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청장은 12일 오전 9시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여론조작을 지시한 적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허위사실로 경찰을 비난하는 경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공개 석상에서 공문을 통해 지시한 적은 있다"며 "정치공작이라고들 하는데 하루에 댓글 8.2건, 트윗 14건을 가지고 어떻게 여론조작이 가능한가"라고 답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달 28일 2009년 쌍용차 파업 농성 진압작전에 대해 경찰청에 사과를 촉구한 것에 대해서도 "조사위 발표를 믿지 않는다"며 "사실을 왜곡하려 들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지난 5일에도 경찰에 소환됐던 조 전 청장은 댓글작업을 통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는데, 이에 대해 재차 같은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조 전 청장에게 재직 당시 직원들로 하여금 온라인에서 경찰과 관련된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인터넷 댓글을 달게 하고, 그 과정을 직접 지휘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획·공보 등 관련부서 직원들이 동원됐고, 한때는 사이버 활동을 위한 별도 조직까지 꾸려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수사단은 2010~2012년 경찰청 보안국, 정보국, 대변인실 등에 근무했던 전·현직 경찰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작이 조 전 청장을 정점으로 진행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지시를 받은 보안사이버요원들은 차명 ID나 해외 IP 주소를 이용해 경찰관이 아닌 것처럼 행세하며, 구제역 등의 이슈에 대해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 약 4만건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댓글공작의 시작은 바로 쌍용차 파업이었다", "비해고자 아내들을 부추겨 카페를 만들고 댓글을 달아, 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해 산 자와 죽은 자를 이간질하고 배반하게 한 주범"이라며 조 전 청장의 구속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