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앞서 유출된 문건에서 개발 후보지로 포함됐던 수도권 지자체 주민들 사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과천시민 동의 없는 택지지구 지정을 반대한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공개한 신규 공공택지 지정 계획에 포함됐던 과천시내에는 개발에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여기저기 내걸렸다.
계획에 따르면 과천의 경우 선바위역 일대 115만6천㎡ 규모의 유휴부지를 개발해 주택 71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이 검토중이다.
과천시 부림동에 사는 박모씨(57‧여)는 "사당역까지 가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며 "도로망을 잘 뚫어놓고 하던지, 급하게 응급실에 가려해도 차가 막혀서 못 가는 상황에서 또 주택을 지으면 어떻하냐"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과천 주민들은 비상대책위까지 꾸려 택지 개발을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송재헌 비상대책위원장은 "과천시 인구가 5만명인데, 현재 이 지역에서 진행중인 물량만 과천정보지식타운 8천 가구와 주암지구 6천 가구까지 1만4천가구에 이를 정도로 공급은 이미 충분한 상황"이라며 "10년째 지지부진한 사업은 제쳐두고 또 새롭게 7천 가구를 짓겠다는 정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안산 "서울 사람들이 여기까지 내려오겠나?"
또다른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는 경기도 안산시도 반대가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택지지구 지정을 반대하는 글에는 3천명이 넘는 안산 주민들이 서명했다.
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안산시에서 신규 택지가 추진되고 있는 곳은 두 곳이다. 162만3천㎡ 규모의 택지에는 9천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며, 745㎡ 규모의 택지에는 7710 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문제는 안산시의 경우 이미 올해 입주 폭탄이 예고돼 있어 택지개발로 인해 아파트가 추가 공급될 경우 공급과잉으로 대폭적인 집값 폭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까지 안산시에서 예정된 아파트의 입주 물량은 총 6810가구에 이른다. 이어 내년에 4589가구, 2020년 1만175가구 등 꾸준히 입주가 진행될 예정이다.
안산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금도 매물이 넘쳐나는 데, 또 개발되면 안산은 정말 쑥대밭이 될 것"이라며 "서울 사람들이 여기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내려 오겠냐?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며 일축했다.
이어 "서울 집값 잡는데, 왜 우리가 희생을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에는 이미 공급된 주택 물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별다른 교통대책도 마련된 게 없고, 기반시설 또한 부족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게 반대의 가장 큰 이유다.
◇ 세입자들 기대감… 정부 "구체화 되면 지자체와 협의할 것"
반면 이번 공공택지개발의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집없는 세입자들의 경우 기대감을 나타냈다.
과천의 한 세입자는 "우리같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집들이 많이 들어서면 좋다고 생각한다"며 "임대주택들이 많아지면 세도 좀 내려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공공임대 비율을 지자체와 협의할 것이라 밝혔지만,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취지를 고려하면 임대주택 비율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 검토중인 단계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사전 유출된 지역을 포함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후보지가 구체화되면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