화기애애한 얘기꽃을 피우고 함께 차례를 지내거나 성묘를 하는 전통적인 명절 모습을 고수하는 가정들도 많지만 그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고생스러운 차례음식 장만은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간편식'으로 대체됐고 교통체증에 녹초가 되기 십상인 고향길은 휴가지로 떠나는 홀가분한 여행길에 서서히 자리를 내주고 있다.
아예 휴양지에서 온가족이 모이는 가정도 늘어나 고향가는 길도 과거에 비해 한결 수월해지고 있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고향길이 썰렁해진 만큼 국내 휴양지 숙박업소는 명절이 오히려 대목이 됐고 올해 유가부담으로 울상을 짓던 항공사들도 높은 예약률에 연휴특수를 맞고 있다.
연휴기간 중 전체예약률은 일본 76%, 동남아 60%, 중국 75%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중국의 경우(-15%) 크게 감소했지만, 대양주와 유럽은 각각 94%로 지난해 대비 5~7%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일본.중국.동남아 예약률은 감소한 반면 유럽과 대양주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노선은 지역 불문 만석 수준이다. 파리 90%, 이스탄불 96%, 베네치아 99%, 방콕 92%, 삿포로 95% 등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연휴기간 유럽 예약률은 94.4%, 대양주 89.9%로 지난해에 비해 7.8%, 7.1% 증가했다.
LCC인 제주항공의 국내선 예약률은 90%후반대로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일본과 중국, 동남아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근거리 여행객들이 값싼 저비용항공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휴가를 이틀 정도 쓰면 장거리 여행이 가능해져 유럽으로 여행객이 몰리는 추세를 보인 것 같다. 개천절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 장거리여행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유럽이 일본이나 동남아에 비해 자연재해나 테러 안전지대인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행업계의 추세도 비슷하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19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행자 비중은 동남아 일본, 중국 순이지만, 연휴기간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유럽과 남태평양 등 장거리지역 비중이 소폭 상승했다”고 말했다.
연휴기간이 짧아 국내 리조트 예약률은 높아졌다. 대명콘도에 따르면, 18일 현재 전국 15개 지역의 호텔과 리조트 예약률이 96.4%로 지난해(95.6%)보다 높아졌다. 롯데리조트는 지난해 추석보다 높은 70%후반대의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고 수도권에서 가까운 속초는 80%를 넘어선 수준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