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밤 방송된 '썰전'에서 제작진은, 최근 전당대회를 치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한 바른미래당의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이 특별 출연한 토론 분량에 30여분을 할애했다,
두 초대 패널과 함께한 첫 토론 주제는 '바른미래당의 빠른 미래 전망'으로, 바른미래당의 당면 과제로 꼽히는 정체성 확립 등을 논하는 자리였다.
이날 방송에서 하태경 최고위원은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 중 50% 이상이 2030세대인 만큼 젊은층이 공감하는 새로운 어젠다를 발굴해야 한다"고, 이준석 최고위원 역시 "핵심 지지층을 분석해 집중 겨냥해야 한다"는 말로 젊은 보수층을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문재인 정부 현안 분석'이라는 큰 주제 아래 '2019년도 정부 예산안' '문재인 정부 첫 개각'에 대해 다뤘다.
이 과정에서 진보 패널 1명(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 대 보수 패널 3명(박형준 교수,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 구도가 빚어졌고,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커졌다. 이로 인해 토론 중간중간 감정 섞인 설전이 오가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한 예로 정부가 내년도 일자리 예산으로 23조원을 책정한 데 대해 하 최고위원은 "일자리 지원 예산 아무리 늘려봐야 일자리 안 만들어진다.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며 "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라는 인식이 (문재인 정부에게는) 기본적으로 없다. 기업은 계속 때려잡고"라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 역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몇 만명 육성하겠다' '몇 억 투자하겠다'고 하면 (민주당이) 계속 비판했다"며 "지금 보면 (문재인 정부는) '데이터 과학자 5만명 육성'? 무슨 사이버 전사 양성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일자리 대책을 수치 남발해 가지고 만드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러면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이명박 747공약은 왜 비판했나"라고 말했고, 이철희 의원은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진짜로"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지금 (야당) 3대 (여당) 1이니까 엄청 불리하다. 왜 두 사람이나 불러 가지고 수세에 몰아넣나, 도대체"라며 불만 섞인 토로와 함께 웃음을 지었다. 이에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의도한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 "닭싸움 보기 위해 '썰전' 시청하는 것 아니다"
객관적인 수치 등 납득할 만한 근거에 바탕을 두고 토론을 벌이는 분위기 역시 이날 방송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의원은 "다 좋다. 예산과 관련해 야당으로서 충분히 비판해야 할 것은 비판하는 데 다 동의한다"면서도 "그런데 동의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고 해서 기업 기 살리기를 그동안 많이 했잖나. 그런데 어떻게 됐나? 현실적으로 인정해야잖나"라고 꼬집었다.
이에 하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하나도 안 했잖나"라고 주장했고, 이 의원은 "아니다. 지난 보수 정부 9년 동안에는 마냥 일자리가 늘어나고 좋아졌나?"라고 반문했다. 하 최고위원은 다시 "문재인 정부 때보다는 그래도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다고 본다"는 말로 반박했다.
이 의원은 "그렇게 볼 것이 아니다. 항상 긍정적인 효과도 있고 부정적인 효과도 있는데, 야당은 부정적인 효과에 주목하는 것이고, 여당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일자리 만드니까 정부가 할 일이 없다는 데 대해서는 손톱만큼도 동의 안 한다. 기업이 일자리 만드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정부도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은 '썰전'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이같은 토론 분위기를 비판하고 나섰다.
시청자 아이디 'q****'는 "'썰전' PD는 무슨 생각으로 저 두 사람만 섭외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형평성에 맞게 다른 당도 돌아가면서 부르실 건지요?)"라고 지적했다.
"오늘 방송 정말 보기 어렵네. 일방적인 주장만 난무하네. 바른미래 두 분이나 초청한 이유가 뭔지…" "오랜만에 본방 보는데 왜 3대 1로 싸우나?" "패널 두 명을 바미당 출현시켜서 거의 진보 1, 보수 3이라는 구도가 되었는데, 시청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불편하네요"라는 의견도 눈에 띈다.
아이디 'G*****'는 "썰전을 보는 이유는 여야 그리고 진보, 보수의 정정당당한 각각의 생각과 이념, 토론을 보기 위함"이라며 "썰전의 시청자들이 닭싸움을 보기 위해 이 프로를 보는 게 아님을 알아뒀음 하네요. 싸움도 품격 있는 싸움을 원합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