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 文 방북 동행 재벌총수, 풀어놓을 보따리는?

대북제재 유지되는 상황이라 제한적일듯

삼성과 SK, LG 등 4대 그룹 가운데 3개 그룹 총수가 직접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하면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특히 삼성 총수로서는 사상 처음 방북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나서면서 이 부회장을 포함해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 등 총수들이 풀어놓을 ‘방북 선물보따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여전히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들 총수들이 풀어 놓을 수 있는 보따리에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차 정상회담 때인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북한 평양 인근에 있는 전자제품 조립공장에서 ‘임가공’ 형태로 브라운관 TV를 생산하는 경협을 시행한 적이 있다.

부품을 배로 실어 보내면 북한 근로자들이 매뉴얼에 따라 조립한 뒤 완성품을 다시 우리나라로 가져오는 형태로 연간 2만대 정도 규모로 TV를 생산한 적이 있다.

2010년 천안함 사태로 대북제재에 들어가면서 이 임가공 TV 사업은 중단된 채 지금까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LG 역시 평양근처 공장에서 브라운관 TV를 생산한 적이 있는데 중국법인의 일부 조직으로 ‘NK팀’을 운영하면서 북한에서 전자제품을 생산한 경험이 있다.

LG는 지난 96년부터 평양에서 21인치 TV를 연간 1~2만대 정도 생산했지만 역시 천안함 사태로 중단됐다.


삼성 총수 가운데는 처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방북길에 오르고, 두 번 모두 방북했던 아버지 고 구본무 회장에 이어 지난 6월 회장에 취임한 구광모 LG 회장도 첫 번째 외부행사로 평양행을 택하면서 삼성-LG의 경협이 가동된다면 우선 ‘전자제품 조립’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영우 SK증권 수석연구원은 17일 “저임금 숙련공이 필요한 디스플레이 모듈 조립등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단기적으로는 가전제품 조립이 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휴대폰 제조도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언제 막힐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주력 생산라인을 넣기는 힘들것”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방북길에 오르는 SK도 이번 방북에서 어떤 형태의 MOU를 체결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손에 잡히는 무엇인가를 할 수는 없으며 제재가 풀릴 경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양대 전자공학부 송용호 교수는 “총수들이 방북길에 나서면서 대북 경협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유엔차원의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협력원칙을 선언하는 정도를 넘어서기는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 김현수 팀장은 CBS노컷뉴스에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에 대해서는 가능한 제제의 틀안에서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화된 사업추진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측 경제관료들과의 면담도 예정돼 있는 만큼 공식적인 의제논의 자리는 아니라도 북한이 바라는 경제발전 모델과 경제협력 방향에 대해 들어보고 우리가 생각하는 협력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하면서 상호간의 간극 줄이고 공감대 형성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무엇을 요구할 지는 들어봐야 알 것”이라면서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형태의 SOC개발 참여에 대한 요구 등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이번 방북단에는 투자를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주요 그룹 총수들의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경제인들은 리룡남 북한 내각 부총리와 면담도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북측이 어떤 구체적인 요구를 전달하고 총수들에게 경협의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문고리는 아직도 여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등 3대 그룹 총수가 직접 방북하더라도 풀어 놓을 수 있는 보따리에는 현재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