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 (피해자 아버지)
어금니 아빠로 불리던 이영학.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뒤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지난주에 항소심, 2심 판결이 나왔죠. 그런데 1심에서는 사형 선고가 내려졌었는데 2심에서는 무기징역으로 감형이 됐습니다. 이유는 심신미약 상태였고 교화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라는 겁니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지금 여론이 분노하고 있는데요. 누구보다 이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은 바로 피해자의 가족입니다. 이 사건 이후에 단 한 번도 언론 앞에 나서지 않았던 이 피해 여중생의 가족이 오늘 마이크 앞에 섭니다. 하실 말씀이 많다고 하네요. 만나보죠. 숨진 여중생의 아버지 연결이 돼 있습니다. 아버님, 나와 계십니까?
◆ 피해자 아버지> 네.
◇ 김현정> 사실은 제작진하고 오랫동안 접촉을 해 오셨습니다만 차마 말로는, 통화는 나누기가 어렵다 하실 정도로 고통 속에서, 슬픔 속에서 그동안 살아오신 거죠?
◆ 피해자 아버지>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내가 마이크 앞에 서겠다. 인터뷰에 응하겠다라고 결심하신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 피해자 아버지> (한숨) 마음이 아프고요. 무엇보다도 재판 과정이 잘못된 것 같아서 너무나 억울합니다, 지금.
◇ 김현정> 너무나 억울합니다. 아버님, 혹시 지난 목요일에 재판정에는 나가셨어요?
◆ 피해자 아버지> 예, 가보았습니다.
◇ 김현정> 재판 내내 이영학이 고개를 떨구고 울었다고 하던데 그 모습도 다 보신 겁니까?
◆ 피해자 아버지> 봤죠. 아주 역겨웠고 제 손으로 죽이지 못한 게 한스러웠습니다. 누구나 다 재판장에서 울면 감형 사유가 되는 겁니까?
◇ 김현정> 그 우는 모습 보면서 재판정을 뛰쳐나가고 싶으셨을 것 같아요.
◆ 피해자 아버지> 아니요. 죽이고 싶었습니다. 제 손으로 못 죽인 게 한스러웠죠.
◇ 김현정> 지금 1심과 2심이 엇갈린 판결이 나왔습니다. 1심은 사형이었는데 2심에서 무기징역. 감형이 된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영학이라는 사람은 일반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을 기준으로 해서 사형을 선고하면 가혹한 측면이 있다.’ 이게 감형의 이유, 어떻게 생각하세요?
◆ 피해자 아버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다. 더더욱이 그런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더더욱 궁금했던 게 2심에서는 이영학의 성장 과정을 알 수가 없는데 조사한 바도 없고. 어떻게 그 성장 과정을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저는.
◇ 김현정> 거기에 굉장히 불우한 환경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사람의 인성이 이렇게 된 것이다라는 뉘앙스의 어떤 판단 기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피해자 아버지> 네, 그런 것 같고요.
◇ 김현정> 반성을 하고 있다라고 지금 2심 재판부는 본 겁니다. 1심 재판부는 ‘반성문을 20차례 넘게 썼다고 하지만 그걸 진심 어린 반성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선이다.’ 이렇게 말한 반면에 2심은 ‘이것을 미약하게나마 지금은 인식하고 시정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판단을 했어요.
◆ 피해자 아버지> 제가 1심 재판부에서는 공판 과정을 많이 겪었고요. 많이 또 신문을 하였고... 1심 재판부의 결정을 저는 존중을 합니다. 그런데 2심에서는 공판 과정에서 아무런 질문이 없었습니다. 신문을 하거나 물어본 내용들이 없습니다. 저는 2심 판단을 믿을 수가 없어요.
◇ 김현정> 2심 과정에서는 새로운 신문이라든지 이런 게 없었나요? 이영학에 대한 조사가?
◆ 피해자 아버지> 신문이라고는 살인 당시에 수건에 대한 걸 묻더라고요. 수건이 왜 있었느냐. 그렇게 자세하게 물어보지는 않고 거의 그냥 몇 마디에 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걸로 반성한다는 걸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느냐. 그 말씀이세요?
◆ 피해자 아버지> 그렇죠.
◇ 김현정> 그 반성문 내용을 좀 들여다보니까요. ‘피해자에게 미안하다. 형을 줄여주면 자신의 딸을 위해서 목표 있는 희망 된 삶을 살고 싶다.’ 이렇게 적었습니다. 아마 이 부분이 판사의 마음을 움직인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아버님은 좀 전혀 다르게 느끼셨던 모양이에요?
◆ 피해자 아버지> (한숨) 그러면 제 딸은 무엇이 됩니까? 자기네들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목표 있는 삶을 살겠다. 그럼 제 딸은 뭐가 되는 거죠? 말이 안 되잖아요.
◇ 김현정> 내 딸은 뭐가 되느냐. 우리의 삶은 뭐가 되느냐. 그 말씀하시는 거예요.
◆ 피해자 아버지> 네.
◇ 김현정> 제가 여쭙기 어려운 부분이긴 합니다만. 아버님, 그날 상황이 좀 기억나세요? 이 이영학이라는 존재, 그러니까 내 딸의 친구 아버지가 이영학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셨어요?
◆ 피해자 아버지> 전혀 몰랐습니다, 저는.
◇ 김현정> 전혀 모르셨어요.
◆ 피해자 아버지> 그전에 제 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 이 이영학 딸하고 같은 반이 된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영학이 딸이 그때 당시에 병을 앓고 있으니까 아이들한테 놀림을 많이 받았었어요. 그런데 하루는 어떤 남자 아이가 이 이영학 딸을 놀리니까 그 이영학이 딸이 우리 아이한테 ‘쟤가 나를 자꾸 놀리니까 혼내줘.’ 그래서 제 딸아이가 그 남자 아이하고 다툰 적이 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이영학 딸이 유전성 거대 백악종이라는 희귀병. 얼굴이 일그러지는 병을 앓고 있으니까 아이들이 막 놀리는 걸 보고 우리 딸아이가, 숨진 딸아이가 너희들 그러지 마. 도와줬던 거군요?
◆ 피해자 아버지> 네. 마지막 날 애가 나갈 때도 엄마한테 얘기를 했대요. 그래서 만나자고 하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자기 엄마한테 물어보길래 엄마는 그랬대요. 만나지 마라. 만난 지도 오래됐는데. 그런데 나중에 우리가 모르게 또 연락이 몇 번 와서 계속 만나자고 했던 것 같더라고요.
◇ 김현정> 중학교에 이미 간 후인데...
◆ 피해자 아버지> 네. 학교도 다른 학교고. 그러고 나서 만난 것 같더라고요.
◇ 김현정> 사실은 그날 이영학 딸이 여러 명한테 문자를 보냈는데 다른 아이들은 다 무시를 했고 우리 피해 여중생만, 이 딸만 거기에 응답을 해 준 거예요. 그러니까 얘가 엄청 착한 애였네요.
◆ 피해자 아버지> 맞아요. 엄청 착했죠. 맨날 같이 일 끝나고 오면 저를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웃어주고...
◇ 김현정> 딸아이가 너무나 천사 같았기 때문에 지금 더 마음이 아프실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 피해자 아버지> (한숨) 제일 힘든 건 아이와 일상생활에서 같이해 왔던 일들이 너무나 힘들어요. 식사를 할 때나 어디 외식을 하러 갈 때나. 놀러 갈 때나. 아이하고 갔던 곳들을 지나가면 떠오르고 너무나 힘들어요.
◇ 김현정>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지금까지?
◆ 피해자 아버지>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고 있습니다, 지금.
◇ 김현정> 어머님은 어떻게 지내세요?
◆ 피해자 아버지> 외출을 못 하고 있죠, 거의. 저하고 차로 이동하는 거 외에는 거의 못 한다고 보시면 되고요. 주변은 저희를 알잖아요.
◇ 김현정> 알죠, 사람들이.
◆ 피해자 아버지> 주변은 저희를 불쌍하게 쳐다보지만 그 쳐다보는 눈길이 더 힘들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외출하기도 힘듭니다.
◇ 김현정> 아예 이사를 가야 되나. 여기를 떠나야 되나. 그 생각도 하시겠어요.
◆ 피해자 아버지> 많이 들죠. 나라 같지 않은 나라에서, 내 아이를 지켜주지도 못하는 나라에 산다는 게 너무나 싫습니다, 지금.
◇ 김현정> 아이가 떠난 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여러분, 딸아이가 떠난 후에, 희생된 후에 남아 있는 가족들도 이렇게 고통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2심 재판이 벌어졌던 거고 감형이 된 겁니다. 아버님이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씀하시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 같은데요. 아버님, 힘을 내십시오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도 쉽지가 않네요. 그래도 힘내시고요. 가족들 다 아버님이 힘내고 챙겨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 피해자 아버지> 예.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버님, 힘내시고요. 혼자가 아니고 많은 국민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 응원하고 있다는 것 기억해 주시고요. 저희도 같이 끝까지 상황들 함께하겠습니다.
◆ 피해자 아버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용기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피해자 아버지> 예,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시오.
◇ 김현정> 네. 힘드네요. 이영학 사건. 어금니 아빠로 불렸던 이영학 사건의 피해 여중생. 그 여중생의 아버지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