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간의 교착은 장기화되고 있고, 시진핑 주석의 방북마저 사실상 취소된 상태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우리 정부의 대북 특사단을 맞이해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9.9절에 내세울 성과없어
김정은 위원장 올해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영광스러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창건 70주년을 맞이한다"며 "위대한 인민이 자기 국가의 창건 70돌을 창대히 기념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의의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되고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가 열린다"며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있는 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북남 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실제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파견됐고, 김 위원장은 우리측 특사단을 만나 비핵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상반기를 달려왔다.
북미정상회담에서 역사적인 합의를 이뤄낼 때까지만 해도 비핵화-체제안전보장 협상은 탄탄대로인 것처럼 보였지만 서로에게 선제조치를 요구한 3달 동안 교착은 더 심해지고 있다.
남북관계는 그나마 각종 경제협력분야의 사전점검과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순항을 타는듯 했지만, '대북제재의 틀'때문에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없었다.
북한은 틈날 때마다 공식·비공식 통로를 통해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했지만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공조 입장은 유지됐다.
중국과도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하는 등 혈맹관계가 완전히 복원되나 했지만, 오히려 북중 밀착행보에 미국이 불만을 표출하면서 시 주석의 9.9절 방중도 불투명해졌다.
결국, 한미중 3국과의 정상외교 그 자체 말고는 9.9절에 과시할 만한 뚜렷한 외교 성과가 마땅치 않다.
통일연구원 홍민 연구위원은 "종전선언을 하기로 했다는 정도의 합의만 됐어도 공화국 70돌에 종전을 이뤘다는 등 선전과 포장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게 안됐다"며 "대외적으로 이야기할 만한 성과가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9.9절 메시지를 통해 70년간의 혁명 역사나 일부 경제 성과를 강조할 것으로 보이지만, 높아진 주민들의 기대에 맞춰주기에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특사단 '중재안'에 김정은 응답할까
이렇게 주요 대화 상대인 한·미·중 모두와 제동이 걸린 가운데 우리 특사단이 북한을 찾는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4일 "이번 방북을 통해 북측과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평화 구상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의 일정을 잡는 것을 넘어 교착을 풀기 위한 적극적인 안을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번 특사단 파견 자체도 남북이 공통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려 추진된 결과이므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특사를 만나 중재안을 수용할 지 주목된다.
홍민 연구위원은 "특사단은 비핵화 범주 및 종전선언의 내용과 순서를 정하는 중재안을 낼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이를 수긍하면 미국에게 전달해 거의 동시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남북정상회담으로의 확장성을 갖는다면 성공적"이라고 전망했다.