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 갈수록 눈덩이…추석 앞두고 옥상 오르는 노동자들

"빈털터리인데 노동부 조정기간 두세달…근로자들은 절박한 심정"
충북 올 1∼8월 체불 임금 290억원 달해…4년 새 2배 가까이 증가

가족, 친지와 만나 수확의 기쁨을 함께 하며 풍요를 나누는 추석이 다가왔지만, 임금을 받지 못해 빈털터리인 노동자들은 오히려 시름이 더욱 깊다.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의 임금이 밀린 노동자들은 극단적인 선택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높은 건물에 올라 절규하기도 한다.

지난 6일 오후 1시 40분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신축 상가 건물 옥상에 건설 노동자 A씨 등 12명이 올랐다.

이들은 밀린 임금을 주지 않으면 투신하겠다며 1시간 20분가량 농성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했다.

소방당국은 구조대 등 14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지상에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등 만일 사태에 대비했다.

신축 공사장 하청업체 근로자로 일한 이들은 지난 6월부터 지금껏 뼈빠지게 일하고도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체불임금 총액이 2억3천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A씨는 "노동부에 신고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별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명절은 코앞에 닥쳤는데 사업주가 버틸 경우 두세달 넘게 걸리기도 하는 조정 기간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옥상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들의 농성은 경찰 중재로 건설업체 측이 오는 11일까지 밀린 월급을 주기로 약속한 뒤에야 별탈 없이 마무리됐다.

지난달 1일 서울시 종로구 8층짜리 건물 옥상에서 50대 남성이 원청 업체로부터 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투신 소동을 벌였다.

지난 6월 13일에는 경기 성남의 한 상가 건물 옥상에서 30대 남성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알몸으로 투신하겠다며 경찰과 대치하다 2시간여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당장의 생활고를 버티기에 힘든 상황에서 체불 임금 관련 당국의 조정 기간은 너무 길다고 노동자들은 하소연한다.

충북 진천의 한 골재 채취 공장에서 일하며 5천200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B(47)씨는 "살림이 넉넉하지 않고 대출 이자도 내야 하는 상황인데 월급이 밀리게 되면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임금체불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8일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임금체불로 진정을 낸 근로자는 6천104명, 체불액은 290억원으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14년 같은 기간 체불임금은 153억원 수준이었다. 임금체불액은 2015년 184억원으로 늘더니 2017년에는 256억원으로 급증했다. 4년 새 두배 가까이 임금체불액이 증가한 셈이다.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관계자는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은 노동부를 찾아 진정하거나,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체불임금 400만원까지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소액 체당금제'를 신청해 도움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임금 체불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은 주로 건설업·제조업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임금을 주지 않고 버티는 사업주에 대해 당국의 적극적인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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