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을 하루 앞둔 17일 현 감독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설렘과 긴장이 섞인 목소리였다. 현 감독은 "남북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각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남북 교류에 대한 실무자들이 논의를 할 기회가 왔다"면서 "탁구는 단일팀의 원조였던 만큼 이번에도 좋은 성과를 내서 스포츠 전반에 걸친 남북 교류에 힘을 싣고 싶다"고 밝혔다.
현 감독은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 당시 남북 단일팀의 핵심 멤버로 여자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북한 에이스 리분희와 함께 복식조를 이루며 함께 땀과 눈물을 흘린 사연은 영화 '코리아'로도 제작될 만큼 깊은 울림을 줬다.
리분희와 재회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현 감독은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언니를 만나지 못했다"면서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분희 언니와 재회를 요청해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 감독은 2020년 3월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8월 도쿄올림픽에서도 단일팀 출전을 바라고 있다. ITTF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세계선수권은 이변이 없는 한 단일팀이 가능할 전망이다.
문제는 도쿄올림픽이다. 출전 선수 명단을 늘려야 하는데 일본 등 경쟁 국가들이 단일팀의 전력 상승을 우려해 반대할 가능성이 적잖다. 현 감독은 "이번에 올라가서 올림픽 단일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해볼 생각"이라면서 "2년 뒤 세계선수권 단일팀이 된다면 올림픽의 발판을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년 반 이상 시간이 있는 만큼 그동안 활발한 남북 교류가 이뤄져야 단일팀도 힘을 받을 수 있다. 현 감독은 "이제 곧 실업탁구리그가 열리는데 북한 팀도 기회가 되면 특별팀으로 출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유남규, 김택수 등 동료 지도자들도 같은 의견"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탁구인들은 북한팀이 참가하면 리그 활성화와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택수 남자 대표팀 및 미래에셋대우 감독은 "코리아오픈 때 북측 선수들을 보니 국제대회 경험이 적을 뿐 실력은 수준급"이라면서 "오히려 기본기는 남측 선수들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유남규 삼성생명 여자팀 감독도 "함께 훈련하고 경기한다면 남북 모두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현 감독은 실업리그 개막 당일 방북하는 것이다. 현 감독은 "갑자기 북한으로 가게 돼서 예선리그는 벤치에 앉지 못할 것 같다"면서 "마지막 날인 22일 미래에셋대우와 최종전에는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그러나 우리 팀도 중요하지만 한국 탁구의 미래를 봐야 한다"면서 "잘 마무리하고 돌아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7년 전 탁구 단일팀의 기적을 이뤘던 현 감독이 또 한번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