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함 토로한 김정은, 트럼프에 전하는 메시지는?

"비핵화 결정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 조성 희망"
종전선언 담보되면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 가능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 변함없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방북한 대북 특사단 수석대표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평양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이동하며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 특사단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하고 돌아왔다.

정의용 실장이 발표한 '특사단 방북 결과' 자체만을 놓고 보면 남북정상회담 날짜를 확정한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만 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것은 새로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실장이 따로 전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과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을 종합해 보면 상당히 의미있는 지점들이 있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와 자신이 언급해온 비핵화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반도에서 무력충돌위험과 전쟁의 공포를 완전히 들어내고 이 땅을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즉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내에 70년간 이어진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비핵화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시간을 질질 끌 생각도 없고, 정해진 시간 내에 비핵화를 완료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 해결을 강조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때가 아니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체제안전과 경제적인 번영을 보상받는 기회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읽혀진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국제사회가 자신의 의지를 의심하고 있어 "답답하다", "비핵화 결정에 대한 내 판단이 옳은 것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해체 등 북한이 선의로 행한 선제적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만 해주면 비핵화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김 위원장이 언급한 '여건'은 무엇일까. 사실상 '종전선언'으로 좁혀졌다.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을 하면 한미동맹이 약화된다거나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종전선언에 대한 부담을 낮춰주면서 미국의 호응을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일연구원 김연철 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은 '비핵화 의지는 의심하지 말라'며 비핵화 출구에 대해 확실한 의사를 재확인하면서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라며 "미국의 안전보장 조치 중에서 종전선언이 비핵화의 입구에서 할 수 있는 조치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종전선언'이 담보되면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시설 신고 리스트 제출 등 비핵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전향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비핵화 협상이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 크다"고 내다봤다.

임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동시 행동'을 강조했지만 비핵화 의지를 관철하겠다는 부분이 더 강조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맥락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국립외교원 민정훈 교수도 "김정은 위원장이 동시행동을 강조했지만 미국이 주기 전에 먼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비핵화 협상 의지를 재확인해줬고, 그 안에서 다 보여줄 테니 큰 틀에서 미국도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점을 촉구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북미 협상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변함이 없다. 참모는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한 번도 한적이 없다"는 점을 특사단에게 특별히 강조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사상 처음 북미 정상이 만나 '센토사 선언'을 이끌어 낸 만큼 다시 한 번 양 정상의 통큰 결정을 통해 실무선에 꽉 막혀있는 교착 상태를 풀어 나가보자는 게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로 보인다.

이제 다시 트럼프 대통령이 답을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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