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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교육부, '사립유치원 회계' 국가관리 포기 (계속) |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위해 추진하던 국가시책사업을 돌연 중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17개 시도교육청에 '유아교육정보시스템 구축 운영'에 따른 특별교부금 예산 배분액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 중 '사립유치원 행정지원시스템 구축 운영' 예산으로 6억6,000만원을 책정했다. 공문은 이 예산이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투명성과 업무 효율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 운영을 위한 것이라도 밝혔다.
교육부는 이 예산을 배정한 이유에 대해 "정부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공공재원 투입이 확대됨에 따라 책무성 확보를 위해 유치원 회계 투명화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2017년 2월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개정을 공포하고, 유치원 회계시스템 구축을 2017년 내부 검토했으며, 시스템 구축을 위한 마스터플랜 연구를 위해 특별교부금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예산은 올해 2월 갑자기 사업 중단 결정으로 인해 예산 6억6천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교육부는 이 특별교부금 사업의 중단 사실을 시도교육청에 공문도 내려보지 않은 채, 문의를 받고서야 '구두'로 중단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이러다보니 시도교육청 담당자들은 왜 이 사업이 중단되었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사립유치원 회계운영지도점검 담당자는 "지난해 10월 이 예산이 특별교부금 예산으로 통보되어 확실히 내려올 것으로 알고 7,500만원을 잡아 놨는데 안 내려왔다. 그래서 올 상반기에 교육부에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니까,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해서 사업이 중단된 사실을 알았다"며 "사업 중단 통보 공문은 없었고, 구두로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 권지영 과장은 "올해 2월 이 사업 중단이 결정되어, 예산 감액 공문을 교육부 관계부서인 지방교육재정과에 보냈을 뿐, 시도교육청에 별도로 보내지 않았다" 시인했다.
◇중단 사유도 설명도 없이 일방적 '구두' 통보, '담당과장 전결'로 결정"
이 사업 중단 사유'에 대해서도 권 과장은 "내부 결재이기 때문에 중단 사유가 안 적혀 있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구축 사업 추진은 지난해 9월 사립유치원장들이 반발해 집단휴업을 일으킬만큼 중대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그렇다면 이 사업 중단 결정은 누가 했을까? 놀랍게도 '담당과장 전결'로 이뤄졌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회계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공개발 소프트웨어는 민간 소프트웨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향 평가를 받도록 되어 있고, 마침 경기도청의 어린이집을 위한 무료 회계프로그램 개발사업 분쟁이 보고되어 '회계시스템 구축사업'의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민간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관련 정책연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 설세훈 국장은 "사립유치원 회계의 투명성을 위해 교육부가 개발하는 회계프로그램을 모든 사립유치원에 배포하려고 했는데,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막힌 것이다"고 설명했다.
◇민간 개발 소프트웨어 권한 침해 소지는 핑계…진짜 이유는 사립유치원 이익 대변하는 교육부의 태도
과연 교육부 당국자들이 내세운 이유 즉, 민간 개발 소프트웨어 권한 침해 소지가 정부 개발 유치원 회계시스템 구축 사업 취소의 진짜 이유일까?
이 시스템 구축의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본질적인 이유는 사립유치원들의 반발을 핑계로, 사실상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교육부의 태도이다.
2010년에도 경기도교육청이 유치원 회계시스템 시범사업을 마치고 실행에 들어가기 직전에 사립유치원이 반발하자 교육부가 무산시켰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행태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사립유치원 행정지원시스템 구축·운영'은 유치원 예산·결산 관리와 수입·지출 관리 등 회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유아교육 담당자 회의를 열어 '유아교육종합정보시스템' 구축 추진 계획 설명회를 가졌다.
이 계획 추진 일정에 따르면 유아교육정보시스템 마스터플랜과 실행계획을 지난해 8월까지 수립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사업을 추진해 올해 8월까지 마치도록 짜여졌다.
이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됐다면 올해 8월에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을 비롯한 '유아교육종합정보시스템' 구축이 이미 완료됐겠지만, 완성을 코앞에 두고 교육부가 중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국가 차원의 사립유치원 회계관리시스템 구축, 완성 직전에 좌초… 2010년 상황 반복
이 사태의 이면에는 사립유치원들의 집단 반발이 자리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주관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지난해 2월 유치원·어린이집 실태점검 결과 및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실태점검에서 9개 시·도 사립유치원과 어린집 95곳을 감사한 결과, 91곳에서 부당회계 운영 609건, 205억원이 적발되었다.
이 방안이 발표된 이후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들은 집단 반발했다.
어린이집의 경우 지난해 6월 경기도 남경필 지사가 '경기도 어린이집 회계관리시스템' 도입을 추진했으나 어린이집연합회 반발로 무산되었다. 또 최근 경기도 이재명 지사가 이달부터 "경기도 어린이집 회계관리시스템'을 전격 시행하자 어린이집들이 집단 반발을 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지난해 9월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과 국공립유치원 확대 중단을 내세우며 집단휴업을 예고했다가 철회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내건 이 두 가지 주된 요구는 집단휴업의 명분일 뿐이고, 속내는 정부의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그 하나가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개정이고, 다른 하나가 회계시스템 구축이다. 재무·회계규칙 개정안에 유치원 회계 세입·세출 예산 과목을 신설한 것은 회계시스템 구축의 선행 조건이기도 하다. 사립유치원이 정부 지원·보조금을 얼마나 받고 썼는지 알기 위해 항목을 세세하게 규정한 것이다. 이는 또한 회계시스템 입력 항목의 통일성을 부여한다.
지난해 2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유치원 회계 세입·세출 예산 과목을 신설한 재무·회계 규칙 개정안이 9월 1일부터 시행되고, 급기야 유치원회계시스템 구축 사업이 특별교부금 사업예산으로 편성되어 완성단계에 임박하자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사활을 건 투쟁에 나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2010년에도 '유아교육종합시스템 구축'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주관으로 정보화전략계획 수립이 추진되었다
이 계획은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에듀파인(지방교육 행정·재정통합시스템) 등 기존 정보시스템과 연계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 사업의 시범기관으로 선정된 경기도교육청은 '유아교육종합정보시스템'의 서버구축, 방화벽, 보안문제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시행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시스템 시행을 바로 앞두고 사립유치원 대표 회의를 가졌으나 이들이 반발하자, 교육부는 이를 구실로 '유아교육 종합정보시스템' 사용 중단 지시를 내렸다.
◇사립유치원 반발로 국가시책사업 포기하는 나쁜 선례… 김상곤 장관· 유은혜 후보자는 입장 밝혀야
2010년이나 2017-2018년 상황이나 '유아교육 종합정보시스템' 시행이 눈 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사립유치원의 반발로 무산되는 나쁜 선례가 되고 있다.
이번 '유아교육종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중단은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진보인사라고 하는 김상곤 장관 재임 중에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대표적 '교육 적폐' 사안이다.
이 사안은 법 개정 사항도 아니고, 당초 계획대로 추진만 하면 되는 건데 교육부 스스로 개혁을 포기한 것이다.
장관 교체기에 있는 교육부·김상곤 장관은 '유아교육종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이 완성 직전에 '과장 전결'로 실종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유은혜 장관 후보자 역시 본인이 작년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때 중재를 선 당사자인만큼, 인사청문회에서 '유아교육종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