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재 "병역 논란, 국민정서 반영 못해 죄송"…대안은 '글쎄'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 기자실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둘러싼 병역 논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정운찬 KBO 총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경기가 끝난지 열흘만에 야구 국가대표팀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정운찬 총재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O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안게임에도 금메달을 땄음에도 팬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했던 야구 대표팀의 선수 선발과 운영 방식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정운찬 총재는 "야구 팬 덕분에 당초 목표대로 우승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국민스포츠 야구는 아시안게임에서 여러분의 기대에 못 미쳤다. 외형의 성과만을 보여드린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야말로 유구무언"이라고 말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끈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대회 기간 응원보다 비판을 더 많이 받았다.

다수가 납득할만한 선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오지환과 박해민을 두고 '병역 밀어주기' 논란이 벌어졌고 KBO 리그 중단, 최정예 멤버 구성 등 사실상 대회에 '올인'했음에도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여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정운찬 총재는 "KBO가 이른바 국위선양이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과거의 기계적인 성과 중시 관행에 매몰됐음을 인정한다. 페어플레이와 공정하고 깨끗한 경쟁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운찬 총재는 선수 선발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과거에는 기술위원회가 대표팀 구성을 담당했다. 지난해 선동열 감독이 전임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그에게 전권이 주어졌다.

이에 대해 정운찬 총재는 "전임 감독제가 생긴 것은 기술위원회에 문제가 많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임 감독제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면 과거 기술위원회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누가 어떻게 선발됐냐고 물어보면 즉각 답할 수 있도록 선수 선발의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역 특례 논란에 대해서는 "국민 정서를 반영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선수 선발의 책임은 선동열 감독에게 있다. 그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야구인이자 지도자다. 그 결정을 존중한다. 다만 국민 정서를 따르지 못한 부분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운찬 총재는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을 둘러싼 모든 논란에 대해 KBO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향후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구성할 때 논란이 될 수 있는 병역 특례와 관련해 KBO의 대응책이 있냐는 질문에 정운찬 총재는 "다행히도 정부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효율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 믿고 방침에 따를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다소 소극적인 입장 표명에 가깝다. 새로운 병역 특례 체계와 무관하게 KBO가 대표팀 구성시 병역 특례와 관련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자체적인 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같은 지적에 정운찬 총재는 "병역은 4대 의무 중 하나이고 국가가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 국민 정서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운찬 총재는 프로야구와 아마추어 야구 전문가 각각 5명씩 총 10명으로 한국야구미래협의회(가칭)을 구성해 이번 대표 선발 과정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향후 경쟁력 있는 대표팀 구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야구미래협의회가 향후 대표팀 선수 선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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