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총 출동해 첨단 기술 트렌드를 선보이며 가전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데요, IFA는 전통적으로 '갈색가전'으로 대표되는 TV와 오디오·비디오(AV) 멀티미디어 제품과 '백색가전'으로 대표되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전자레인지 등 최신 가전 제품들의 경연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십년 전 세계 최대 가전회사인 GE가 이 개념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가전색(色)의 표준처럼 되었지만 지금은 이런 개념이 퇴색하고 있습니다. 불과 10여년 만에 네트워크와 첨단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가전의 역할도 확장되고 서로 융합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TV와 오디오가 냉장고에 들어가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직장에서 세탁기를 돌리고 에어컨을 켜는 세상이 온 것이죠.
이번 IFA 2018에서도 전통적인 가전의 개념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독특한 생활가전 제품들이 쏟아졌습니다. 보통은 최신 기술박람회로 통하는 CES에 나올법한 독특한 제품들이 생활가전이라는 카테고리 영역에 들어온겁니다.
IFA 전시장 넥스트(NEXT) 홀에는 신진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혁신가들이 흥미로운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습니다. 프로토타입부터 출시가 임박한 제품까지 면면을 한 번 들여다 볼까 합니다.
반려견을 위한 장난감은 많습니다. 하지만 개껌이든 인형이든 주인처럼 사랑을 주거나 놀아주지는 않습니다. 그저 놀잇감일뿐이죠. 사람이나 반려견이나 살아움직이는 생명체는 상호작용 없이는 스스로 존재의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스타트업 캠토이(Cam Toy)는 '반려견을 위한 동반자'라는 수식어를 붙인 반려견 스마트 장난감 '라이카'(Laïka)를 내놨습니다. 참고로 라이카는 1957년 11월 3일 모스크바 외곽에서 발사된 소련 우주선 스푸트니크 2에 탑승한 최초의 동물, 우주개 라이카(Laika)와 이름이 같습니다.
아무튼 개를 소유하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반려견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내세우는 장점인데요, 생김새는 원통형 모양으로 바퀴가 달려 있어 집안 이곳 저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주인은 스마트폰으로 라이카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전용 앱을 이용하면 주인은 라이카의 내장 스피커를 통해 반려견과 대화를 할 수 있고, 웹캡을 이용해 반려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죠. 단순히 주인과 연결되는 것 외에도 라이카는 주인 없이 하루종일 집안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반려견들의 심리 치료까지 해준다고 합니다. 함께 놀아주고 호기심을 해소해주면서 말이죠.
자율모드가 있어 주인 없이도 반려견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데요, 반려견이 잘 때는 수면을 방해하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짖을 경우 주인을 호출하기도 합니다. 캠토이는 반려견 외에도 고양이와 말, 심지어 동물원 동물들을 위한 제품까지 내놓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현재 이 제품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에서 얼리어답터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얼리버드 300달러(약 33만원)로 12월 배송 예정입니다.
우리에겐 편안한 라텍스 침구와 더운 여름을 날려줄 죽부인이 있지만 이것에는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함'이죠.
섬녹스는 작고 부드러운 쿠션처럼 생겼습니다. 사용자가 깊이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부드러운 호흡을 돕고 편안한 음악이나 소리를 제공하는 수면 로봇이죠.
섬녹스는 사용자가 안고 잘때 사람의 폐가 호흡을 하듯 부풀어올랐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수면을 위한 안정된 호흡을 유도합니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빗소리나 음악, 동물을 쓰다듬는 소리 등은 수면을 돕는 백색소음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이 기능들은 센서로 제어할 수 있고, 배터리는 한 번 충전하면 일반적인 수면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로봇 엔지니어이자 창업자인 율리안 야텐부르그(Julian Jagtenburg)는 "섬녹스는 빠르게 수면 상태에 이르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로봇"이라고 말합니다. 10월 출시 예정으로 가격은 640달러(약 71만원)가 될거라고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빠뜨릴 수 없는 필수품이 있습니다. 바로 기저귀입니다.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면 아실텐데요, 기저귀를 수시로 바꿔줘야 하는데 언제 바꿔야할지 정확히 알기 힘듭니다.
노련한 부모라면 아이의 바지가 불룩해지거나 걸음걸이가 불편해보이거나 냄새, 대략 기저귀를 바꾸는 생체 타임으로 짐작하기 마련입니다만, 대부분은 배설물이 과하거나 부족하게 채워진 경험을 했을 겁니다. 아직 더 채울 수 있는데 바꾸면 낭비요, 넘치면 습진이 생기거나 아기의 컨디션이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하죠.
오프로9(Opro9)이 내놓은 '스마트 기저귀'(SmartDiaper)는 부드러운 밸크로 테이프와 실리콘으로 구성된 센서부를 일반 기저귀에 부착하는 방식입니다. 이 웨어러블 센서가 기저귀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측정해 일반적인 데이터 수준보다 급격하게 변할 경우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알림 메시지를 보냅니다.
전용 앱은 최대 5명의 유아 기저귀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다둥이 가족을 위한 센스일까요. 스마트 기저귀와 부모의 거리가 일정거리 이상 떨어지면 근접센서 작동 알람이 울려 걸어다니는 유아의 경우 미아방지 기능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부 기술 평론가들은 유아용 기저귀 외에도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치매노인 등 성인용 기저귀가 필요한 환자나 노인 돌봄에도 활용가치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가격은 오프로9 웹사이트에서 할인된 가격인 59달러(약 6만6천원)에 무료배송까지 해주고 있습니다.
필립스가 새로운 제품을 내놨습니다. 깊은 수면을 돕는 스마트 슬립 헤드밴드인데요, 25~54세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수면시간을 연구했는데 조사대상의 약 40%가 7시간 미만 잠을 잔다는 것에서 착안해 만들게 됐다고 합니다.
미국 국립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팀이 성인 남녀 1만2천755명(30~74세)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된 전국 보건·영양연구(NHNE)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잠이 부족하면 심장이 빨리 늙는다고 합니다. 실제 수면 부족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키는데, 하루 수면시간이 7시간인 그룹이 심장 연령과 실제 연령의 차이가 평균 3.7년으로 가장 적어 심장병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최소 7시간은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7시간을 자더라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역시 활동에 영향을 끼칩니다. 필립스의 스마트 슬립은 헤드밴드에 2개의 센서를 부착해 착용시 깊은 수면을 유도하는 델타파 를 증폭시켜 사용자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사용자의 수면단계를 세밀하게 기록합니다.
필립스 헬시 슬립 솔루션의 클레멘 드렉슬러 마케팅 매니저는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모니터링 하는 다른 수면 추적기 제품과 달리 스마트 슬립은 사용자가 수면을 취하는데 적극적인 도움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마트슬립은 USB 포트를 통해 충전할 수 있고 전용앱인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 연결로 슬립맵퍼(SleepMapper)를 통해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뭐, 역시 필립스 답습니다. 400달러(약 44만원)에 달합니다. 그래도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숙면에 이르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아무래도 관심을 끄는 제품일겁니다.
이미 국내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바로 LG전자의 첫 번째 웨어러블 로봇 '클로이 슈트봇'인데요, 이 제품은 청소, 잔디 깍기, 가이드, 서빙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LG전자의 8가지 클로이(CLOi) 로봇 라인업 중 하나입니다.
슈트봇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테란이나 영화 로보캅, 아바타에서 봤던 착용형 외골격계 로봇입니다. 다른점이 있다면 병원 환자의 재활이나 제조 및 건설업 종사자들이 무거운 짐을 나를때 도움을 주는데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군수물자를 나르는데도 활용될 수 있겠죠.
보통의 슈트형 웨어러블 로봇은 착용자의 힘보다 수 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한 근력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중점인데요, 클로이 슈트봇은 이동성에서 보다 뛰어난 특징을 보여줍니다.
허리부터 발 끝까지 하체에 착용하는 슈트봇은 발에는 샌들 모양의 신발이 부착되어 있고, 관절 부위가 우수해 착용자가 보다 걷기 쉽게 설계되었습니다. 보조바퀴를 추가하면 휠체어 변신도 가능합니다.
이 슈트봇은 LG전자가 지난해 7월 투자한 SG로보틱스(SG ROBOTICS)와 협력해 개발했는데요, 이 회사는 장애인이나 산업현장에서 활용하는 로봇을 개발합니다.
이보다 앞서 2015년 미국국방부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병사용 하이테크 슈트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2016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착용형 외골격계 슈트 프로토타입을 공개해 눈길을 끈 바 있습니다. 그러나 LG전자의 슈트봇은 단순히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유용한 로봇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라는 점에서 좀 더 스마트하다고 해야 할까요, 앞으로 로봇은 그렇게 진화할 것 같습니다.
(2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