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3주 만에 재개되는 경기였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지만 아직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선수가 있던 데다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피로도가 쌓인 선수들도 일부 빠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포수 양의지는 장염으로 아직 컨디션이 완전치 않다"며 선발에서 제외했다. 이어 "2루수 오재원도 허리 통증이 도졌다"면서 "부상 회복 중인 중견수 박건우도 이번 주 2군 경기에 투입한 뒤 경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두산은 외인 타자 스캇 반 슬라이크까지 빠진 상황. 허리가 좋지 않아 지난달 31일 잔류조에 편입돼 재활 중으로 복귀 일정이 미정이다. 김 감독은 "언제 돌아올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짐짓 자포자기한 듯했지만 1위의 여유가 넘쳤다.
KIA도 주전 2명이 선발에서 제외됐다. 일단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전날 귀국한 2루수 안치홍이 빠졌다. 김기태 KIA 감독은 "나도 선수 생활을 해봤지만 국제대회 원정을 다녀와서 곧바로 경기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1루수 김주찬은 아예 엔트리에도 오르지 못했다. 김 감독은 "김주찬이 허벅지와 흉골 등에 통증이 있어 오늘, 내일 경기가 힘들다고 한다"고 밝혔다. 안치홍 대신 최정민이, 김주찬 대신 최원준이 선발로 나섰다.
엄밀히 따지면 두산은 주전 야수 4명, KIA는 2명이 빠진 셈이다. 그러나 두산의 전력이 훨씬 두터웠다. 주전 못지 않은 슈퍼 서브들이 활약하며 이날 초반 기선 제압을 이끌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날 두산의 백업은 든든했다. 2회 선제 결승점부터 그랬다. 2사에서 양의지를 대신한 박세혁이 중전 안타를 날린 뒤 반 슬라이크의 자리인 우익수 김인태가 우중간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오재원의 백업 2루수 류지혁은 3회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 안타로 출루해 추가점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후 두산은 1사에서 최주환의 2루타, 김재환의 고의 4구, 김재호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2 대 0으로 달아났다. 4회도 박건우를 대신해 중견수를 맡고 있는 조수행이 안타와 도루로 2루 득점권에 간 뒤 허경민의 안타로 3점째를 올렸다.
수비에서도 슈퍼 서브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류지혁은 6회 2사에서 로저 버나디나의 잘 맞은 타구를 점프하며 손을 쭉 뻗어 직선타로 처리했다. 조수행은 7회 1사에서 이범호의 큼직한 타구를 담장 바로 앞에서 점프 캐치하며 린드블럼의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다. 6회 김민식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한 KIA의 기세를 잠재운 수비들이었다.
하지만 KIA는 안치홍이 단 한번의 등장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8회 KIA는 린드블럼이 내려간 뒤 추격의 물꼬를 텄다. 김선빈이 박치국에게 몸에 맞는 공, 대타 류승현이 김승회에게 볼넷을 얻어냈다. 이후 포수와 유격수 실책으로 2 대 3까지 추격했다.
안치홍은 아시안게임 전까지 KIA의 4번 타자로 활약했다. 득점권 타율 리그 1위(4할2푼2리)로 90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아시안게임 일본과 결승전 결승타를 날린 것도 안치홍이었다. 그 기세를 몰아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결승타의 주인공 최형우는 안치홍 이전 KIA의 4번 타자였다. 올해 비록 득점권 타율이 높은 안치홍에게 4번을 넘겼지만 지난해 우승 주역이 최형우였다. KIA의 전, 현 4번 타자들이 두산 슈퍼 서브의 활약을 지운 셈이다.
결국 KIA가 10 대 5 승리를 거뒀다. 이날 두산 백업 선수들은 주전 못지 않게 제몫을 충분히 해냈지만 팀 패배로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