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완이 '선택받아야 하는 기다림'을 견디는 방법

[노컷 인터뷰] '같이 살래요' 연다연 역 박세완 ②

배우 박세완이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내방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박세완을 처음 알게 된 작품은 MBC '자체발광 오피스'였다. 본부장실 비서 업무를 보는 파견 사원 이꽃비. 모시는 상사 앞에서는 빈틈없는 일 처리 능력을 보이지만, 회사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권력 관계에 관해 신랄하게 말하는 의외성을 지닌 인물이었다. 해사한 얼굴을 하고 사내 정치 상황을 단번에 요약 정리해주는 내공을 갖춰서, 비중은 작았지만 기억에 남았다.

2016년 '빨간 선생님'이란 작품으로 TV 드라마를 시작한 그는 지난해에만 3편의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며 '열일' 했다. 올해도 50부작 '같이 살래요'를 마쳤고 영화 '오목소녀' 주연으로 나섰으며 단막극 '너무 한낮의 연애'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시작은 막연했지만, 하고 나니 연기가 '너무 재밌어서' 공연을 엄청나게 했다고 고백하는 박세완. 그는 뮤지컬을 무척 좋아해 최소 한 달에 한 편씩은 뮤지컬을 보려는 '뮤덕'이면서, 배우 김미경과 같이 연극 무대에 오르고 싶어 하는 '꿈나무'이기도 하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을 찾은 박세완을 만났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자기 생각을 회사에 분명히 전달하고, 배우라면 누구나 겪는 '선택받기까지의 기다림'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이겨내는 그의 이야기를 옮긴다.

(노컷 인터뷰 ① '같이 살래요' 박세완, 데이트 씬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유)

일문일답 이어서.

▶ 연기를 하고 싶다, 혹은 해야겠다고 생각한 때는 언제인가.

고등학생 때 보면 꿈을 정하기보다 대학부터 정하지 않나. 저도 별로 큰 꿈이 없었다. 고향이 부산인데, 성적 맞는 대학에 갈 생각이었다. 흔히들 장래희망으로 공무원을 말하니 그럼 나도? 이랬다. 포트폴리오를 써야 한다고 해서 생각해 보니, 4년 동안 앉아있는 건 못 하겠는 거다. 예체능을 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때 TV를 엄청 많이 봤다. 드라마 내용이 헷갈릴 정도로. 막연하게 연기해 보자, 과만 연기 쪽으로 가 보자 이 생각이었다.

연기학원에 갔는데 여기서 시간 보내는 게 너무 재밌더라. 무용하고 노래하고 연기 배우는 게. 학교 끝나면 빨리 나와서 학원에 갔다. 대학에서 공연을 올리고 나서 연기가 더 재밌어졌다. 그래서 공연만 엄청 했다. 선배님들 작품 스태프도 하고. 1년에 3일 쉰 적도 있다. 저는 자취하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싫어서 일부러 스태프 자처해서 공연에 참여했다.

▶ 작품을 어느 정도로 많이 한 건지 궁금하다.

공연 수는… 진짜 많은데! 1학년 때는 스태프를 무조건 해야 했다. 그런 것까지 합치면 수십 편은 한 것 같다.

▶ 공연하는 데서 재미를 느꼈다면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욕심도 있을 것 같다.

제가 뮤지컬을 되게 좋아해서 한 달에 한 번씩은 본다. 나중에 저도 공연, 연극을 되게 하고 싶다. (김)미경 쌤이랑 꼭! (웃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유리 동물원'과 '번지점프를 하다'를 꼭 해 보고 싶다. 근데 뮤지컬은 저의 영역이 아닌 것 같다. 노래를 못 해서. 저는 노래는 동전 노래방에서만 부른다.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집 근처 동전 노래방에 가곤 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빨간 선생님'의 숙희, '학교 2017'의 오사랑, '같이 살래요'의 연다연, '로봇이 아니야'의 파이 역을 맡은 배우 박세완 (사진=각 방송 캡처)
▶ 요즘도 학교에 자주 나가나.

저는 저를 못 알아볼 줄 알았다. 주말 저녁은 스무 살에게는 한창 놀 시간 아닌가. (웃음) 1학년 수업에 제가 들어갔는데 영어 수업이라 옆 사람에게 뭐냐고 계속 물어봤다. 수업 마지막에 그분이 "저희 엄마가 잘 보고 계세요"라고 했다. (웃음) 저 (차림을) 대충하고 간 적도 되게 많은데…

▶ 그럼 이제 몇 학기 남은 건가.

한 학기 남았다. (웃음) 이번 학기는 못 다녔는데, 저희는 연기 쪽이어서 한 학기는 외부 활동을 인정해 준다.


▶ 요즘 성균관대 출신 배우들이 주목받는 것 같다.

저희도 입학했을 때 교양 과목에서 송중기 선배님 같은 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웃음) 최근에는 차은우 씨가 성균관대에서 떠오르는 인물이더라. 저희 과 교수님도 엄청 좋아하셨다. 태어나서 제일 잘생긴 학생을 봤다고. (웃음)

▶ '같이 살래요' 방송 중에 영화 '오목소녀'도 개봉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감독님 빼고 스태프 전원이 다 여자였다. 감독님도 너무 착하시고, 다들 한 번도 예민하게 군 적이 없어서 웃으면서 촬영했다. 제가 (감독의 전작) '걷기왕'이라는 영화를 너무 잘 봤다. 그 주제를 너무 좋아해서 영화관에서 보면서 울었다. 그런데 저한테 먼저 연락이 왔다는 거다. '학교 2017' 끝날 때쯤에 대본이 들어와서 미팅했는데 되게 쑥스러움을 많이 타셨다. 미팅하기 전에 (안)승균이한테 얘기를 듣고 갔는데, '감독님이 너를 못 쳐다봐도 싫어하는 게 아니니까 이해해라'라고 하더라. 근데 정말 저를 못 쳐다보셨다. (웃음) 듣고 갔는데도 제가 별로 맘에 안 드시나 싶었다. 오디션만 보다가 누군가가 저를 찾아주는 게 처음이었는데, 저를 안 보시니까 뭐지? 싶었는데 결과가 좋았고 함께하게 됐다.

▶ '같이 살래요'는 끝났지만 KBS '드라마스페셜 2018'의 한 작품 '너무 한낮의 연애'가 방송(10월 5일)을 앞두고 있다.

제가 그동안 귀여운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원래 '8월의 크리스마스', '어느 가족' 같은 잔잔한 영화를 좋아한다. 항상 하고 싶었던 장르다. 수수한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그런 대본이 들어온 거다. '같이 살래요' 하는 중에 욕심을 많이 냈다. 회사에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완은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오목소녀'에서 이바둑 역을, 내달 5일 방송 예정인 KBS '드라마스페셜 2018-너무 한낮의 연애'에서 대학생 양희 역을 맡았다. (사진=㈜인디스토리 제공, '너무 한낮의 연애' 예고편 캡처)
▶ '너무 한낮의 연애'에서는 대학생 양희 역을 맡아 전성우와 호흡을 맞췄다.

'대학로의 아이돌'이라고 들었다. 대학로에서 유명한 작품은 거의 다 하셨다고. 학교 동기들이 너무 부러워했다. 저는 몰랐는데 제 친구들이 자기의 '최애 배우'랑 연기해서 부럽다고 하더라. (웃음) 제가 그 누구와 연기할 때도 별말 없었는데. (웃음) 나만 알 것 같고, 더 유명해지면 아쉬운 그런 느낌인 걸까? 저는 오히려 학교 선배여서 초반에 너무 어려웠다. 감독님이 친해지라고 둘만 남겨 놓고 나가셨는데 (긴장해서) 땀이 나더라.

▶ 정말 긴장됐겠다. 그 침묵을 누가 먼저 깨뜨린 건가.

그래도 선배님이… (웃음) 되게 말 많이 걸어주셨다. 편하게 해 주셔서 지금은 친… 친해졌다.

▶ '오목소녀'도 그렇고 '너무 한낮의 연애'도 그렇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자기 의사를 회사에 적극적으로 밝히는 편인가 보다.

하고 싶은 건 하고 싶다고 얘기하는 편이다. 저는 주춤했는데 (회사가) 권해주셨던 건 '로봇이 아니야'였다. 지금은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여자 캐릭터로서는 드문, 도전적인 걸 해서. 감독님이 귀여운 역할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 보니 털털하네요, 라고 하셨다. 그때도 저를 찾아주신 분이어서 좋았다.

▶ 배우는 특히나 다른 사람의 선택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는 직업이어서 감정 소모가 클 것 같다.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찾나.

다른 걸 해서 성취감을 얻어낸다. 운동을 많이 한다. 현대무용, 발레, 필라테스, 헬스 이렇게 4개를 한다. 하나만 하면 질려서. 이번 드라마 할 때는 쉬는 날에 (운동을) 진짜 열심히 했다. 제가 '해야 한다'고 마음먹은 건 다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더라.

▶ 평소에 댓글을 보는 편인가. 인터뷰하다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거나 아니면 안 보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아, 정말요? 어떻게 안 보지? 너무 궁금해서 보게 되던데. '듣보잡' 이런 인신공격은 걸러지긴 하더라. 하지만 저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해 주시는 분들을 보고 힘을 얻는다.

배우 박세완 (사진=황진환 기자)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이번에 커피차를 처음 받아봤다. 너무 좋았다. 클레이 인형도 처음 받았다. 사랑받는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구나 싶더라. 전에 팬 카페 생겼을 때도, 인스타 계정 만들었을 때도 감사했는데 이것도 되게 기분이 좋았다. 저를 위해 돈 쓰는 게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인스타 댓글 보면서 힘을 얻고 있다.

▶ 아주 바쁜 2018년을 보낸 소감은.

캘린더를 한 달씩 넘길 때마다 좋다. (스케줄이) 꽉 차 있어서. '같이 살래요'와 단막극 같이 하면서 두 작품 다 제가 민폐 끼치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시간 지나고 나니까 바쁘게 살아온 시간이 되게 좋더라. 누군가가 저를 불러준다는 게, 사람들이 나를 알아본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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