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 변호사 (법무법인 현재 강남사무소)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굉장히 피곤해 보이시네요?
◆ 손수호> 네. 늦게 잤어요.
◇ 김현정> 탐정 준비하느라고?
◆ 손수호> 몇 시간 못 잤어요.
◇ 김현정> 사실은 어제 새벽 3시까지 이 내용 가지고 고민하셨다는 얘기를 조금 전에 들었어요. 그러니까 그만큼 요즘 아주 뜨거운 관심사고 또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되고 아주 핫한 이슈라는 얘기입니다. 뭐 가지고 오신 거예요?
◆ 손수호> 며칠째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건인데요. 자동차 정보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 사건 관련 호소 글이 올라왔어요.
◇ 김현정> 거기서부터 시작이 됐어요.
◆ 손수호> 그래서 ‘보배드림 성추행 사건’으로 불리는데요. 저희는 ‘곰탕집 강제추행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 김현정> 장소가, 벌어진 장소가 곰탕집이어서?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정말 주말부터 큰 화제였죠?
◆ 손수호> 인터넷 기사도 굉장히 많이 올라왔고요.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에서도 순식간에 2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동의를 했어요.
◇ 김현정> 벌써요?
◆ 손수호> 네. 게다가 이례적으로 법원이 1심 판결에 대한 설명까지 했거든요, 하지만 1심 판결 결과는 납득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현재 항의 시위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과, 곰탕집에서. 나 그런 적이 없다는 남성이 아주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손 탐정님이 풀어갈 생각이십니까?
◆ 손수호> 소재가 아주 민감하잖아요.
◇ 김현정> 맞아요.
◆ 손수호> 또 시기적으로도 참 예민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 사건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요. 팽팽히 맞서고 있는 양측 주장을 비교해서 과연 실제로는 어떤 일이 있었을지 짐작해 보려 합니다.
◇ 김현정> 굉장히 여론이 들끓는 이슈기 때문에 뉴스쇼에서 소개해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지만 이모저모 취재한 결과를 통해 접근 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곰탕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 손수호> 이 남성 A씨는 부산 지역에서 일하는 자영업자예요. 그런데 본인이 속해 있는 단체가 있는데요. 이 단체는 각 지역마다 여러 지회가 있어요. 다른 지회 사람들을 만나러 대전에 있는 한 곰탕집에 갔습니다.
◇ 김현정> 모임 하러.
◆ 손수호> 네, 여기에서 부산 지역 회원, 대전 지역 회원들이 모인 거예요. 한 30명 정도 모여서 함께 식사를 했는데요. 먼저 일어나서 집에 가려는 회원을 배웅하려고 A씨가 나섰어요. 그리고 다시 식당 안쪽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일행이 아닙니다. 우연히 이 식당에 와서 식사를 한 여성.
◇ 김현정> 다른 고객?
◆ 손수호> 네. 그 여성과 마주쳐서 스쳐지나가게 됐어요, 그런데 이 여성이 “A씨가 내 엉덩이를 만졌다”면서 항의했고, A씨는 “그런 적 없다”고 주장 한 거죠.
◇ 김현정> 현장에서.
◆ 손수호> 그러다 남성 A씨 일행과 여성의 일행이 심한 몸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A씨는 먼저 현장을 떠났고요. 잠시 후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하면서 몸싸움 벌인 사람들이 경찰서에 가게 되죠.
◇ 김현정> 식당이면 CCTV가 있잖아요.
◆ 손수호> 네. 있었어요.
◇ 김현정> 여러분, 이 CCTV를 보실 수 있는 분들은 보셨으면 좋겠는데요. 포털사이트에 가서 보배드림 성추행. 이렇게 치시거나 유튜브로 보시는 분들은 거기서 보배드림 성추행 이렇게 하면 CCTV 영상 확인 가눙합니다. 그렇죠?
◆ 손수호> 네. 많은 분들이 이미 보셨을 테지만, 영상을 보시면서 방송 들으시거나 아니면 방송 후에 영상을 보시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그런데, 영상이 있었지만, 카메라 각도상 신발장에 가려져서 이 둘 사이의 신체 접촉 여부가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손과 엉덩이 부분은 신발장에 가려져서. 저도 수십 번 봤거든요.
◆ 손수호> 저도요.
◇ 김현정> 그런데 진짜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걸 CCTV만으로는.
◆ 손수호> 하지만 강제추행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다는 이유 등으로 1심 재판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남성이 엉덩이 성추행한 것 맞다, 유죄.
◆ 손수호>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그래서 징역 6개월형 선고 받고 법정 구속돼서 지금 구치소에 있어요.
◇ 김현정> 징역 6개월이요? 그런데 이게 화제가 된 이유는 그 남성의 아내가 글을 올리면서부터죠.
◆ 손수호> 네. 보배드림 사이트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아내가 직접 올린 건데요, 당시 남편 A씨가 추행할 상황이 아니었고 증거가 없는데도 고소인 여성의 진술만을 근거로 유죄 판결 받았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내용이었죠.
◇ 김현정> 지금 있는 건 여성의 말밖에 없지 않느냐? 억울하다.
◆ 손수호> 많은 네티즌이 여기에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의심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었고요. 이들이 “억울하면 판결문을 공개하라”고 하자, 정말 A씨 아내가 실제 판결문을 인터넷에 공개했어요. 그런데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며 그 내용이 자연스럽다고 적혀 있고, 이게 유죄의 중요한 근거로 활용됐습니다.
◇ 김현정> 피해 여성의 진술이 구체적이다, 일관되다, 내용이 자연스럽다.
◆ 손수호> 그렇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판결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한 거 아니냐고 주장하기 시작했고요. 더 나아가 성범죄 수사와 판결이 피해자에게 유리하도록 치우쳐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이제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이 넘고 이렇게 이슈가 된 거군요.
◆ 손수호>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그 남성 A씨는 1심 유죄 판결 받은 지금도 계속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거고요?
◆ 손수호> 네, 1심 유죄 판결이 잘못됐다면서 항소해서 2심 재판 준비하는 중인데요. 이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A씨의 지인과 여성의 지인이 잇따라 온라인에 글을 올렸어요. 그 글 때문에 이 사건이 더욱더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 과정을 객관적으로 전달 해 주신 건데. 그래서 손 탐정이 보기에는 어느 쪽 말이 맞는 것 같습니까?
◆ 손수호> 원래 변호사는 주장과 설득을 하는 사람이고요. 판단은 판사가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판사가 아니니까 지금 단계에서 섣부르게 한쪽 손 들어주기는 어려운데요.
◇ 김현정> 어렵죠.
◆ 손수호> 하지만 오늘 특히 이 주제를 꺼낸 이유는 바로 양측 주장을 꼼꼼히 따져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따지다보면 어느 방송 청취자보다 수준 높은 “김현정의 뉴스쇼” 청취자들이 각자 나름의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CCTV도 같이 보시고요. 그러면 누구의 주장부터 볼까요.
◆ 손수호> 먼저 여성 측부터 보죠.
◇ 김현정> 피해 당했다고 주장하는 쪽.
◆ 손수호> 만약 실제로 강제추행이 있었다면, 즉 정말 남성이 여성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면. A씨는 지인과 이야기 나누고 식당 안으로 돌아가는 길에 신발장 옆에 있던 이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지나갔다는 건데. 그 시간은 불과 1초예요, 영상만 보면.
◇ 김현정> 그러면 쥐었다 치면 그 쥔 시간이 1초다?
◆ 손수호> 네. 그렇다보니 1초 너무 짧은 거 아니냐. 이건 불가능하다. 이렇게 생각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실 1초 동안 다른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지나가는 게 물리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죠.
◇ 김현정> 하려고 하면 1초 아니라 더 짧게도 할 수도 있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CCTV 영상을 보면 남성 A씨가 이 여성을 보면서 걸어간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다른 곳을 보면서 가다가 이 여성을 힐끗 한번 보고 지나치고 곧바로 이 여성이 항의하고 이렇게 되던데요?
◆ 손수호> 식당에서 식사하다가 미리 눈 여겨 봤을 가능성도 있어요. 그리고 또 설령 그때 처음 이제 보게 됐다 하더라도, 실제 강제추행 유죄 사례들을 보면 전혀 알지 못하는 여성을 지나치면서 빠르게 기습적으로 만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A씨 역시 그랬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거죠. 그리고 또 이 여성이 A씨가 지나갈 때 반대쪽을 향해 서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만약 신체 접촉이 전혀 없었다면 이 A씨가 자신의 뒤를 지나가는 것을 알고 곧바로 손 잡으면서 항의하기는 어려웠겠죠.
◇ 김현정> 그러면 어쨌든 신체 접촉은 있었을 거다. 여기까지는 어느 쪽 주장이든 여기까지는 객관적으로 맞는 것 같다, 이 말씀이세요?
◆ 손수호> 이쯤에서 한번 식당 주인 이야기 한번 확인해 보죠. 이 문제의 그 지점. 그 지점이 굉장히 좁은 통로입니다. 서로 사람들이 왔다 갔다 교차해서 이동하는. 그런데 주인에 따르면, 평소에도 그 지점에서 손님들이 서로 부딪치는 일이 많았다고 해요.
◇ 김현정> 좁더라고요, 길이.
◆ 손수호> 또 A씨 측도 신체 접촉이 있었을 가능성은 인정했어요. 다만 좁은 곳을 지나가면서 어쩔 수 없이 자기도 모르게 닿았을 수 있다는 거지 고의적으로 추행한 건 절대 아니라는 주장이죠. 또 영상에 이런 게 나옵니다. 남성 A씨가 그 장소를 지나가면서 양손을 앞으로 모으는 장면이 나와요. 그런데 해석이 다릅니다. A씨 측에서는,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고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 거다.”
◇ 김현정> “내가 사람들 많은 복잡한 데서 이런 접촉 없게 하려고 손까지 모았던 사람인데 그런 내가 엉덩이를 잡았겠느냐?” 이런 얘기예요.
◆ 손수호> 그렇죠. 반면 여성 측은, “아니다. 이건 강제추행 후 이어진 연속적인 동작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완전 다른 해석.
◆ 손수호> 정반대죠.
◇ 김현정> 그런데 신발장에 가려져서 정확히 그 1초를 알 수 없는 거. 그런데 CCTV 영상은 그거 하나뿐인가요?
◆ 손수호> 이 부분도 논란이 있었죠. 여성의 한 지인이 인터넷에 글을 올렸어요. CCTV 영상이 더 있다. 공개된 그 영상 하나가 아니다.
◇ 김현정> 더 있다?
◆ 손수호> 그래서 여러 영상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유죄가 증명된 거라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A씨의 지인이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영상 하나뿐이라면서 법적 대응까지 거론했는데요.
◇ 김현정> 결과는, 결론은 뭐예요? 팩트는 뭐예요? 있어요, 없어요?
◆ 손수호> 확인해 보니 식당에 8대의 CCTV가 있었어요, 그런데 문제의 그 지점을 찍는 카메라 한 대뿐이었습니다. 영상도 하나라는 얘기죠. 그리고 또 흥미롭게도, 지금 공개된 그 영상, 결과적으로 1심 재판 유죄의 증거로 쓰였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A씨가 무죄 증거라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거였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CCTV 영상 외에 다른 어떤 증거, 증인은 없는 겁니까?
◇ 김현정> 말린 거다? 너 좀 나가 있어. 이렇게?
◆ 손수호> 네. 자리를 피하도록 조치한 거라고 반박하는 거죠. 그리고 그 후 몸싸움 과정에서 누가 누구에게 어떤 행위를 했다. 어느 쪽 피해가 더 크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하지만 사실 잘 생각해 보면 이건 강제추행이 있었는지 여부와 직접 관계는 없죠.
◇ 김현정> 그렇죠. 두 집단 간의 몸싸움하고 강제 성추행하고는 다른, 전혀 다른 거니까. 그러면 CCTV 하나 외에 다른 추가 증거는 없다는 얘기네요?
◆ 손수호> 네티즌들이 이렇게 이야기해요. 여성이 그때 입었던 옷이 있으니까 움켜잡았으면 지문 남았을 거 아니냐.
◇ 김현정> 지문.
◆ 손수호> 그런데 옷의 소재가 지문이 남기 쉽지 않죠. 또 이 일은 10개월 전의 일입니다. 그때 옷이 지금 그때 상태 그대로 보존됐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봐야죠.
◇ 김현정> 그렇네요. 여기까지가 여러분, 여성 측의 주장입니다. 그러면 법정 구속돼서 지금 구치소에 있는 남성의 주장을 따라가 보죠.
◆ 손수호> 이날 모임이 부산이랑 대전에 있는 두 단체 회원이 모여서 친목 다지는 자리였어요.
◇ 김현정> 그 여성이 여기 회원은 아닌 거죠?
◆ 손수호> 아닙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남성이 속한 단체가 큰 행사를 하는 자리였다.
◆ 손수호> 네, 그런데 이 A씨 남성가 이 모임의 준비위원장이었습니다. 행사 실무를 담당하고 있었고요. 그렇다 보니 상당히 어려운 사람들을 모시는 자리였어요. 할 일도 많고 바쁘고. 많은 사람을 챙기는 그런 자리였죠. 그런 와중에 모르는 사람을 추행할 이유가 전혀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는 거죠.
◇ 김현정> 이게 남자 주장입니다.
◆ 손수호> 네. 하지만 우리가 많은 사건을 보면서 알 수 있듯, 그럴만한 장소와 시간과 상황이 아닌데도 범죄는 벌어지죠. 따라서 이것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요. 다만 먼 지역에서 열리는 모임의 실무 책임자로 참석한 사람이 우연히 스치듯 지나치게 된 여성을 보고 순간적으로 추행할 마음을 먹고 행동에 옮겨서 엉덩이를 움켜쥔 뒤 모른 척했다. 이걸 의심 없이 선뜻 믿으려 해봐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죠.
◇ 김현정> 그런데 이거 이제 반론으로 피해 여성은 뭐라고 그러냐면. 아니,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내가 주장할 이유도 없지 않느냐. 여성 입장에서 뭘 얻겠다고 내가 그러면 없는 얘기를 지어냈다는 얘기냐. 이렇게 얘기할 수 있잖아요.
◆ 손수호> 재판부 역시 그런 쪽에서 생각 한 거죠. 판결문에 이렇게 기재했어요. “남자의 손이 스친 것과 움켜쥔 것을 착각할 만한 사정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입장에서 착각할 이유 없다는 거죠.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여성이 합의금 노리고 연기한 거 아니냐는 의심도 해요.
◇ 김현정> 합의금.
◆ 손수호> A씨의 아내가 여성 측으로부터 합의금 1,000만 원 지급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여성 측은 합의금을 먼저 요구한 적 없고 오히려 남성 측이 합의을 먼저 해왔지만 이걸 거절했다고 반박했어요. 이처럼 양측 주장이 상반되는데요. 여기에 대해서 A씨의 한 지인은, 양측 변호사 사이에 합의 이야기가 오갔던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당사자는 모르게 변호사들끼리 합의금 얘기를 했다?
◆ 손수호> 그럴 수도 있죠. 물론 당시에는 양 당사자 중 누군가 자기 변호사에게 요청해서 실제 이야기가 오갔지만, 이제 와서 그 얘기 퍼지면 안 좋을 것 같으니 모른 척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또 상대방을 떠보기위해 전략적으로 한 말일 수도 있죠. 그 당시 어떠한 상황에서 합의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 얘기 나왔으니까 더 이어나가면요. A씨의 사선 변호인이 중간에 사임했습니다. 그 후 국선 변호인이 이어받아 재판 마무리했는데요. 여성 측이 이렇게 주장해요. “이거 봐라. 유죄 판결 예상되니까 변호인이 사임한 거 아니냐.” 하지만 A씨 측은 이렇게 반박합니다.
◇ 김현정> 남성 측.
◆ 손수호> “나는 너무 억울한데, 변호인이 자백하고 합의하자고 권유했기 때문에 의견이 달라서 갈등이 생겨 사임한 거다.”
◇ 김현정> 그 얘기는 남자는 나는 이게 단 돈 벌금 100만 원이 나오든 200만 원이 나오든 무죄다. 무조건 무죄인데 지금 내 변호사는 자꾸 이거 별거 큰 거 아니고 벌금 조금 내면 넘어가니까 합의합시다. 이런 식으로 하자고 했다?
◆ 손수호>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서 의견 대립이 생겼다?
◆ 손수호> 얼마든지 그런 일 생길 수도 있죠.
◇ 김현정> 잠깐. 지금 청취자 한 분이 문자 질문을 주셨는데요. 그 남성 A씨가 혹시 동종 전과 같은 게 있냐는 질문이 지금 들어왔어요. 혹시 이게 좀 한 번 했던 사람이 또 하고 이런 거 우리 과거에 많이 봤잖아요.
◆ 손수호> 왜냐하면 검사가 벌금 300만 원 구형했거든요. 그런데 그보다 훨씬 높은 징역 6개월형이 선고됐어요. 그래서 A씨에게 동종 전과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맞아요.
◆ 손수호> 그런데 판결문에 이런 표현이 있어요. “초범임을 고려하더라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즉 초범이에요. 전과 없는 거죠. 다만 1심은 유죄라고 보면서, A씨가 여성과 합의하지 않았다. 반성하지 않고 있다. 여성이 상당한 수치심을 느꼈다. 여성이 엄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점을 형량에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A씨 입장, 남성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합의를 하거나 반성의 기미를 보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였으니까 반성을 사실은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거네요?
◆ 손수호> 그렇죠. 그래서 형사 재판에서 “검사가 잘못 기소한 거다, 나 억울하다” 이렇게 끝까지 버티는 건. 위험 부담이 커요.
◇ 김현정> 왜요?
◆ 손수호> 혹시라도 내 주장이 잘 전달 안 돼서 유죄 판결 받게 되면 훨씬 엄하게 처벌받기 때문인데요. 저도 1심 강제추행 유죄 판결 받고 온 걸 2심과 대법원에서 무죄로 바꾼 적 있고 또 지난 주에도 무죄 판결 하나 받았는데요. 하지만 이게 정말 무서워요. 변호 활동 잘 해서 정말 판사를 설득할 수 있을까? 혹시라도 실패하면 우리 의뢰인만 억울하게 더 엄벌 받는 것 아닌가? 선고 그 순간까지도 변호사들은 굉장히 고민하고 걱정하기 마련이죠.
◇ 김현정> 그렇군요.
◆ 손수호> 그래서 변호사 입장에서는요. 끝까지 싸울 건지 아니면 합의금 지급하고 합의해서 낮은 형량 기대할 것인지 잘 판단해야 되고요. 실제 그 범죄 저질렀는지와 관계없이 그런 판단의 기로에 항상 놓이게 되거든요.
◇ 김현정> 그럴 수 있겠네요, 지금 듣고 보니까.
◆ 손수호>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기소해서 형사 재판으로 보내버릴 수 있는 검사가 힘이 있고 무서운 겁니다.
◇ 김현정> 그럼요. 지금 보면 청취자들이 질문 엄청나게 주시는데 정말 이야기를 쭉 듣고 보니까 남성은 계속 결백을, 1심 유죄가 나온 지금도 주장하고 있고 증거라고는 CCTV 하나인데 그것도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하고 그런 상황에서 그럼 유죄 판결이 나온 근거는 뭔가가 궁금하시대요.
◆ 손수호> 그 이야기는 남성 입장에서의 주장이고요. 이번 1심 판사는 그렇게 보지 않은 거예요. 이 정도 증거면 충분히 유죄 확신할 수 있다고 본 거죠.
◇ 김현정> 증거가 또렷하게 손에 움켜쥐는 게 있지 않아도?
◆ 손수호> 네. 1심 법원은 그 증거들만 가지고도 충분히 의심의 여지없이 유죄 확신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그 부분은 오해가 없으시길 바라고요. 실제 성범죄 사건 대부분이 남들 눈에 잘 안 띄는 곳에서 이루어져요.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그렇다 보니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고, 또 고소인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판사들도 이런 재판이 참 힘들다고 이야기하죠.
◇ 김현정>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고 내용이 자연스러운 것. 이게 이렇게 되면 일단 유죄를 인정하는 쪽으로 지금의 추세는 가는 건가 보죠?
◆ 손수호> 이게 옳은 거라고 볼 수 없지만요, 검사는 수사 결과 좀 애매하더라도 일단 기소해서 법원에 판단 책임을 미루고, 또 법원은 ‘설마 검사가 아무 것도 없는데 괜히 기소했겠어?’라고 생각하면서 성범죄 유죄 심증을 가지고 재판을 시작하고. 이러면 억울한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 김현정> 물론 이 사건이 어떨지는 우리가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그 CCTV밖에 없는데 그 CCTV로는 모르겠어요.
◆ 손수호> 저도 잘 모르겠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여성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고 자연스러운 것. 이것이 훨씬 힘을 갖게 되는 상황인 겁니다.
◆ 손수호> 그리고 그 여성이 수사 기관에서 진술만 한 게 아니라 법정에 나와서 증언도 했거든요. 그때 어떤 표정과 태도로 증언했는가. 이것도 판사가 유심히 봤을 겁니다.
◇ 김현정> 그건 우리가 또 알 수 없는 거니까.
◆ 손수호> 그렇죠.
◇ 김현정> 다만 워낙 지금 이슈가 되고 있고 청원이 20만 건이 넘어가는 사건이라 여러분들께 이 이슈를 알려드려야 되기 때문에 저희가 양쪽을 취재를 꼼꼼히 해서 양쪽의 주장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성범죄 사건의 경우 무고 수사를 뒤로 미루게 됐고,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수치심 느끼지 않도록 하는 여러 장치들도 마련됐고, 또 양형 기준도 전보다 많이 높아졌으니, 일단 성범죄를 유죄로 보는 듯 한 그동안의 흐름은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흐름은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 추정의 원칙’과 ‘증거 법정주의’에 어긋나는 면이 있고,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에 따라야 한다는 법언에도 어긋날 수 있거든요.
◇ 김현정> 2심을 지켜보도록 하죠. 손수호 탐정님, 수고하셨습니다.
◆ 손수호> 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