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는 11일 펴낸 '9월 경제동향'을 통해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더라도 수출이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생산 측면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기가 빠르게 하락할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투자 관련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 관련 지표가 다소 회복됐지만 내수 개선을 견인하기엔 미약한 것으로 판단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내수 증가세 약화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반등에도 기계류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7월에도 -10.4%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건설투자 역시 토목 부문과 함께 건축 부문의 투자 감소세도 본격화되면서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7월 건설기성(불변)은 한 달전의 -6.3%보다 감소폭이 확대된 –7.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매판매 역시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 일부 회복됐지만, 소비자심리 하락 등 향후 소비 증가세를 제약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상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한 달전의 4.1%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된 6.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서비스업생산은 한 달전의 1.7%와 비슷한 2.0% 증가에 그쳤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도 한 달전의 101.0p에 비해 1.8p 하락한 99.2p를 기록하며 기준치를 밑돌았다.
KDI는 "7월의 취업자 수 증가폭의 급격한 위축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출은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8월중 수출은 8.7% 증가하며 한 달전의 6.2%에서 증가폭을 더 늘렸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도 10일까지 수출액은 14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3.8% 증가했다. 올들어 8월까지 누적 수출액도 3998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다.
전산업생산은 광공업이 증가로 전환하면서 한 달전의 0.2%에서 1.2%로 증가폭이 확대됐지만, 부문별⋅산업별 경기가 차별화되는 모습은 유지됐다.
자동차는 -12.0%로 부진한 반면 반도체는 23.9%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또 금융 및 보험업의 증가세는 4.9%로 축소된 반면, 전문·과학 및 기술은 2.9% 증가로 전환됐다.
제조업 출하는 수출 출하 증가폭이 0.4%에서 1.1%로 확대됐지만, 내수출하는 -3.8%에서 -2.3%로 부진을 이어갔다. 다만 제조업 재고율은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재고가 감소하면서 111.1%에서 108.5%로 낮아졌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한 달전의 99.4보다 하락한 99.1, 또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한 달전의 100.0에서 99.8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