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광산에 트럭들이 몇 분에 한 대씩 드나들고 있다."
최근 북중 접경지역을 다녀온 인사들에 따르면 중국과 인접한 북한 국경지역에서 각종 건설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상당수 광산에서도 의미있는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월말부터 9월초사이 접경지역을 답사하고 돌아온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경제 성장을 말해주는 움직임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고강도 대북 제재만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지난 2015년부터 접경지역에서 공동주택과 공공기관 등이 신축되거나 개축되기 시작했는데, 대북 제재 때문에 한풀 꺾일 줄 알고 갔더니 더 활발해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곳이 압록강 상류 양강도의 혜산시.
신도시 건설이 한창인 곳으로, 대형 아파트 공사와 혜산역 신청사가 건설되는 현장이 바로 앞에 펼쳐졌다. 또 "낮에는 물론 밤에도 여러 형태의 차량들이 많이 운행하고 있었다"고 이 전 장관은 전했다.
그는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도 "짐이나 광물을 실은 트럭과 택시 등이 쉼 없이 오갔다"고 말했다.
답사에 참여한 경상대 박종철 교수는 "혜산시 동쪽 교외에서는 고층 아파트 등 신도시가 건설 중이었고, 혜산역 신청사도 현대적인 모습으로 새롭게 건립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종철 교수는 "예전에는 건물을 짓고도 페인트 칠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전부 도색되어 있었다"며 "페인트는 금수 품목으로 지금은 수입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화학산업이 재건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엔 결의안이 석탄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북한에서는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석탄으로 산업이 재건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압록강변에 있는 '3월 5일' 동광(銅鑛)에서는 2~3분에 한 대 꼴로 트럭이 드나들면서 부지런히 흙을 퍼나르고 있었고, 북한은 이 흙으로 강 제방을 쌓고 있었다.
이종석 전 장관은 "광물 수출이 금지된 상태에서 광산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자력 경제가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라며 "물론 여전히 북한 경제는 어렵지만 지난 몇 년간의 시계열적인 관찰을 통해서 보면 북한의 경제활력이 높아져가고 있는데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암암리에 도와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 건설중인 건물들은 (공사 진척정도로 미뤄)최소한 작년부터 공사를 시작했어야 한다"며 "그런데 작년에는 북중관계가 최악이었고, 따라서 북중 경제협력과는 관계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산비탈을 개간해서 만든 이른바 '뙈기밭'은 많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목장이 들어서거나 나무 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박 교수는 "한 두 도시에서만 이렇다면 선전용이라고 볼 수 있는데 북중 접경지역 1,300km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북중 접경지역을 둘러본 이종석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에 나온 것은 고강도 대북제재 때문이 아니라 경제성장 때문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은 할아버지(김일성)나 아버지(김정은)와는 다른 것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은 받아들였는데 미국의 중간 관료들은 너무 과거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이 '답답하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렇게 경제 고속성장을 목표로 하고 나선 김정은 위원장과는 일방적인 협상은 불가능하다"며 "제재 해제에 따른 비전을 제시하면서 비핵화 협상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