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의 여제 정경화와 천재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오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듀오 콘서트를 개최한다. 지난 2012년 정경화 독주회에서 호흡을 맞춘 이후 6년만이다.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함께 참석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피아니스트를 고를 때 까다롭기로 유명한 정경화는 조성진에 대해 '지혜롭다'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슈만의 비애, 베토벤의 분노, 프랑크의 애환 등 인생의 굴곡진 감정이 실린 음악들을 젊은 나이에 훌륭히 소화한다는 것이다.
"음악적인 성숙함은 나이가 어리고 많고는 상관이 없구나를 성진이를 보면서 느껴요. 기막힌 열정이 성진이에게 나오는걸 보면 (작곡가) 프랑크가 너무 행복했을 것 같아요. 슈만의 음악은 슬픔이 너무 깊은데 이렇게 젊은 사람이 그 슬픔의 연주를 잘 끌어줘요. 그건 머릿속으로 이해해서가 아니라 타고난 재능이에요.
조성진이 13살 때 동생인 지휘자 정명훈으로부터 재주가 뛰어난 아이라고 소개를 받았다. 연주를 들어보니 평소 칭찬에 인색한 동생의 이례적인 극찬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자신을 불 같다고 표현한 정경화는 정반대의 차분한 성격인 조성진에게 오히려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우리가 성격은 정말 달라요. 성진이는 아주 차분하고 나는 젊은 시절 정말 불같은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저한테는 그게 큰 보너스에요. 음악적으로 폭발적이고 아름다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요. 성진이가 앞으로 성장하는 것을 옆에서 감사하게 지켜보고 받쳐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 이후에 전세계를 무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조성진은 정경화와의 연주가 "재밌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거장과의 협연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음악가로서 무대 그 자체를 같이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너무 재밌었어요. 선생님이 무대에서 조금씩 다르게 연주하시는데 나도 똑같은 스타일로 연주하는 게 싫어서 같이 스타일을 맞춰가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선생님과 계속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들이 너무 잘하세요. (하하) 유명한 아티스트의 연주를 보고도 실망한 적이 많았는데, 항상 정경화, 정명훈 같은 선생님들과 연주하는게 기쁘고 많은 것을 배우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경화는 평소 연주 후 객석에 손으로 '하트'를 날리고 사인을 할 때에도 하트 표시를 꼭 한다. '하트'를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기독교인으로서 예수의 사랑을 음악에 실으려 노력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베토벤도 슈만도 사랑을 했고, 사랑이 없으면 숨도 못 쉴 거에요. 이 지구에 사랑이 없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살겠어요"
정경화는 올해 연말까지 무대를 이어간 뒤 안식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연주는 일흔을 넘어 한결 더 여유 있어지고 짙어진 그녀의 연주를 감상할 기회이기도 하다.
살면서 한 번도 큰 소리로 화를 내본 적이 없다는 조성진은 무대에서 만큼은 카리스마를 내뿜을 준비가 돼 있는 듯 했다.
"태어나면서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내본 적이 없다고 했더니 선생님께서 깜짝 놀라셨어요. 저는 제가 봐도 성격이 차분한 것 같아요. 동요되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런데 음악 할 때는 좀 달라요. 화를 내거나 울고 싶은 일이 있거나 할 때 속 감정을 말로 안하고 음악으로 표현하는 편이에요"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두 사람의 듀오 콘서트는 오는 1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