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9월 18일 (화)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
◇ 정관용> 이번에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주요 장면들 여러분들도 다 TV로 지켜보셨죠? 그 가운데 우리 시각에서 좀 궁금한 점들 이모저모 살펴보는 시간 준비했어요. 국내에서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를 모셨는데요. 중앙일보의 통일문화연구소 기자부터 시작해서 북한 전문잡지 민족21의 대표를 지내셨고 북한대학원 대학교 겸임교수를 지내셨고 지금은 현대사연구소 소장입니다. 정창현 박사를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정창현>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정 박사님 평양 갔다 오신 적 있죠?
◆ 정창현> 한 20번 정도 갔다 온 것 같습니다.
◇ 정관용> 20번? 무슨 일로 그렇게 자주 가셨어요?
◆ 정창현> 취재로 간 적도 있고 역사학자 학술교류 때문에 간 적이 있고 직접 행사를 만나서 김포에서 직항을 띄워서 갔다 온 적도 있습니다.
◇ 정관용> 가장 최근에 갔다 온 게 언제입니까?
◆ 정창현> 평양은 2008년 6월달이고요. 개성은 2010년에 갔다 왔습니다.
◇ 정관용> 그래도 2008년 이후 한 10년은 못 가신 거 아닙니까? 그렇죠? 10년 만에 지금 평양 시내 TV 화면으로 보니까 많이 달라졌던가요?
◆ 정창현> 저는 하루하루 평양의 변화를 사진이나 다른 유튜브에 올라온 사진들을 가지고 점검을 하니까요.
◇ 정관용> 물론 보고 계시겠죠.
◆ 정창현> 별로 낯설은 모습은 아니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약 6년 동안 굉장히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 변화의 내용은 훨씬 화려하고 좋아졌습니까?
◆ 정창현> 첫째는 도시의 변화죠. 지금은 정상회담 기간이기 때문에 평양의 새로운 거리들, 새로 들어선 고층 아파트, 새로 들어온 상점이나 슈퍼마켓 이런 것들을 보고 있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신의주라든지 함흥, 해산, 원산 이런 지방의 주요 도시에도 지금 고층 아파트나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는 겁니다.
◇ 정관용> 평양만이 아니라.
◆ 정창현> 평양의 변화가 이제 지방에 있는 대도시로 지금 한참 확산 중에 있습니다.
◇ 정관용> 오늘 점심식사를 한 목란관.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하죠.
◆ 정창현> 북측에서 외국에서 고위 사절들이 왔을 때 항상 오찬이나 만찬을 하고 간단하게 앞에서 공연도 하는 그런 공식적으로 대통령 행사를 하는, 최고지도자의 행사를 하는 연회장입니다.
◇ 정관용> 그리고 목란이 북한의 국화라고요?
◆ 정창현> 국화입니다.
◇ 정관용> 목란이 어떤 거죠?
◆ 정창현> 우리로 치면 산함박꽃. 함박꽃나무. 그러니까 산에 보통 우리 주요한 곳에 많이 있고요. 예전에는 광화문 5번출구 앞에도 목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갔더니 없어졌더라고요. 원래는 함박꽃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꽃을 난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나무를 목란이라고 하자. 그래서 김일성 주석이 이름을 새로 붙이고 그것을 국화로 했습니다.
◇ 정관용> 제가 잘못 알고 있었군요. 저는 진달래가 국화로 알았거든요.
◆ 정창현> 보통은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일제시대 때 북한의 노래 중에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붉게 핀 진달래 이런 구절의 노래가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많이 불렸고요. 그래서 이제 진달래가 국화라고 많이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만찬한 후에 삼지연 또 모란봉악단 공연이 오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금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만찬이 아마 조금 전 시작된 모양이고 9시쯤까지 예상된다고 하거든요.
◆ 정창현> 지금 생각으로는 아마 현송월 평창올림픽 때 왔던 현송월 단장이 있는 삼지연관현악단에서 공연을 준비한 것 같습니다.
◆ 정창현> 아직은 남측에서도 익숙하지 않은데 북측에서도 익숙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북측에서는 세계적인 추세, 세계적으로 어떤 음악적인 흐름들을 조금씩 경험하게끔 하려고 하는 그런 젊은 세대들한테 그렇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 나이 든 세대들한테는 남쪽의 트로트 계열의 노래를 접촉하게 하고 젊은 세대는 지금 세계적인 팝이나 이런 새로 등장하는 음악들을 조금씩 경험하게 하는 거죠. 왜 그러냐 하면 북쪽의 젊은 세대들은 세계 속으로 나가야 될 거 아닙니까? 유학도 가고 무역하러 나가야 되고 하니까. 그런 것들에 대한 그런 문화에 대한 면역이랄까요, 사전 맛 보여주기 그런 거죠.
◇ 정관용> 사전 맛 보여주기. 지금까지 TV 화면을 쭉 보면서 정 박사님이 눈에 띈다 싶은 그런 대목이 있습니까?
◆ 정창현> 2000년, 2007년 그리고 지금 올해까지 세 번째 평양에서의 정상회담인데요. 제가 보기에는 북측이 과거보다 훨씬 유연해졌다. 격식이 좀 없이 자연스럽게 행사들이 진행이 되고 있다고 하는 그런 점이 일단 눈에 띄고요. 두 번째로는 역시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니까 무개차를 직접 최고지도자가 타고 남쪽의 대통령과 함께 연두를 쭉 행진한다든지 거리에 나와서 직접 대중들한테, 주민들한테 인사를 한다든지 이런 모습들은 북측의 정치가 상당히 안정화돼 있고 그리고 자신들이 건설한, 새롭게 건설하는 것들을 좀 보여주고자 하는 그런 의욕이 굉장히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그건 김정은 위원장의 스타일이겠죠. 그렇죠?
◆ 정창현> 첫째는 김정은 위원장의 스타일이고요. 우리가 이제 보통 김정은 또 조금 더 얘기하면 여동생 김여정. 스위스에 같이 유학했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두 사람만 얘기해서는 안 되고 이 두 사람을 떠받치고 가고 있는 40대, 50대. 이 세대가 갖는, 세대적인 특징 그리고 정책 방향, 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으면서 지금 어떤 방향으로 북측을 끌고 가려고 하는지 이것에 굉장히 주목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지금 과거의 관성처럼 최고지도자만 너무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러면 김정은을 떠받치는 40~50대는 과거세대와 결정적으로 차이가 뭡니까?
◆ 정창현> 일단은 개혁개방적 사고라고 할 수 있겠죠. 이 개혁개방적 사고라고 그러면 그게 중국식이냐, 베트남식이냐 이런 질문이 바로 들어오는데 북측에 그런 질문을 하게 되면 베트남이나 중국은 북한하고 면적이라든지 경험이라든지 이런 게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 정관용> 북한은 북한식이다.
◆ 정창현> 우리는 우리식대로 간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특구를 만들고 이렇게 자신들은 개혁개방이라고 안 하고 개발과 개방이라고 한다. 개발개방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 우리 젊은 세대들이 확고한 의지고 그러한 부분들이 지금 새로운 젊은 지도자가 수용을 해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이미 그렇게 가고 있고 그것이 평양뿐 아니라 여러 도시에서 새로운 건축붐으로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또 장마당의 확대까지 보여주고 있다.
◆ 정창현> 그렇죠. 한 2003년도에 종합시장이 용인이 됐으니까 지금 한 15년 정도 지나지 않았습니까? 그때보다 지금 한 2배 이상 종합시장의 숫자가 늘어나 있습니다.
◇ 정관용> 아마도 이런 역사적 흐름의 바탕 위에 비핵화 또 미국과의 평화협정 이런 빅딜 이야기들이 나오게 되는 것 아닐까요?
◆ 정창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 앞의 부분. 그러니까 비핵화나 이런 빅딜 부분만 자꾸 하다 보면 북측이 또다시 옛날처럼 되돌아가는 거 아니냐. 또 다른 강경 정책을 내놓는 것 아니냐 이런 분석들이 나올 수 있는데 북한 내부의 지금 변화들, 그게 세대적 변화 그다음에 경제적 변화, 새로운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시스템이 갖는 특징들. 그리고 주민들의 의식변화 이런 것들을 다 종합적으로 보면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가고자 하는 선택은 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북쪽의 집단적 선택이고 지금의 여러 조건 속에서 갈 수밖에 없는 그런 길이다.
◇ 정관용> 되돌리기는 어렵다.
◆ 정창현>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북한이 종합시장이 늘어나니까 가장 큰 도매시장인 평성시장을 물리력을 동원해서 해체를 했습니다. 막으려고 해 봤던 거죠. 그랬더니 그 규모의 시장이 주변에 3개가 더 생긴 겁니다. 보통 풍선효과고 하는 거죠.
◇ 정관용> 풍선효과.
◆ 정창현> 그러니까 이건 이제는 우리로 치면 공권력을 동원해서 이 대사를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러한 흐름 속에서 체제에 위협이 안 되는 그런 개발과 개방의 길이 어떤 것이냐. 그런 것들에 집중적으로 연구를 하게 되고 하나씩 수용을 하게 된 것이죠.
◆ 정창현> 파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본 것 중에는 2008년 북경올림픽 때 삼성에서 홍보티로 삼성코퍼레이션 티셔츠를 중국에 많이 뿌렸습니다, 홍보용으로. 그런데 이게 압록강을 건너가서 북측의 젊은 세대들이 그걸 입고 다니는 걸 봤습니다. 영어로 써 있는 거. 그러니까 그게 남쪽의 어떤 삼성전자인지를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것들이 중국을 통해서 북측에 들어가서 되고 있고 또 이런 대형 모니터라든지 이런 것들은 삼성 것들이 많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그런 것들을 북한 지도부가 묵인까지는 하는 거잖아요.
◆ 정창현> 자신들이 그러한 수준의 제품들을 이제 생산하는 것이 과제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과거에는 단속을 해야 되는데 이게 단속으로는 안 된다. 자신들도 그런 제품을 만들어낼 수준에 가야 이게 없어진다라고 하는 형태로 사고가 바뀌고 있는 겁니다.
◇ 정관용> 이번 대통령을 수행하는 분들도 아마 방북교육을 따로 받아야 되는 모양이에요. 그 관련된 기사를 제가 읽었는데. 방북교육 이재용 부회장도 최태원 회장 같이 가서 받았다는데. 거기에 이런 항목들이 있어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라. 개혁개방, 탈북민 언급을 자제하라. 이건 금방 이해가 됩니다. 숙소에서 대화할 때 TV를 켜라. 이건 도청 위협 때문입니까?
◆ 정창현> 보통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다음에 명함을 주는데 주소나 전화번호, 이메일 등이 표기된 명함의 전달을 자제하라. 아니, 명함을 주는데 전화번호, 이메일이 없으면 뭐 하러 줘요?
◆ 정창현> 그건 북측에서 혹시라도 그런 메일이나 그런 주소로 선전물을 보낸다든지 어떤 메일을 보낸다든지, 일방적으로. 아니면 일상 정보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혹시나 그럴까 봐 주의사항으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 정관용> 그래요. 이런 게 또 궁금했고. 3702번 쓰시는 분 이런 질문을 보내주셨는데 김정숙 여사 개별 화면은 왜 안 보여주는 건지 궁금해요. 이거 정 박사님한테 물어보면 알까요?
◆ 정창현> 지금 옥류아동병원이나 김원균 명칭음악종합대학을 가는데 아직 화면에 안 들어온 거죠.
◇ 정관용> 다 찍고는 있겠죠?
◆ 정창현> 찍고는 있습니다. 지금은 회담하고 만찬 부분 보여주기 때문에 화면이 평양에서 오는 것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그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옥류아동병원, 김원균 명칭음악종합대학. 이름이 왜 이렇게 어려워요? 김원균 명칭음악종합대학이 뭐예요?
◆ 정창현> 북측에서는 항일혁명운동이라고 하죠. 독립운동에 기여한 사람이나 해방 이후에 사회주의 건설에 여러 분야에 기여한 분의 이름을 따서 대학이나 거리 이렇게 이름을 붙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거리가 많지 않습니까? 세종로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음악을 대표하는 음악가가 바로 김원균입니다. 그래서 북쪽의 애국가를 작곡을 했고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작곡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북쪽에서는 내세울 만한 거죠. 그래서 평양음악대학을 새로 현대적인 학교로 바꾸면서 거기에다가 김원균의 흉상을 세우고 이름 자체를 김원균 명칭이라는 걸 붙여준 겁니다.
◆ 정창현> 저는 지금 정상회담이 오후에 있고 내일 오전에 하는데 저는 그 회담은 굉장히 잘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러냐 하면 북측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한테 친서를 보내면서 비핵화의 시간표를 제시를 했기 때문에.
◇ 정관용> 임기 중 이렇게.
◆ 정창현> 그 단어 속에는 여러 가지 북쪽의 시간표라고 하는 것은 영어로 치면 로드맵이거든요. 일정한 물밑에서 그런 부분들이 서로 오고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것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을 하고 거기다가 우리가 미국에 전달할 수 있는 좀 더 깊은 이야기, 이 정도를 주고받는 것은 대체로 김정은 위원장이나 북측의 지금 협상 전략가들 입장에서는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회담 그 자체보다는 정상회담 끝나고 어떤 특별한 행사. 지난번 판문점 도보다리같이 뭘 할 것인가 봤을 때 그게 북측의 선택지가 많지 않아요. 예를 들면 우리 대통령께서 백두산 트래킹 얘기를 하셨지 않습니까? 그런데 백두산에 삼지연공항이 있는데 우리 전용기가 거기 착륙을 못 합니다.
◇ 정관용> 공항이 작아서.
◆ 정창현> 작기도 하고 여러 가지 기상 관제시스템 이런 것 때문에 그래서 거기는 좀 어렵고 또 하나가 있는데 묘향산 특각입니다. 여기는 왜 유력한 부분이 있냐 하면 94년도에 처음 정상회담을 합의했을 때 그때 김일성 주석이 김영삼 대통령을 모시고 바로 묘향산에 가서 특별한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그건 불발됐죠.
◆ 정창현> 불발됐죠. 그러니까 이거를 다시 한 번 재현하려고 하는 그런 의도가 있을 텐데 저는 그것보다는 지금 김정은 시대의 가장 큰 치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원산 개발.
◇ 정관용> 원산.
◆ 정창현> 그래서 올 때는 서해직항로로 왔으니까 갈 때는 원산에 잠깐 들러서 동해 직항로로 내려가는 건 어떻겠느냐. 이런 이벤트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정관용> 평양에서 비행기 타고 원산에 내려서 잠깐 둘러보고 오는 이런 거.
◆ 정창현> 아니면 원산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 정관용> 알겠습니다. 북한 최고 전문가는 정상회담은 관심 없고 어디 가는지가 관심이 있답니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 소장이었어요. 고맙습니다.
◆ 정창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