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인 형사사건 가운데 처음으로 실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19일 유사강간 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6년에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 80시간, 아동‧청소년 기관 취업제한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연극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을 남용함과 동시에 각자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이씨의 권력에 복종할 수 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한 범행"이라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는 자신의 행위가 연극에 대한 과욕에서 비롯됐다거나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등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며 "미투 폭로가 자신을 악인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해자들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법정 진술 내용을 봐도 (피해 시점이) 상당히 경과했음에도 일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피해자들이 실명까지 공개하면서 미투 폭로를 하는 등 고소의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여성 배우 9명을 상대로 2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추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다만 피해자 가운데 2명은 법정에서 증언을 하지 않아 진술이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씨의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이씨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행위가 추행이 아닌 연기지도 방법의 하나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신체접촉이 이뤄진 부위와 정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써 성추행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연기지도 방법으로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