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진종오(사격 선수)
사격 황제 진종오 선수,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또 금메달을 땄습니다. “아니, 뭐 진종오가 금메달 따는 게 새로울 일이냐. 당연한 거 아니냐”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어제 경기는 그야말로 영화 같은 역전극이 펼쳐졌는데요. 게다가 진종오 선수가 사실 아시안게임에서 노메달이었습니다. “그 믿었던 진종오가 노메달?” 이러면서 선수 본인도 안타까워했고 국민들의 실망도 있었는데. 그런 부담을 다 떨쳐내고 딴 금메달이기 때문에 더 값집니다. 어제 많이 울었어요, 진종오 선수가. 그래서 더 화제가 됐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직접 만나보죠. 세계 선수권 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 최초 2연패를 달성한 진종오 선수입니다. 진종오 선수, 안녕하세요.
◆ 진종오> 네, 안녕하세요? 진종오입니다.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웃음)
◆ 진종오> (웃음)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아니, 어떻게 그런데 진종오 선수는 그렇게 게임하는 것마다 전부 드라마예요?
◆ 진종오> 1등 할 때만 그렇게 됐던 것 같고 1등 못 할 때도 있어서, 많이 1등 못 할 때도 있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어떻게 그렇게 어제는 애간장을 태우셨습니까?
◆ 진종오> 그러게요. 저도 심리적으로 많이 부담스러웠었던 것 같고, 또 아시안게임에서 장염에 정말 선발전도 2등으로 들어가고 탈락한 종목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이번 대회에 신경을 더 많이 써서 힘들게 진행했는데 어떻게 또 그렇게 결과가 나와서 저도 개인적으로 너무, 너무 혼자서 창피하게 많이 눈물을 흘렸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어제 여러분, 경기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제가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결선에 올라간 8명 중에 8위로 시작을 했어요. 첫 발 딱 쐈는데 8위였어요, 꼴등.
◆ 진종오> 맞아요. 꼴등으로 시작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때는 일단 기분이 어땠어요? 딱 쐈는데 꼴등.
◆ 진종오> 그냥 아, 또 이렇게 무너지는 건가라는 생각에 또 진짜로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했는데 그냥 내가 이렇게 은퇴하게 되는 또 얘기를 들어야 되나, 생각이 많이 교차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냥 그래도 후회 없이 경기하고 싶은 마음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시 잡아나가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자, 하나씩 하나씩 올라가는데 이 경기가 여러분, 어떤 식이냐면요. 두 발을 쏠 때마다 한 명씩이 탈락하는 거예요. 한 명, 한 명 떨어져나가서 마지막 최후 한 명을 가리는 겁니다. 그런데 계속 마지막 꼴등인 거예요. 한 명이 떨어져나가면 또 꼴등, 그러면 그다음은 사실은 진종오 선수가 떨어져야 되는데 거기서 또 기적적으로 살아남고, 기적적으로 살아남고, 그렇게 해서 두 명 남는 데까지 간 거잖아요. (웃음)
◆ 진종오> 네.
◇ 김현정> 그런데 두 명 남았을 때도 1등하고 진종오 선수 차이가 1.6점.
◇ 김현정> 이걸 단 두 발로 따라잡았어요.
◆ 진종오> 네.
◇ 김현정> 그리고 연장 슛오프까지 간 거죠.
◆ 진종오> 네. 동점이 나와서 마지막 한 발 더 쏴야 되는 상황이 돼서 엄청 긴장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럴 때면서 무슨 생각해요? 이 한 발에 1등이냐 2등이냐. 금이냐 은이냐가 정해지는 그 순간에는 어떻게 쏩니까?
◆ 진종오> 그냥 실수만 하지 말자. 내가 여태까지 해 온 기본적인 것만 해서 사격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했는데 10점에 딱 들어가졌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마지막 연장 한 발을 딱 쐈는데 10점에 정통으로 적중, 그때 기분은 어땠습니까?
◆ 진종오> 멍했어요. 정말 멍하고… 내가 1등 한 게 맞나?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생각도 들고.
◇ 김현정> 꿈인가. 눈물이 나고.
◆ 진종오> 관중분들이 환호해 주시고 할 때는 정말 아시안게임 실패하고 돌아온 것, 올해 선발전 하면서 선발전도 시원하게 못 했던 것, 그런 순간들이 너무 다 그냥 한순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 김현정> 어제 진종오 선수의 눈물 왈칵 쏟는 사진이 굉장한 화제였어요. 어제 오후 내내. 우리 진종오 선수가 이런 드라마를 보여준 게 처음이 아니에요, 여러분. 2016년 리우 올림픽 50m 권총 결선, 그때도 이런 역전극이 펼쳐졌었고 내 인생의 한 발이라는 얘기가 그때도 나왔잖아요.
◆ 진종오> 그렇죠. 그 한 발이 정신을 바짝 들게 해 줬으니까.
◇ 김현정> 그때 한 발은 6.6을 쏜 한 발. ‘진종오답지 않은 6.6’이 나오면서 우리를 또 덜컥 놀라게 했던 그 한 발. 그때 한 발하고요. 그때 운명의 한 발하고 이번에 그 마지막 연장 마지막 한 발하고 어떤 게 더 인생 한 발입니까?
◆ 진종오> 아무래도 이번의 한 발이 더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보통 24발로 끝나는데 또 동점이 나와서 한 발 더 쐈으니까 그때는 더 많이 긴장이 되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인생 한 발을 쏘면서 어제 눈물을 펑펑 쏟아낸 진종오 선수, 아까 아시안게임 얘기를 우리가 계속하게 되는데요. 이제는 선수권 대회에서 이렇게 금메달 1등을 했으니까 그냥 편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마는 아시안게임에서 제 실력 발휘를 못 하고 노메달에 그친 상황, 많이 아팠죠?
◆ 진종오> 어떤 분은 개인 SNS에 들어와서 ‘퇴물’이라고 그렇게까지 글을 썼더라고요.
◇ 김현정> 퇴물?
◆ 진종오> 네. 그걸 볼 때 너무 속상했었거든요. 그게 계속 기억에 남았었는데 이번 시합으로써 다 해결이 됐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아니, 아시안게임 나가서 메달을 못 따오는 선수 심정은 어떨지, 당사자는 어떨지를 그걸 모르나요? 어떤 분이 거기 가서 퇴물이라는 악플을 답니까?
◆ 진종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뭐 선수는 언제까지나 성적으로 평가받는 거니까 이번 세계 선수권(에서) 정말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여러분, 사실 진종오 선수 올림픽 3연패도 했고 이번에 최초로 세계 선수권 2연패도 하고 한국 사격의 살아 있는 전설입니다. 사실은 사격 선수로서 이룰 건 다 이뤘는데. 그리고 지금 나이가 79년생이니까 한국 나이로는 40이네요.
◆ 진종오> 강조 안 하셔도 됩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죄송합니다. 만 39면 은퇴 얘기가 슬슬 나올 때가 사실 돼가지고요.
◆ 진종오> 시합 하나하나 할 때마다 성적이 안 좋으면 빨리 은퇴해라, 그렇게 말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그게 가장 가슴 아픈 것 중 하나입니다.
◆ 진종오> 물론 저도 후배들을 가르칠 생각으로 계획을 세워나가고 있지만 선수 하고 있는 동안에는, 은퇴하라는 말만은 조금만 참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은퇴 얘기 좀 하지 말아주세요, 하고 있는 동안에는. 맞아요.
◆ 진종오> 철저히 저희는 성적으로 평가받고 정정당당히 선발전 해서 국가대표로 선발된 거니까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준비해서 은퇴하겠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렇게 질문하죠. 진종오의 다음 목표, 다음 꿈은 뭡니까?
◆ 진종오> 맛있는 거 먹고 편하게 쉬는 게 제 목표입니다.
◇ 김현정> (웃음) 일단 단기 목표는 맛있는 거 먹고 쉬는 거.
◆ 진종오> (웃음)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좀 쉬고 싶습니다. 너무 열심히 달렸습니다.
◇ 김현정> 푹 쉬세요. 일단 푹 쉬시고. 맛있는 거 뭐 드실래요?
◆ 진종오> 라면 같은 것도 먹고 싶고요.
◇ 김현정> 고작 라면이에요, 먹고 싶은 게? (웃음)
◆ 진종오> 몸 관리한다고 계속 안 먹었거든요.
◇ 김현정> 라면 한 그릇 사드릴게요, 진종오 선수.
◆ 진종오> (웃음)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해물라면, 짬뽕라면 다 좋습니다.
◆ 진종오> 좋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쉬고 나서 그다음 목표는 올림픽입니까? 나가는 거예요? 어떻게 계획 세우고 계세요?
◆ 진종오> 일단 출전권은 획득을 했는데 선발전 다시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물론 올림픽은 꼭 나가고 싶습니다. 해서 일단은 몸 잘 추스려서 올림픽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겠습니다.
◇ 김현정> 2년 뒤 도쿄 올림픽, 거기서 금메달 따면 4연패.
◆ 진종오> 희망 고문입니다.
◇ 김현정> 사실 어마어마한 기록이기 때문에 제가 함부로 부담을 드리지 못하겠지만 아마 선수도 막연하게 꿈은 꾸고 계실 거예요.
◆ 진종오> 그러고 싶습니다.
◇ 김현정>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고요. 진종오 선수 응원하겠습니다.
◆ 진종오>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라면 드시러 오세요.
◆ 진종오> (웃음) 알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인사)
◆ 진종오> 네, 감사합니다. (인사)
◇ 김현정> 어제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정말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쓰면서 금메달 땄습니다. 사격의 진종오 선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