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집값 잡겠다고 기준금리 인상?… 논란 가열

2005~2006년 콜금리 인상에도 서울 아파트값 급등

(사진=자료사진)
이낙연 국무총리를 필두로 한 여권발 기준금리 인상 압박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독립성 훼손 논란과 함께 특정 지역의 집값만을 겨냥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부작용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 여권發 금리인상 압력, 한은 독립성 훼손

"(기준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는 이 총리의 13일 국회 발언에 윤면식 한은 부총재가 다음날 "금리는 한은법에 의해 금통위가 중립적,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고, 통화정책을 부동산 가격 안정만 겨냥해 할 수는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채권시장은 진정되지 않았다.

연중 최저점을 경신하던 국고채 금리는 연 이틀 상승(채권값 하락)했다. 14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960%로 전일 대비 3.9bp(1bp=0.01%포인트)올랐다.

경기둔화와 저물가로 꺼져가던 연내 금리인상의 불씨를 이 총리가 다시 지핀 셈이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이 총리의 발언은 채권시장에 약화됐던 연내 금리인상 기대감을 되살린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권이 한은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금융권 고위 인사는 "정부가 금리정책까지 동원해 집값을 잡고 싶은 생각이 강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한은법으로 중립성을 보장받은 통화정책이 정부에 휘둘려 시장의 신뢰를 크게 훼손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만을 잡기 위해 경제전반에 무차별적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칼을 빼들 수 있느냐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성장과 고용 등 경제지표가 부진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내수를 위축시켜 침체의 나락에 빠져들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정지역의 자산 가격에 집중해서 금리정책을 사용하면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전체 거시경제 흐름과 물가 움직임을 보고 통화정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준금리 인상, 집값 잡기 효과 있나

설령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실제 2005년~2006년 한은이 콜금리를 올렸을 당시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폭등세를 멈추지 않았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한국은행이 2005년 10월, 1년만에 콜금리를 3.50%로 0.25%포인트 올렸지만 11월 서울 아파트가격은 전월대비 0.24%, 12월에는 0.55%로 오히려 상승했다.

또 이듬해에는 1월 0.93%, 2월 1.12%로 더 뛰었고 한은이 2005년 12월에 이어 2006년 2, 6, 8월 잇따라 콜금리를 4.50%까지 올렸지만 2006년 11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6.23%까지 폭등했다.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경우 15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특히 82조 7000억원(지난해 말 기준 150만명)에 이르는 취약차주의 부채도 큰 부담이다.

"빈대 잡자고 원자폭탄 떨어뜨리는 격(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 여권발 금리인상 압력에 한국은행 입지 더 좁아져

지난해 11월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추가인상 깜박이를 켜놓고도 10개월째 동결중인 한은은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7,8월 금통위에서 잇따라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는 등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여 놓았지만 각종 지표는 부진하거나 더 나빠지고 있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치 2.9%보다 0.1%포인트 낮게 나왔고 연간 성장률 2.9% 달성도 멀어져가는 양상이다.

또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4%로 나오는 등 11개월째 1%대에 머물면서 한은의 목표치인 2%대에 한참 밑돌고 있다.

10월이나 11월 금통위에서 잠재성장률(연 2.8%~2.9%) 수준의 성장세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올리려 해도 여권발 금리인상 압박으로 오히려 금리를 올리기가 더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한은은 지난 2014년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로 화답해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려 해도 올릴 수 없지 않겠느냐"며 한은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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