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자의 아내는 날마다 울었던 '원더우먼'

[쌍용차 해고, 10년의 악몽②]
해고자 남편 구명활동부터 가정 생계 홀로 꾸려
유방암과 우울증, 극단적 선택 생각까지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출연 : 사회부 박희원 기자

(사진=박희원 기자)
◇ 임미현 >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10년의 악몽, 오늘은 두 번째로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냈던 원더우먼들의 이야깁니다. 바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아내들인데요. 사회부 박희원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 박희원 > 안녕하십니까.

◇ 임미현 > 어제 김광일 기자가 전해드렸습니다만, 해고의 상처와 트라우마, 이런 것들을 안고 사는 남편 곁의 아내들 역시 지난 10년이 녹록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 박희원 > 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배우자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었습니다.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게 된 남편에 대한 구명활동, 그리고 가정 생계를 홀로 꾸려가며, 자녀들까지 돌봐야 했건 거죠.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아내 전은숙씨와 남미경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전은숙, 남미경씨]
"회사까지 맨날 엎고 다니고 애기띠 메고 앞으로. 저도 맞았어요 최루액. 회사에서 총알을 천막 쪽에 쏘고 그랬거든요."
"그때 전단지 돌리러 서울에 가면 사람들이 안 받잖아요 제가 돌리면 사람들이 안 받고 뿌리치고 가는 것, 그때 너무 슬펐어요. 우리 어려운 걸 외면한다고 받아들여지죠"

◇ 임미현 > 아무래도 남편의 해고, 그리고 요원하기만 했던 복직에 대한 기대 속에 아내들의 부담이 컸겠군요.


◆ 박희원 > 그렇습니다. 파업이 시작되면서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꽃집이나 포장마차를 차리고, 공장에 나가고, 심지어 나무를 베러 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남씨와 또다른 해고노동자의 아내 이정아씨의 이야깁니다.

[녹취 : 남미경·전은숙씨]
"가스가 끊겨서 집이 추우니까 쌍용차지부에서 전기장판 가져와서 잘 때도 있었다. 애들 감기 걸리거나 그러면 큰 병 아니더라도 애들 병원 갈 일 있잖아요. 차상위니까 병원비 500원 동네병원 가면 500원 받고 약비 500원 내고 그랬죠 뭐. 근데 남들이 있잖아요 옆에. 그게 조금 부끄러울 때도 있었어요"
"단 한 명도 없는 곳으로 구석진 곳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때. 저희집이 전세였는데 손배가압류가 들어오니까 변호사가 부인 명의로 바꾸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집주인이 찜찜하다고 거절하시더라고요"

◇ 임미현 > 말 그대로 '원더우먼'이 돼야 했던, 해고노동자의 아내들, 건강은 괜찮습니까?

◆ 박희원 > 바로 그게 문젭니다. 자기 건강을 챙기는 건 사치라고 여겼다는데요. 이씨와 전씨, 김미정씨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전은숙·김미정·이정아씨]
"가족력 중에 암으로 아파본 분이 없고 다른 암은 어떨지 몰라도 유방암은 상상도 못해. 아이들한텐 수술하는 날까지 얘길 안해"
"일을 안 하다가 일 하면서 유방 쪽에 염증이 생겨서 수술했었고, 울거나 그럴 시간도 없었죠"
"그땐 갱년기인가봐 퉁치고 넘어갔는데 이대로 죽어버리면 좋겠단 생각"

(사진=박희원 기자)
◇ 임미현 > 쌍용차 관련 사망자가 30명에 달하는데, 배우자들도 극단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들었던 거군요.

◆ 박희원 > 남들이 손가락질해도 남편한테 파업 관두고 일자리 찾아보라는 말 대신 묵묵히 지지해 준 것도 바로 배우자들이었습니다. 다시 이씨와 전씹니다.

[녹취: 이정아·전은숙씨]
"파업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단 한번도 후회한 적도 없었고요. 아주 정당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친정엄마가 왜 이런 거 하냐고 다른 회사 가서 일하지 엄마랑 저랑 트러블 되게 많아. 그런 것도 애아빠한테 얘기하지도 않았고"

◇ 임미현 > 해고노동자의 자녀들은 어떻습니까?

◆ 박희원 > 해고노동자 부모 입장에서 그 마음이 어땠을지, 이씨와 남씨의 얘길 직접 한 번 들어보시죠

[녹취: 이정아씨·남미경씨]
"파업이 분명 내 잘못이 아닌데 엄마로서 내가 그 아이를 아수라장으로부터 얘를 지켜주지 못한 게 잘못 같아서 그런 게 많이 힘들었다."
"후회되는 건 없는데 애들한테 잘해줄걸, 짜증 좀 덜 낼걸"

◆ 박희원 > 쌍용차 해고노동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지난 삶을 고려대 김승섭 교수팀이 추적해왔는데요. 그 연구 결과가 오늘 발표될 예정입니다. 자세한 소식은 계속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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