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같은 당) 지상욱 의원이 애국심이 무엇인지 물어봤다”라는 질문에 웃으면서 “됐어, 됐어”라며 즉답을 피했다. 손 대표가 취임 직후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에 조건부 협조 방침을 밝힌 뒤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데 대해 “됐어요”라며 확전을 피했다.
지 의원은 전날 밤 늦게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손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애국심, 애당심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공개 질의를 했다. 지 의원의 반발성 질의는 같은 날 오후 손 대표가 지적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손 대표는 6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직능단체 대표자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의원들은 애국심과 애족심과 애당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비준 동의 문제에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에 대해 지 의원은 ‘애국’, ‘애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이 국민들에게 50조원이 될지, 100조원이 될지, 어느 정도일지를 모를 부담을 주고, 북한이 핵을 폐기하겠다는 그 어떤 약속도 없는 상태에서 국민적 동의도 없이 그냥 퍼주자는 것이 바로 애국이란 말이냐”고 따졌다.
지 의원은 전날 자체조사를 근거로 예산 문제를 전제했을 때, 판문점 선언의 비준 동의를 “즉각 해야 한다”는 여론이 19%에 그친다는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보수 진영에선 판문점 선언에 남북 경협 추진이 담겨 있는데, 경협에 소요되는 예산이 1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 의원은 “당 대표와 다른 의견을 말하면 애당심이 없는 것이냐”며 “설마 ‘내가 곧 바른미래당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재차 따졌다. 손 대표가 이견을 인정치 않는 제왕적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 대표와 지 의원 간 갈등이 거세지고, 당내 분위기도 ‘판문점 찬반’을 놓고 ‘분당(分黨)’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험악해지자 지도부는 급하게 수습하려는 분위기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당장 판문점 선언의 즉각 비준 동의에 대해 우리 당 지도부도 찬성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누차 드렸다”며 “재정 추계가 없으면 비준 대상이 아니고, 좀 더 발전돼서 부속 합의서가 만들어지고 재정 추계가 올라오면 그때는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다음주 화요일(9월11일)에 원내대책회의를 할 때 의원총회를 열어서 토론도 하고, 결의안 초안도 (논의하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비준 동의 이전 결의안부터 만들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오는 18~20일 열리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민주당에서 국회가 함께 방북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받았다”며 “당내 의견을 수렴해서 (갈지 말지) 조만간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