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과 점유율로 경기 지배'…분명한 컬러 보여준 벤투호

벤투 감독이 7일 오후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코스타리카의 경기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고 싶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신임 사령탑 파울루 벤투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축구 철학을 이같이 밝혔다.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 분위기를 지배하면서 차분히 기회를 만들어 최대한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벤투 감독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행된 훈련에서도 패스 훈련에 많은 비중을 뒀다. 빌드업 과정에서 선수들의 움직임까지 세세하게 잡아주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에서 분명하게 보여줬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2대0으로 이겼다. 벤투 감독은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한국에서의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점유율 축구를 추구하는 벤투 감독.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이를 실현했다. 특히 수비 진영에서부터 만들어가는 과정이 좋았다.

벤투 감독은 홍철(수원)-김영권(광저우)-장현수(FC도쿄)-이용(전북)으로 포백 라인을 꾸렸다. 하지만 공격을 전개할 때는 홍철과 이용이 상대 진영 깊숙이 자리했고 기성용(뉴캐슬)과 정우영(알사드)이 번갈아 중앙 수비수 자리까지 내려와 김영권, 장현수와 함께 빌드업을 진행했다.

한국 기성용이 7일 오후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코스타리카의 경기에서 드리블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공격 전개 역시 서두르는 것이 아닌 여유있게 공을 돌리며 상대의 빈 곳을 노렸다. 기성용은 이따금 롱패스를 섞어주며 공격 전술의 다변화를 꾀했다. 그리고 이런 패스는 득점까지 만들었다.

전반 32분 기성용이 우리 진영에서 남태희(알두하일)의 움직임을 보고 롱패스를 했다. 코스타리카 수비진은 남태희를 막으려다 손을 썼고 결국 한국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손흥민(토트넘)이 나섰고 골대 맞고 나온 공을 이재성(할슈타트 힐)이 재차 차 넣어 벤투호의 첫 득점자가 됐다.


이같은 움직임은 수치로도 드러났다. 전반전 점유율은 한국이 코스타리카에 65대35로 앞섰다. 효율 높은 공격으로 유효슈팅 역시 5대0으로 압도했다.

코스타리카는 점유율 축구에 고전했고 이를 끊기 위해 전반에만 한국(4개)보다 2배 이상 많은 9개의 파울을 범할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기성용이 빠지면서 점유율 축구 역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수비 집중력이 흔들렸다. 수비 진영에서의 패스 미스도 적잖이 나오면서 전반에 보여준 점유율 축구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 패스 미스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보여준 문제점이 또다시 드러난 장면이었다. 이런 부분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90분 폭넓은 활동량으로 그라운드를 쉼 없이 누비라는 주문 역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줬다.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과 이재성은 풀백 자리까지 내려와 상대 공격수를 수비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데뷔전부터 분명한 컬러를 보여준 벤투호. 다음 시험 무대는 오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칠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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