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비준' 놓고 바른미래 내분 격화

지상욱 "'국회 비준 찬성', 여론 왜곡…先예산검토 後결정 73.1%"
손학규 '협조' 방침에 반발…문희상 "72%, 찬성", 반박 자료 제시
김관영 "先 결의안부터" 내놨지만…"함께 갈, 못갈 그룹 나뉜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신임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바른미래당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문제를 놓고 내분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3일 깃발을 든 데 대해 손학규 대표는 4일 '적극 협조' 입장을 밝혔다가 반발이 제기되자, 이튿날 '협치 전제 비준'으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상욱 의원은 5일 자체 여론조사를 근거로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왜곡된 것이라며, 더 세게 대립했다.

같은 날 김관영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국회 비준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판문점 선언 지지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자"며 중간자적인 입장으로 내놨지만, 이 역시 갈등을 잠재우진 못했다. 내부에선 "정치행보를 함께 할 수 있는 그룹과 아닌 그룹으로 점차 나뉘고 있다"며 분당(分黨)을 암시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지상욱 "'판문점 국회비준' 72%25 찬성? 여론조사 문제 있어"

지상욱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바른정책연구소 소장인 지 의원은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 앤 리서치(R&R)에 의뢰, 지난 3~4일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예산을 충분히 검토한 후 비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73.1%에 달한다고 밝혔다. 반면 "국회가 즉각적인 비준 동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은 19%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한반도 종선 선언과 북한의 비핵화 중 어느 쪽이 먼저 실행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비핵화'를 선결 문제로 지적한 쪽이 56.6%로 과반에 달했고, '종전선언 먼저'는 35%에 그쳤다.

이는 문희상 의장 측이 낸 자료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결과다.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이 지난달 21~22일 실시한 조사에선 국회 비준 문제에 대해 "해줘야 한다"가 71.8%, "하지 말아야 한다"는 13.6%에 달했다.

이 같은 차이는 질문의 내용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R&R의 조사는 "정부는 북한과의 경제협력(경협)을 위해 비준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경협에는 예산이 소요되는데, 즉각적인 비준동의를 해야 하느냐, 예산을 검토 후에 결정해야 하느냐"라고 질문했다.

반면, 한국갤럽의 조사는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 선언이 법적 효력을 얻으려면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해주어야 하느냐, 하지 말아야 하느냐"라고 물었다. 예산 항목을 넣느냐 빼느냐에 따라 여론의 반응이 판이하게 달랐던 셈이다.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 왼편, 오른편 갈리는 바른미래…파고드는 한국당 "민주당 아류인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같은 당 소속 의원이 당 대표를 반박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당 내부에선 어수선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손 대표의 '비준 협조'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들의 실명이 담긴 명단이 나도는 등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에 대한 찬반으로 당 정체성이 다시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당장 비준은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일단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부터 처리하되, 결의안에 북한 비핵화라는 전제를 달자"는 식의 중재안이 김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담겼지만, 이 역시 결국 비준 문제에 찬성하는 쪽으로 해석되면서 또 다시 반발을 샀다.

한 지도부 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가 당장 비준에 합의해줄 것처럼 말한 것은 오해"라면서도 "경솔했던 측면이 있다. 김 원내대표도 판문점 선언 문제는 연설에 포함시키지 말았으면 했는데, 잘 안 됐다"고 토로했다. 당내 논의의 난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바른미래당은 손 대표 당선 이후 당내 반발을 무릎 쓰고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비준 협조를 약속했다"며 "민주당 아류정당으로서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으로선 비준 동의 문제를 놓고 보수 색채를 선명하게 재확인하면서 바른미래당의 명분을 뺏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변인은 비준 동의의 난점에 대해 "북한 비핵화는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국회가 비준하는 결과가 되고, 이는 한미동맹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이 판문점 선언 비준이 시가상조인 이유에 대해 '통일 비용' 등 예산을 문제삼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비준 불가의 이유를 한미동맹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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