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혁신성장 부문으로 자금과 인력이 유입되도록 부동산 투기를 비롯한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의 근절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들어 기획재정부를 혁신성장정책의 주무부서로 삼고 향후 5년간의 구체적인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기재부내에 혁신성장본부를 지난 6월말 설립하고 최근엔 인터넷 포털 ‘다음’의 창업자인 이재웅 쏘카 대표를 민간 공동본부장 역할로 영입했다.
지난 13일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3대 분야 8대 사업에 앞으로 국가재정 1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3대 전략 투자분야는 ▲데이터・블록체인・공유경제 ▲인공지능(AI)▲수소 경제로 여기에 공통분야로 혁신인재 양성이 추가돼 있다.
8대 사업은 ▲스마트 공장 ▲스마트 팜▲핀테크▲ 에너지 신산업▲스마트 시티▲드론▲미래자동차▲바이오 헬스다.
정부는 “향후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고 경제체질・생태계 혁신을 촉발하기 위해 ‘플랫폼 경제’ 구현을 추진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여기서 플랫폼이란 빅데이터, AI 등 여러 산업에 걸쳐 꼭 필요한 인프라, 기술, 생태계를 의미한다. 정부는 플랫폼과 인프라 구축 및 비전 제시,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 환경을 조성해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성장을 뒷받침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의료기기 분야(7월 19일)에 이어 인터넷 전문은행(8월 7일), 데이터 산업(8월 31) 분야에서 현장 방문을 이어가며 규제혁신을 잇달아 약속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소득주도성장정책과 함께 혁신성장정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양대 경제학과 하준경 교수는 정부의 혁신성장정책에 대해 “부족한 게 많다”면서 “정부에서 주로 얘기하는 게 몇 가지 규제완화 정도인 것 같고, 산업정책을 얘기하지만 과거부터 하던 얘기들”이라고 말했다.
또 혁신생태계 조성과 관련해선 “생태계란 새로 진입하는 기업이 대기업까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지만 지금으로선 새로 진입하는 기업이 여전히 대기업에 종속되는 현실”이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한 거래와 관련해 많이 손을 봐야 하는데 아직은 중소기업이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 교수는 “규제완화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핵심은 기득권만을 보호하는 규제를 없애는 것”이라면서 “기득권을 보호하거나 공무원들의 이권이 되는 규제를 없애야 하는데 그런 규제는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규제완화는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고 진입을 한 기업은 돈이 없어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도록 금융을 비롯한 지원체계가 갖춰져서 결국 성장할 수 있게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 시장 불안정과 관련해 “스타트업 할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부동산 투자하는 게 훨씬 이득이 되는 분위기”에서는 혁신성장이 어렵다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자금의 흐름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어 “부동산 문제나 지대추구 문제를 우선 해결한 뒤 기득권의 가치를 낮추는 게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혁신적 부문으로 진입한 기업은 “실제 과실을 낼 수 있게 도와야 하고, 생태계 내에서 불공정 거래가 일어나지 않도록 질서도 잡아야 하는 등 혁신성장을 위한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민간 기업들은 관련 산업에서 혁신을 이미 많이 고민하고 있으나 정부가 한 발짝 느리다”면서 “민간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잘 찾아내서 지원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위원은 중국 정부가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한 ’제조 2025’계획을 통해서 민간 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 결국 알리바바와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우리도 과거 제조업 3.0과 같은 정부의 산업정책은 있었지만 지속적인 기업 지원이 되지 못해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정책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건 중장기적으로 인내를 갖고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 주는 것”이라며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는 게 핵심”이라고 한 위원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