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들은 대체적으로 이 같은 결정에 한국 정부에 감사함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난민 불인정 결정을 두고 법무부가 난민 인정 해석을 소극적으로 적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 "이번 결정으로 보호받는 기분…감사하다"
"우리를 받아줘서 너무 감사하다."
이날 오전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만난 A(43)씨는 인도적 체류 허가가 나오자 기뻐하며 이같이 말했다.
예멘에서 공무원이었던 A씨는 다섯 명의 딸, 부인과 함께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했다.
A씨는 "내전 상황인 예멘으로 돌아갔다면 가족의 생명이 위태로웠겠지만, 이번에 인도적 체류허가가 나와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해 거주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또 다른 예멘인 B(34)씨도 "오늘 심사 결과로 보호받을 수 있어 안정을 느낀다"며 "아름다운 제주에 가족과 함께 계속 머물 계획"이라고 말하며 이번 결정을 반겼다.
현재 제주 예멘 난민심사 대상자 484명 가운데 440명(90%)의 면접이 완료됐다. 법무부는 이들 중 인도적 차원에서 보호 필요성이 높은 미성년자, 부상자, 임신부 등 23명에 대해 1차적으로 인도적 체류 허가를 해줬다.
이들에게 부여된 체류기한은 모두 1년이고, 출도제한도 풀린다. 관할 출입국·외국인청으로부터 연장 허가를 받을 경우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내전 상황이 종료되면 송환된다.
법무부는 이들이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 지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 한국사회의 이해 등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체류 예정지 관할 출입국·외국인청 관서를 중심으로 시민단체 등과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해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고, 국내 생활 적응 여부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 시민단체 "난민 불인정…국제 심사기준에 부합 안해"
법무부는 이번에 인도적 체류 허가 결정이 난 23명에 대해서 면접과 함께 테러혐의, 마약검사, 국내·외 범죄경력조회 등 엄정한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특이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들이 내전 상황에서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에 입국했지만, 난민법상 5대 박해 사유인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에 해당하지 않아 난민 지위는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현재 예멘 내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추방할 경우 생명 또는 신체의 자유가 침해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 난민법 제2호·제3호에 따라 인도적 체류 허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무부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난민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난민 심사 기준이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난민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와 난민네트워크는 법무부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국제기준을 엄정히 준수하는 심사로 예멘 난민들을 보호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내전이나 강제징집 피신'은 가장 전통적인 난민 보호 사유 중 하나로 결코 그것만으로 난민 지위 부여를 회피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체적인 난민협약상 사유와의 관련성을 고려한 심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내전 중이라는 현지의 사정을 고려해 심사 결과를 발표한 법무부의 입장이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인도적 체류허가는 이름과 달리 인도적인 결정이 아니라 취업 허가만 주어질 뿐 의료보험을 포함한 4대 보험, 교육받을 권리 등 사회적인 권리가 배제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도적 체류 지위를 받은 23명의 예멘 난민들의 상황은 당분간 한국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만 확인됐을 뿐 사실상 결과 발표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현재 진행 중인 예멘인들에 대해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심사를 진행하는 한편, 인도적 체류허가를 포함한 정착지원 제도의 공백을 직시해 인도적 체류자의 처우에 관한 제도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이번에 심사 결과가 나온 예멘인 23명을 제외한 461명에 대해 면접절차와 신원검증 절차를 진행해 10월 중 최종 심사결정을 내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