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공무원 징계 '0명'...정의로운 국가 맞나?"

131명 징계 권고안 무시하고 4명만 수사의뢰
11개월이나 조사한 결과를 무력화 시킨 것
산하기관 처벌 더 힘들게 가이드라인 준 셈
공무원은 어쩔 수 없다? 적폐청산 전면거부
블랙리스트 문제 잊는 건 역사적 책임 망각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9월 17일 (월)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원재 문화연대 정책센터 소장

◇ 정관용> 박근혜 정부 당시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참 어마어마한 문제였죠. 그래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이 돼서 조사를 끝낸 후에 문화체육부를 향해서 징계권고안을 또 낸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징계권고안을 놓고 문화체육부가 검토 끝에 징계안을 발표했는데. 이거 너무 미흡하다, 이런 목소리가 예술계에서 터져나오네요. 문화연대 정책센터 소장이시고요. 바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대변인으로도 활동하셨던 이원재 소장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이원재> 안녕하세요.

◇ 정관용> 진상조사위원회는 전원 민간인으로 구성된 위원회였나요?

◆ 이원재> 아닙니다. 위원회는 이제 민간인도 참여하고 있고 또 참여했었고 그 전체의 공동위원장이 도종환 장관이셨고요. 그렇기 때문에 또 당연직으로 문체부의 주요 책임자들이 참여하는 4명 정도의 장관을 포함한 문체부 직원이 참여하고 그다음에 17명의 민간위원이 참여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문체부 공무원들도 함께한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 결과. 그때 징계권고안에는 상당히 대상자가 많았지 않습니까?

◆ 이원재> 네, 131명을 권고를 했고요. 사실 이제 그게 많다고 보실 수도 있겠지만 블랙리스트 범죄라는 건 굉장한 규모의 시간과 규모를 갖고 있는 국가범죄였고요, 아시는 것처럼.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시기까지 거의 2만여 명에 이르는 문화예술인들을 사찰, 검열, 지원배제 이런 국가범죄여서 그걸 다 조사하고, 완벽조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위원회는 강제조사권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진술과 자료로만 보더라도 2만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에 피해를 준 국가범죄여서 131명을 그 책임 규명안이라는 걸로 소위 말하는 처벌이죠. 그래서 징계와 처벌에 대한 것을 131명을 권고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검토 끝에 지금 문화부에서는 어떻게 결론을 내렸습니까?

◆ 이원재> 조금 충격적인데요. 이제 이게 위원회가 지난 6월달에 약 11개월의 활동을 마치고 뭐 굉장히 다양한 활동들을 했는데. 그중에 책임규명한 131명을 권고했는데, 그 결과를 문체부가 두 달 정도 법리검토를 했는데, 그 결과로는 사실은 수사의뢰 7명과 그다음에 12명에게 주의조치. 사실은 징계대상자가 권고만... 131명은 산하기관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래서 공무원만 보면 이제 60여 명 정도가 되는데 그 중에서 사실 징계대상자 중에서 단 한 명도 징계를 하지 않은 겁니다. 그냥 주의만 12명을 주겠다고 한 거죠, 수사의뢰를 제외하면.


◇ 정관용> 수사의뢰 7명, 주의 12명.

◆ 이원재> 그렇습니다.

◇ 정관용> 산하단체분들은 그럼 추가로 또 조치가 있나요?

◆ 이원재> 산하단체들은 사실은 이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라든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렇게 여러 영화진흥위원회..이렇게 기관별로 자체 징계위원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징계위원회 이제 그걸 밟아야 되는데 이번 문체부 결과를 보면 그것도 기대하기가 힘들어졌죠. 왜냐하면 문체부의 핵심적인 주장이 아무도 징계할 수 없다고 지시했기 때문이다라는 건데,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논리로 따지면 소위 말하는 산하기관. 저희로 따지면 그런 전문기관들은 문체부 지시에 의해서 한 거거든요. 그러면 더더욱 그쪽은 처벌이 힘들다라는 논리를 오히려 가이드라인을 줬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죠.

◇ 정관용>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 또 댓글조작 등에 대한 수사 등등 재판까지 진행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실제로 보면 검찰에서 기소한 것도 그렇고 재판 판결도 그렇고 대체로 상부 지시를 받은 실무자 선들은 다 빠지지 않나요? 그런 걸 문체부 입장에서도 법리검토 과정에서도 고려 안 할 수 없었던 거 아닐까요.

◆ 이원재> 그런데 이렇게 다시 저희는 또 질문하고 싶어요. 사실 우리가 늘 역사적으로 등장하는 게 친일청산을 못했다. 그리고 또 군부독재 때도 청산을 못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공무원은 사실 헌법 7조라든지 공무원법에 의해서도, 엄밀히 말하면 공무원은 책임이 있는 거죠. 자기 공직의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법이 말하는 것처럼 국민 전체에 대해서 봉사하고 그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이 보장해 주는 이유는 반대로 말하면 법리적인 책임을 지거나 법칙을 위반했을 경우에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된다라는 걸 의미합니다.

그런데 늘 이제 "시켰기 때문에 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조건 다 처벌해라 이런 게 아니라 각각의 공무원은 공무원의 권한만큼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거고요. 거기에 대해서 부당한 지시를 우리가 거부할 수 있는 거고. 그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걸 오히려 이렇게 무력화하기 때문에 늘 그냥 그런 조직 이기주의 아니면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 이런 것들로 늘 처벌을 면해 왔죠.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 조직 안에서 상관없다, 이렇게 우리가 국민을 위해서 봉사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국가권력의 코드 맞추면 나중에 또 정권도 바뀌는 거고 우리 조직은 늘 살아남는다 이런 것들이 바로 적폐인 건데. 그 적폐청산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혐의를 받고 있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황진환기자)

◇ 정관용> 그런데 제가 지금 여쭤본 건, 법리검토라고 하는 게 이렇게 징계를 했을 때는 또 해당 공무원이 징계에 불복해서 소송까지 갈 수 있지 않습니까?

◆ 이원재> 그렇죠.

◇ 정관용> 그렇게 소송까지 갔을 때, 이건 상부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지금 다른 재판들을 보면 대체로 그런 실무자선들은 아예 검찰 측에서 기소조차 안 하는... 이걸 문체부는 고려 안할 수 없지 않았을까 저는 그 질문이었어요.

◆ 이원재> 그 부분도 좀 설명을 드리면 두 가지 부분이 있는데요. 하나는 일단 지금 이번 발표에서 문체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어떤 태도입니다. 예를 들면 위원회가 11개월 가까이 조사해서 권고한 내용을 거의 정면으로 반대하는,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내놨는데 거기에 대한 법리적 근거를 하나도 내놓은 게 없어요. 아까 말한 대로'지시를 따랐을 뿐이다' 외에 이분들이 예를 들어 거꾸로 말하면 법을 위반했다는 걸 적시해서 권고를 했는데 그 예를 들면 그들은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든지 아니면 그들이 어떤 '잘못했지만 우리는 처벌하지 않겠다'는 그걸 어떻게 사회적으로 해결할 건지에 대한 의견이나 어떤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게 첫 번째 문제고요.

두 번째로 말씀하신 부분은 그것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가. 사실은 국가는 그 소송을 무책임하게 소송을 남발해라 아니면 법적 근거가 없는데 고발해라 이런 게 아니라요. 그럴 리도 없고, 국가나 행정이. 그런데 오히려 그런 소송들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이런 적폐나 불법행위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오히려 이후에 공직자들이나 공무원들이, 이런 부분들 국민들이라든지 범죄인에 대해서 좀 더 많이 고민하고 두려워해야 되는 것들을 해야 되는데... 사실 그것이 번거롭고 또 그 소송을 이유로 계속 그런 식으로 면책해 주는 것들이 너무 관성화되고 관료주의화가 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또 한 가지만 더 여쭤보면 그 블랙리스트 수사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던 유진룡 전 장관 저희 프로그램에 직접 나와서 장시간 인터뷰도 한 바 있는데. 상부에서는 관련 자료를 다 파기하라고 지시를 했는데 그 지시를 따르지 않고 실무자들이, 특히 과장급 이하의 실무자들이 그 자료들을 다 모아갖고 있었다. 그 자료를 다 수거해 가지고 모아서 특검 측에다 다 넘겼다, 이런 중요한 진술도 했고. 그리고 그런 식의 상부지시까지 어겨가면서 자료를 그냥 보관했다는 점도 있고, 어쩔 수 없는 강요로 이루어진 거니까 과장 이하 실무자는 면책돼야 한다는 걸 아주 강조했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원재> 일단 사실 전 장관을 하신 분이 그렇게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과장이나 직급 일종의 가이드라인입니다. 그래서 과장 이하는 처벌하지 않고. 이런 건 그 마음이 선한 의지라고 하더라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그건 각각의 역할들과 책임을 확인해 봐야 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적극적인 고발자 분명히 있습니다. 문체부 안에서도 어려운 시기에도 그것들을 양심을 지키고 그런 역할을 하신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은 당연히 법적으로 고려가 돼야 되는 것이고요. 그렇지 않은 부분까지 다 어떤 조직적으로 직급으로 계급으로 환원을 해서 면책을 해 줄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각각의 공무원의 역할에 대한 말 그대로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것이죠. 그리고 국가는 거기에 대한 규칙과 법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책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아까 언급하셨듯이 도종환 장관도 진상조사위원회 공동위원장이라고 하셨잖아요. 본인도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한 그 위원회의 권고를 이렇게 지금 이원재 소장 표현에 의하면 완전히 무시하는 그런 결정은 왜 내렸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 이원재> 저는 현실적인 여러 가지 관료주의의 힘이 그만큼 강력하다고 생각하고요.

◇ 정관용> 관료주의?

◆ 이원재> 그렇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우리 사회 안에서 이 블랙리스트 문제라는 게 얼마나 엄정한 문제인지를 벌써 많이 망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역사적 책임이 존재하는 것이고요. 사실은 우리가 역사적 국가폭력이나 범죄를 길게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 가까이도 조사를 하고 연구를 하고 거기에 대한 죄를 묻기도 하죠. 그런 부분에서 블랙리스트는 이제 사실 시작된 건데, 너무 이런 블랙리스트에 대한 어떤 공직자들 조직을 보호하고 블랙리스트의 피로감을 말하는 것들은 사실은 너무 국가범죄와 폭력을 가볍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울림을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책임에 대해서 그렇게 좀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박근혜 정부 한-불 수교행사 블랙리스트 사건 조사결과 브리핑 중인 이원재 소장 (사진=이한형기자)

◇ 정관용>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건가요?

◆ 이원재> 일단 내일 오전에 전 위원들의 입장표명이 있습니다. 입장표명을 통해서 사실 이제 단순히 블랙리스트 문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기억하시겠지만 블랙리스트 포함해서 적폐청산이 국정과제 1호입니다. 과연 이런 결과를 놓고 어떤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것처럼 정의로운 국가라고 기대를 할 것인가. 이런 부분에서는 이제는 대통령이 그리고 정부가 이 블랙리스트 문제의 적폐청산에 대해서 입장을 내야 될 때라고 생각하고요. 그것을 요구할 거고요.

장기적으로 만약에 이런 부분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수용되지 않는다면, 사실은 저희가 누구를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 이 아니라 블랙리스트의 진실을 사회적으로 토론하고 의미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내용에 대한 실명공개라든지 이런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서 블랙리스트의 문제가 그냥 쉽게 처리될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토론돼야 된다라는 것을 계속적으로 제기하는 활동을 여러 형태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문화연대 정책센터 이원재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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