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떠도는 부동자금 7월 1105조원, 집값 급등에 영향

2002년· 2006년 집값 폭등 때에도 유동성 증가율 12.5%~14%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이 1100조원을 웃돌고 있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중 부동자금은 7월 1105조181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자금을 한국은행 등이 따로 공표하진 않는다.

한은이 발표하는 통화지표인 M2(광의통화)에서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양도성예금증서(CD),종합자산관리계좌(CMA),환매조건부채권( RP)에 6개월 미만 정기예금과 금융투자협회의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을 더한 금액이다.

7월말 잔액기준 현금통화는 99조3337억원, 요구불예금은 219조8394억원, 수시입출금식저축성예금은 517조9911억원, MMF 69조6113억원, CD 27조 4527억원, CMA 44조4936억원, RP11조 5387억원 등이다.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은 87조2425억원, 증권사 예탁금은 27조6780억원 등이다.

그래픽=스마트뉴스팀
부동자금은 지난 6월의 1117조3565억원에 비해선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1100조원을 넘어섰다.

6월보다 소폭 감소한 것은 요구불예금이 11조5000억원 가량, 수시입출금식저축성예금이 13조5000억원 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7월 부과세 효과에 따른 것으로 기업들은 통상 수시입출식예금에서 부가세를 지급한다"고 말했다.

시중 부동자금은 2016년 12월 말 1010조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 뒤 올들어서도 4월을 제외하고 지속적인 증가세가 이어져 6월에는 1100조원을 넘었다.


부동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 침체 등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7월 M2(광의통화)도 2637조4218억원(원계열 기준·평잔)으로 전년 동월대비 6.7% 늘면서 1년 6개월만의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이처럼 시중에 넘쳐나는 과잉 유동성은 특히 최근 '미친 집값'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과거에도 부동산가격이 폭등한 해에는 예외없이 유동성이 크게 풀렸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12월말 통화량(M2)은 1149조원으로 유동성 증가율이 전년동기 대비 12.5%에 달했고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전년 대비 24.11%나 급등했다.

앞서 지난 2002년 말에도 통화량은 872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했고 서울 부동산 가격은 30.79%나 올랐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수석연구원은 "최근 집값 급등의 원인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수요공급 측면은 장기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이라 설명하기 어렵고 시중에 풀린 과잉 유동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친 집값'을 떠받쳐주는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통화당국이 움직이긴 쉽지 않다.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무차별적이고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집값 상승을 금리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성장과 물가로 대표되는 총수요를 안정시키는 수단이기 때문에 총공급 측면 또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통화정책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고 보유세 강화 등 당국의 정책적 대응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자금이 집값 급등에 영향을 미치는 건 수요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인데, 집값을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격"이라며 "보유세 강화등 수요억제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중 부동자금 자체는 일반적인 과잉유동성 지표일 뿐으로 이를 기업 설비투자 등 특정부문으로 흐르도록 하는 것은 과거 여신금지 업종 규제 등에서도 보듯 유효하지도 않고 굉장히 어렵다"며 "유동성 흡수는 최후의 보루"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대책이 우선이라는 얘기지만 13일 발표되는 부동산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이 잡히지 않을 경우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무차별 긴축을 요구하는 기준금리 인상론이 힘을 받을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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