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적인 생활에서까지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제한이라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3사관학교 생도 A씨가 학교를 상대로 낸 퇴학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다시 심리하라며 대구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관생도 행정예규'는 사관생도의 모든 사적 생활에까지 예외 없이 금주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생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물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예규를 보면 음주는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1급사고로, 2회 이상 반복해 위반한 경우 퇴학 조치가 원칙인데 모든 사적 생활에서까지 예외 없이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생도의 음주가 교육이나 훈련 중에 이뤄졌는지 여부나 음주량, 장소, 경위 등을 묻지 않고 일률적으로 2회 위반하면 원칙적으로 퇴학 조치하도록 한 것은 생도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예규에서 정한 금주 조항은 생도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전혀 마련하지 않아 생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퇴학 처분의 근거가 된 예규는 생도의 음주를 금지하면서 부모님 상(喪)과 같은 부득이한 경우 훈육대장의 승인을 얻어 허용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2016년 3월 사복을 입고 사적인 일을 볼 때는 음주를 허용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을 때만 징계하는 것으로 완화했다.
A씨는 2014년 11월 외박을 나가 주점에서 동기생인 B씨와 함께 소주 1병을 마시고 이듬해 4월 B씨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부모의 권유로 소주 2~4잔을 마신 사실이 적발됐다.
또 그해 여름 휴가 기간 친구와 술을 마시고 추석 연휴 특박을 나가 차례를 지낸 뒤 정종 2잔을 음복하는 등 총 4차례 술을 마신 이유로 퇴학 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1심은 "퇴학 처분으로 A씨가 받게 될 불이익이 학교가 퇴학 처분으로 이루고자 하는 공공목적보다 현저하게 크다고 할 수 없다"며 "퇴학 처분이 재량권을 벗어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도 "사적 활동간 사복 착용 상태에서 술을 마신 A씨를 예규에 따라 퇴학 처분한 것이 A씨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해 위헌이거나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