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만 유난떤다?"…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해고자 가족들, 악성댓글 일일이 확인
사회보장제도 취약…해고자 생계능력 상실
"해고 고통, 우리 모두에게 노출될 수 있다"

CBS노컷뉴스는 정리해고가 노동자들의 건강과 가족, 사회적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쌍용자동차 사태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쌍용차 해고, 10년의 악몽' 연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상처, 혼술, 죽음…쌍용차 해고자의 '나비효과'
② 쌍용차 해고자의 아내는 날마다 울었던 '원더우먼'
③ 벼랑끝 쌍용차…해고자 아내 절반이 극단 선택 고민
④ "해고된 아빠 때문에 진로 포기"…대물림 된 쌍용차 비극
⑤ "쌍용차만 유난떤다?"…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지난 6월 5일 경기 평택 심리치유센터 '와락' 사무실 입구의 모습(사진=김광일 기자)
쌍용차 해고자 가족 상당수가 최근까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할 만큼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고려대 보건과학대 김승섭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쌍용차 해고자 가족이 고통을 느낀 원인 중 '사회적 고립'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CBS노컷뉴스가 만난 해고자 배우자 상당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달리는, 자신들을 향한 악성 댓글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아(45) 전 가족대책위 대표의 경우 최근 노조의 책임을 묻는 댓글에다 "무장한 경찰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는 내용의 이른바 '댓글의 댓글'을 달았을 정도다.

지난 5일 출고된 노컷뉴스 <상처, 혼술, 죽음…쌍용차 해고자의 '나비효과'> 기사에 달린 댓글(사진=포털사이트 '다음' 기사 댓글 캡처)
이씨를 비롯한 해고자 가족들이 보게 되는 댓글 가운데 상당수는 "왜 이렇게 유난을 떠느냐"는 비판이다.


해고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굴뚝 농성이나 오체투지, 단식 등 비교적 극단적인 방식으로 회사와 정부에 항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해고자들이 이처럼 생존권 투쟁까지 불사하며 싸움을 벌이게 된 근본적인 배경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자료사진=윤성호 기자)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주임교수는 해고자를 위한 우리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은 생계유지비 중 복지수당이나 보험혜택이 차지하는 비율, 즉 사회임금 비중이 15%밖에 되지 않아서 실직하게 되면 생계능력의 85%가 단숨에 사라진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사회임금 비중이 65~70%에 달하는 유럽 국가의 경우 실직을 해도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비용 중 절반 정도가 남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쌍용차 사건은 노동운동에 대한 비정상적 혐오감이 작용한 결과"라며 "2009년 당시 노조에서 제시한 순환휴직이나 노동시간 단축방안이 채택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6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당신과 당신의 가족은 이런 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나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문제는 고용불안이 한국사회에 고질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누구든 해고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이상윤 공동대표는 "경영자들은 해고가 어렵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해고는 엄청나게 많이 벌어지고 있다"며 "앞서 KT에서는 7천명이 저항도 하지 못하고 권고사직을 당했을 정도"라고 했다.

김승섭 교수는 "고용불안과 정리해고는 한국사회에 상수처럼 남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동안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은 우리 모두에게 어느 시점에는 노출될 수 있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시장 정책, 특히 재취업을 통해 회생하게 할 충분한 정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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