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한국당은 "민심을 대변한 일"이라며 옹호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연설 도중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2018년도 정기국회 개원 연설, 어떻게 입법부 수장께서 블루하우스(청와대)의 스피커를 자처하십니까"라며 "한 나라의 입법부 수장으로서 품격도 상실하고 균형감도 상실한 대단히 부적절한 코드 개회사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비아냥으로 도배된 연설문 속에는 제1야당으로서 품위와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대안정당이 되겠다는 제1야당의 수준이라니 통탄할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어떻게든 문재인 정부가 망하길 바라는 제1야당의 간절한 주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연설"이라며 "저주의 굿판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것"이라고 평했다.
김 원내대표의 강한 비난에 민주당 출신의 전·현직 국회의장들도 감정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연설 당시 김 원내대표의 바로 등 뒤에 있던 문 의장은 "따끔한 충고 잘 들었다"면서도 "의회주의자로서 청와대나 정부의 말에 휘둘리는 일이 있다면 정치 생명을 몽땅 다 걸겠다. 국회의장을 모욕하면 국회가 모욕당한다는 사실을 가슴 속 깊이 명심해 달라"고 맞받아쳤다.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이던 정세균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신성한 의사당에서 행해지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인지 아니면 저잣거리에서 토해내는 울분에 찬 성토인지 무척 혼란스러웠다. 제 귀를 의심했다"며 "제1야당의 원내대표라면 그 누구보다 강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야당들도 비판 행렬에 가담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재미는 있었을지 모르나 감동이나 품격도 없어 아쉽다"며 특히 "현실적인 대안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 정부와 민주당의 잘못을 비난하던 제1야당이 똑같은 포퓰리즘 정당이 되어간다. 비난하고 욕하면서 서로 닮아가고 있다"며 민주당과 한국당을 싸잡아 깎아내렸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매년 32조를 투입해 아이 한 명당 1억원씩 지급하자는 주장은 미흡하나마 옳은 방향"이라며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대체하자는 '출산주도성장'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최저임금 인상 반대, 증세 반대 등 퇴행적인 관점에서 비판만 할 뿐 국민에게 희망을 줄 어떤 단서도 발견할 수 없다"며 지난 9년간의 정권에 대한 반성과 대안이 없음을 지적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현재 소득주도성장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는 건 지난 시절 정경유착으로 기업과 기득권 편만 들어 잠재적 경제성장동력을 짓누르던 한국당 책임이 가장 크다"며 우선 반성부터 할 것을 촉구했다.
정 대변인은 "소득주도성장을 세금중독이라고 하는 등 얼토당토않은 마타도어는 납득하기 힘들다"며 "진정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동력을 제고하고자 한다면 한국당은 우선 경제민주화 확대와 소득 분배 개선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정책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반면 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김 원내대표의 연설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민심을 대변한 것"이라며 "추락하는 경제에 신음하는 국민의 대변인을 자처해, 정부여당의 소득주도성장 실패를 인정하고 전향적인 정책 수정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민주당의 비판 논평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에게 품격을 운운하기 전에 추락하는 경제지표를 되살리고 고통 받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